오전 여름을 방불케하던 땡볕은 오후 시작과 동시에 바람과 함께 숨었다. 잔뜩 찡그린 우중중한 날씨로 급변한 오후4시30분께엔 봄비도 간간히 내려왔다.
22일 경상남도 김해 가야 컨트리클럽(파72/6813야드)에서 시작된 KLPGA '넥센·세인트나인 마스터즈 2021'(총상금 8억원, 우승상금 1억4400만원) 첫날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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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위도 요동쳤다.
오전조에 경기를 끝낸 선수들이 리더보드 윗부분을 많이 차지했다. 박민지, 정세빈, 김지영2가 5언더파로 공동2위를 형성했다. 첫날 언더파 선수는 47명이었다. 순위는 가파랐다. 1~2타차로 순위와 공동그룹을 형성했다.
6언더파 66타를 기록한 장하나는 1타차 공동2위(5언더파) 그룹 박민지, 정세빈, 김지영2를 제치고 단독선두를 차지했다.
4언더파 공동5위 그룹엔 조아연, 이지현3, 김재희, 이다연이 공동9위엔 박현경, 한진선, 성유진, 송가은, 홍정민, 최예림. 최은우, 최은송 등이 자리했다. 공동9위와 선두와의 격차가 단 3타차 밖에 나지 않아 치열한 순위 경쟁을 예고했다.
KLPGA 예측도 맞아떨어졌다. 최진하 경기위원장은 오전10시께 "오후 들어 바람이 거세 질 것으로 예상돼 선수들의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했다. 그린스피드는 3.35로 세팅됐지만 산악지형에 위치한 만큼 산굽이를 돌아 부는 바람이 거세지기와 약해지기를 반복했다.
이 가운데 장하나(30·BC카드)가 14번홀에서의 버디로 공동선두에 합류한뒤 15번홀에서 다시 한타를 줄여 단독 선두로 뛰어올랐다. 제주에서 바람과의 한바탕 싸움을 하고 돌아온 베테랑의 복귀다.
선두로 첫날을 마친 장하나는 전지훈련 효과를 보았다고 말했다.
장하나는 "다소 의심을 했지만 스윙코치를 바꿨다. 편안한 스윙으로 교정한 게 좋은 효과를 봤다. 백스윙을 열어서 갖다가 하던 것을 똑바로 바로 스윙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한 템포 줄이기' 전략이 덕을 본 것이다.
장하나는 "2월 이곳에서 전지훈련을 했다. 낯설지 않고 편안했다. 가야CC는 매번 바람이 다르다. 이 바람을 잘 가르는 게 중요하다. 매홀마다 뒷바람이 드는 느낌이 들고 마운틴브레이크에 도움을 받긴 했다"고 말했다.
장하나의 캐디 진성용씨는 이를 "중간에 멈추지 않고 여유를 갖고 한번에 휘두르는 훈련을 했다"라고 덧붙였다.
'역대 라운드별 선두' 부문 단독 1위도 더 확고히 했다. 지난 제주 개막전에서 총 48번째 라운드별 선두로 나선 그는 횟수를 49로 늘렸다. 그는 2012년 첫 우승을 시작으로 KLPGA에서 통산 13승을 기록중이다.
제주에서 거센 바람을 겪은 선수들은 더 성장하고 있었다.
장하나는 "매번 긴장하지만 바람은 운이구나 하는 생각을 첫 번째로 한다. 바람을 이기지 않고 기다리는 법을 배웠다"고 했다.
이 대회서 2년전 이승연(23·SK네트웍스)에게 역전을 허용, 준우승에 그친 최예림(22·SK네트웍스)은 "제주도에서 훈련과 첫 대회를하면서 바람을 이기는 법을 배웠다. 중간중간에 바람이 불지만 큰 무리 없이 칠 수 있는 코스인 것 같다"고 했다.
초고속 성장으로 KLPGA에 데뷔한 스무살 루키 정세빈은 ""일단 전장이 2부 투어보단 길어지다 보니 드라이버 비거리에 대한 연습을 좀 많이 했다. 이와함께 숏퍼터의 정확성을 위해 연습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이 코스는 KLPGA 역대 최장 코스지만 이에대한 어려움을 호소하는 선수들은 보이지 않았다.
공동2위 박민지(23·NH투자증권)도 "후반, 바람이 불어 힘들었다. 쉬웠지만 몇몇 그린은 힘든 곳이 있었다"고 했다.
'KLPGA 최고령' 배경은(36)은 1오버파로 공동62위에 머물렀다. 이날 초청선수로 출전한 유현주는 10번홀에서부터 15번홀까지 6개홀을 끝내고 목에 담 증상이 와 기권했다.
칼날 승부를 예상한 20여명의 선수들은 어둠이 깔린 연습 그린에서 퍼팅에 매진, 2라운드를 대비했다. 저녁6기를 넘기자 대회장엔 칼바람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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