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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던지고, 모니터로 내려치고... 직원 학대 할리우드 제작자 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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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할리우드·브로드웨이의 거물 제작자가 수십년 동안 직원들에게 폭언과 학대를 일삼았다는 폭로가 나왔다. 결국 이 제작자는 “내 행동으로 인해 동료들이 겪은 고통에 사과하며, 일선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조선일보

미국 연예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제작자 중 한 명인 스콧 루딘이 수십 년 동안 직원을 상습적으로 학대한 것이 드러나면서 일선 퇴진을 선언했다고 21일(현지 시각) AP 통신 등이 보도했다. 사진은 스콧 루딘의 직원 학대 행위를 보도한 할리우드리포터 표지.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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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제작자는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로 2008년 오스카 작품상을 수상한 프로듀서 스콧 루딘(63)이다. 그는 프로듀서로서는 유일하게 에미(Emmy)상·그래미(Grammy)상·오스카(Oscar)상·토니(Tony)상 등 미국 4대 시상식에서 모두 수상한 ‘EGOT’ 클럽 회원이기도 하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17일(현지 시각) 루딘이 현장 일선에서 물러날 뜻을 밝혔다고 18일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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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유명 프로듀서 스콧 루딘(가운데)이 지난 2008년 오스카상 시상식에서 자신이 제작한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가 작품상을 수상하자 트로피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루딘의 양쪽에 선 이들은 이 영화의 감독인 코엔 형제.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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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딘에 대해서는 예전부터 주위 직원들에게 모질게 대한다는 업계 소문이 있어 왔다. ‘보스’와 괴수 ‘고질라’를 합성한 ‘보스질라’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였다. 하지만 지난 7일 미 연예 잡지 할리우드리포터의 보도로 그의 직장 내 갑질 실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보도에 따르면 루딘은 지난 2012년 비서가 비행기 좌석이 모두 매진됐다고 보고하자, 주위에 있던 애플 모니터로 비서의 손을 내리쳤다. 액정이 산산조각 나면서 비서는 손에 부상을 입어 응급 치료를 받아야 했다.

루딘 밑에서 6개월간 비서로 일했던 캐롤라인 루고는 “루딘은 회의실 창문에 노트북을 집어 던진 뒤 부엌으로 들어갔고, 회의실에 남겨진 우리는 그가 냅킨 통을 두들기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며 “언젠가는 그가 인사팀 직원에게 유리그릇을 집어 던졌고, 그 직원은 공황 발작을 일으켜 구급차에 실려 갔다”고 했다.

다른 직원은 2018년 인디영화 배급사 A24 관계자가 사무실로 찾아오자 루딘이 자신에게 “왜 저 사람이 여기 있느냐”며 자신에게 감자를 집어 던졌다고 전했다. 2018~2019년 루딘의 비서였던 라이언 넬슨은 루딘이 극장 스태프에게 스테이플러를 집어 던지고 얼간이라고 부르는 등 너무 많은 학대를 목격했다고 말했다.

이 보도가 나오자 루딘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졌고, 다른 폭로도 나왔다. LA 시의원 보좌관인 데이비드 그레이엄 카소는 자신의 쌍둥이 동생 케빈이 2008년부터 8개월간 루딘의 밑에서 일하며 학대를 당했고, 이 때문에 우울증을 앓다가 지난해 10월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루딘은 비서로 채용한 케빈과 함께 차를 타고 가던 중, 캘린더의 일정이 휴대전화에 동기화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화를 내다가 케빈에게 강제로 차에서 내리도록 했다. 결국 도로에 버려진 케빈은 집까지 3~5km 거리를 걸어가야 했다.

루딘과 함께 작업했던 작가나 배우들이 루딘을 공개적으로 비판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미국 배우 카렌 올리보는 “루딘에 대한 침묵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자신이 출연하던 뮤지컬 ‘물랑 루즈’에 복귀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거센 비판에 직면한 루딘은 17일 워싱턴포스트에 메일로 보낸 성명서에서 “동료들과의 상호 작용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에 대해 많은 이야기가 있었다”며 “내 언행이 직간접적으로 다른 이들에게 끼친 고통에 대해 깊이 사과한다”고 했다. 또 “브로드웨이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그만두겠다”고 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행위를 했는지, ‘적극적 참여’를 그만둔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는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미국 연극배우 노동조합은 루딘을 비난하며 근로 환경 개선을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회장인 케이트 쉰들은 “많은 업계 관계자가 루딘의 이번 혐의들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증언하고 있다”며 “조합원이든 아니든, 누구에게나 안전한 직장 환경을 누릴 권리가 있다”고 했다.

[이기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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