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오세훈 서울시장의 주택정책 빅매치는 재개발·재건축에서 펼쳐지고 있다.
'공공주도'를 내세운 정부는 인허가절차를 간소화한 공공정비사업으로 주택공급 속도를 앞당긴다는 방침이다. 올해에만 6만5000가구의 후보지를 지정하며 물량 확보에 한창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정비사업 규제 완화를 통해 멈췄던 재건축 시계를 돌리겠다며 속도를 내고 있다. 행정절차에 발이 묶여있는 은마, 잠실주공5단지 등 일부만 물꼬를 터줘도 8만 가구가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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묶여있는 재건축만 '8만가구' …안전진단, 재초환은?
오세훈 서울시장은 후보시절부터 민간 정비사업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를 약속해온 만큼 막혀 있던 행정 절차를 서둘러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표적으로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에 발이 묶인 주요 재건축 사업의 인허가 절차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현재 도시계획위원회에 계류돼 있는 주요 단지들은 ▲은마 ▲압구정현대 ▲한보미도 ▲잠실주공5단지 ▲우성4차 ▲신반포7차 ▲시범 ▲공작 ▲자양한양 등이다.
서울 재건축 단지는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통과해야 구역계획이 확정된다. 이 문턱을 넘어야만 설계, 사업 진행 방식 등을 확정할 수 있다.
그러나 올해로 만 50살이 된 영등포구 시범아파트(1971년 준공)를 비롯해 영등포구 공작아파트(1976년),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1978년), 강남구 은마아파트(1979년) 등은 준공한지 40년이 지났지만 집값 자극 등을 우려해 정비계획 승인이 안 나고 있다.
오 시장이 후보 시절 사업이 지연되고 있는 단지로 여러차례 거론한 만큼 향후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통과에 속도를 올릴 것으로 보인다.
이들 10개 단지의 현 가구수는 총 2만401가구로 재건축하면 여기서 물량이 20~30%는 더 늘어난다. 아울러 오 시장의 공약 중 하나였던 '한강변 50층 규제'까지 함께 풀리면 물량은 더 많아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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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진위원회와 조합 등에 따르면 은마아파트의 경우 49층으로 재건축하면 현 4424가구(기존 최고 14층)에서 6054가구로, 잠실주공5단지가 50층으로 재건축할 경우 현 3390가구(기존 최고 15층)에서 6301가구로 가구수가 늘어난다. 두 단지만 합쳐도 1만2000가구가 넘는다.
양천구 목동과 노원구 상계동 등 안전진단이 지연되고 있는 재건축 단지까지 풀리면 물량은 더 늘어난다.
앞서 도계위 계류 단지들과 목동 신시가지(총 14개 단지, 2만6635가구), 상계주공(총 16개 단지, 3만2255가구) 등 오 시장이 구체적으로 챙기겠다고 약속한 단지들만 봐도 총 8만 가구(7만9291가구)에 달한다. 이들 아파트가 재건축하면 10만 가구 이상의 물량이 나올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공급 시점을 앞당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들 단지가 도시계획위원회 문턱을 넘는다고 해도 일반분양까지 아무리 빨라야 5년 이상 걸린다. 게다가 재건축초과이익환수금, 분양가상한제 등 사업성을 떨어뜨리는 규제들이 산적해 있다.
재건축 안전진단은 사업 추진을 위한 첫 관문이지만 지난해 안전진단 기준이 강화된 이후 문턱을 넘기가 어려워졌다. 이는 국토부가 운영하는 법령과 고시 등에 규정돼 있어 서울시가 단독으로 풀수 없다.
공공정비사업, '후보지 6.5만가구'…'주민동의'는?
반면 정부 주도의 공공정비사업은 일단 구역지정만 되면 사업은 빠르게 진행할 수 있다.
공공정비사업은 LH나 SH 등 공공이 주도해 인허가 절차 등을 간소화하고 인센티브를 제공하되 기부채납 등으로 이익을 환수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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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올해만 벌써 60곳의 후보지, 총 6만5153가구를 선정했다. 공공재개발·재건축을 포함해 2·4대책에서 목표한 5만 가구보다 많은 물량을 확보한 셈이다.
공공재개발은 2차 후보지 선정 후 주민 설명회, 예정구역지정, 정비계획 수립 등을 거쳐 2022년 정비구역 및 시행자 지정에 나선다. 오는 2027년께 분양이 가능할 전망이다.
공공재건축은 5월중 컨설팅 및 정비계획안을 수립해 10월까지 주민 동의를 받아 12월까지 사업시행자 지정 및 정비계획 확정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도심공공주택 복합사업은 7~8월중 후보지 발표후 10~11월 정비계획 변경 제안을 계획 중이다.
민간정비사업이라면 구역지정부터 착공까지 13년 걸리는 속도를 공공정비사업은 5년으로 단축할 수 있다고 정부는 강조하고 있다. 이들 모두 구역만 지정되면 5년 안에 일반분양을 마칠 수 있는 셈이다.
문제는 '주민 동의'라는 큰 벽이 남아 있다는 점이다.
도심공공주택 복합사업의 경우 1차 후보지 21곳 중 3곳만 예정지구 지정을 위한 동의율(10%)을 확보했다. 공공재개발 등 후보지 선정을 마친 구역도 누가, 어떻게 주민 동의를 받아낼 것인지에 대한 지침이 구체적으로 내려오지 않은 상태다. 사업시행자 지정 등을 위한 동의율(단독 2/3동의, 공동 1/2동의)을 넘기는 더 어려워 보인다.
'LH 땅투기 사태'로 공공에 대한 신뢰감이 떨어지고 오세훈 시장 당선으로 민간 정비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것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후보지들 가운데 얼마나 많은 곳이 주민 동의의 관문을 넘게 될지 현재로선 예단하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이유로 결국 민간이나 공공이나 주택공급에 속도를 내는데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공공정비사업은 행정절차가 간소화되기 때문에 공공에서 사업을 하면 이론적으로 속도가 빠른 건 당연하다"면서도 "다만 주민 동의를 이끌어내는 과정이 어렵고 인센티브로 용적률을 높인 만큼 공사기간이 늘어날 수 있는데다, 공공정비사업 후보지는 강북에서 많이 선정됐는데 상대적으로 기반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아 사업 기간이 더 길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민간 정비사업도 사업 시작점이나 막바지 절차만 넘어가면 되는 단계에 놓여있는 재건축 단지들은 조금만 규제를 풀어줘도 속도가 나겠지만 관리처분인가를 받고도 엎어지는 경우도 수두룩하기 때문에 장담하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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