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에선 점수 차가 벌어진 경기 후반 3볼 풀스윙 행위 금기시
수베로 감독, MLB-KBO 문화적 차이 인지 못 하고 흥분
심판에 항의하는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 |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프로야구 KBO리그에 '불문율' 논란이 다시 일고 있다. 점수 차가 크게 벌어진 뒤 볼카운트 3볼에서 스윙하는 행위를 두고서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출신 지도자인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이글스 감독은 17일 창원 NC 파크에서 열린 KBO리그 NC와 원정 경기 4-14로 뒤지던 8회말 2사에서 외야수 정진호를 투수로 투입했다.
더는 전력을 쓰지 않고 경기를 마무리하겠다며 백기를 흔든 것이다.
정진호는 제구가 되지 않아 상대 팀 간판타자 나성범을 상대로 볼 3개를 내리던졌다.
상황은 이때 발생했다. 정진호는 볼넷을 허용하지 않으려고 한가운데에 공을 던졌고, 나성범은 스윙했다. 공은 파울로 연결됐다.
이때 더그아웃에 있던 수베로 감독이 크게 흥분했다. 손가락 3개를 펴고 소리를 질렀다.
NC 이동욱 감독도 한화 더그아웃을 가리키며 무언가를 말했다. 미묘한 상황이었다.
수베로 감독은 MLB에서 통용되는 3볼 스윙 불문율에 관해 흥분한 것으로 보인다.
MLB에선 크게 앞선 경기 후반, 제구가 흔들린 투수를 상대로 3볼에서 풀스윙하는 행위가 금기시된다.
지난해 8월 MLB에선 비슷한 상황이 나왔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는 10-3으로 앞선 8회 1사 만루 기회에서 텍사스 레인저스 투수 후안 니카시오를 상대로 볼카운트 3볼에서 풀스윙해 만루 홈런을 기록했다.
텍사스는 타티스 주니어가 도발했다고 판단해 후속 타자 매니 마차도에게 빈볼을 던지며 응수했다.
다만 당시 3볼 이후 스윙은 MLB 내부에서도 논란이 될 만큼 의견이 분분했다.
적지 않은 현역 선수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야구의 불문율이 과하다며 타티스 주니어를 두둔하기도 했다.
KBO리그에서는 점수 차가 벌어진 뒤 3볼 이후 스윙이 문제 되지 않는다. MLB에서 금기시하는 배트 플립(홈런을 친 뒤 배트를 던지는 세리머니)을 자유롭게 펼치는 것과 비슷하다.
MLB 기준의 불문율을 KBO리그 상대 팀이 지키지 않았다고 해서 상대 팀을 비난하는 행위는 오히려 예의에 어긋날 수 있다.
불문율을 두고 외국인 지도자가 흥분한 사례는 처음이 아니다.
맷 윌리엄스 KIA 타이거즈 감독은 지난해 10월 16일 LG 트윈스와 경기 0-7로 뒤진 7회 수비 1사 1,3루 위기 양석환의 좌전 안타 때 1루 주자 김민성이 한 박자 빠르게 뛰어 3루에 안착한 것을 두고 크게 흥분한 바 있다.
당시 점수 차가 많이 벌어진데다 1루 견제를 하지 않는다는 신호로 1루수가 뒤로 빠져있는데 LG가 불문율을 깨고 작전을 펼쳤다는 것이었다.
당시 윌리엄스 감독은 "KBO리그의 불문율을 다시 한번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한화도 KBO리그와 MLB의 문화적 차이를 수베로 감독 등 외국인 지도자들에게 알려주는 과정이 필요해 보인다.
cyc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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