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석·곽승석·임동혁·한선수 호화 멤버와 산틸리 감독 '라스트 댄스'
경기 지켜보는 로베르토 산틸리 감독 |
(인천=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대한항공 점보스가 마침내 남자 프로배구 통합 우승의 꿈을 이뤘다.
대한항공은 17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끝난 남자부 챔피언결정 5차전에서 우리카드를 세트 스코어 3-1로 따돌리고 우승 샴페인을 터뜨렸다.
대한항공이 정규리그와 챔피언결정전을 차례로 석권하는 통합우승을 이룬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탈리아 출신으로 V리그 남자부 최초의 외국인 사령탑인 로베르토 산틸리 감독은 한국 국가대표팀 라인업인 한선수(세터), 정지석·곽승석(이상 레프트)과 임동혁(라이트)을 이끌고 가장 높은 곳으로 비상했다.
대한항공 선수들 '오늘 분위기 좋아' |
통합우승으로 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정규리그에서 3승 3패로 우열을 가리지 못한 두 팀은 챔피언결정전에서도 최종 5차전에서야 울고 웃었다.
정규리그 1위로 충분히 쉬고 챔피언결정 1차전에 나선 대한항공은 그러나 범실을 무려 25개나 쏟아내며 우리카드에 맥없이 무릎 꿇었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우자 2차전도 꼬였다. 5세트를 치르며 고전한 끝에 겨우 시리즈를 원점으로 돌렸다.
산틸리, 신영철 우리카드 감독의 신경전으로 불꽃을 튄 3차전에서도 대한항공은 1세트를 듀스 접전에서 내준 뒤 힘없이 2∼3세트도 헌납하고 벼랑 끝에 몰렸다.
베테랑 진상헌의 OK저축은행 이적이 낳은 센터진의 약화가 결정적인 국면에서 도드라졌다.
대한항공은 우리카드 외국인 주포 알렉산드리 페헤이라(등록명 알렉스)의 갑작스러운 복통을 틈타 4차전을 잡고 시리즈를 최종전으로 몰고 갔다.
임동혁 '날아올라 스파이크' |
알렉스 변수가 대한항공에 행운으로 작용하기도 했지만, 요스바니 에르난데스(등록명 요스바니)를 레프트, '용병급 거포' 임동혁을 라이트로 기용해 배수진을 친 산틸리 감독의 전략이 적중했다.
임동혁은 18점을 퍼부어 4차전 완승의 일등공신이 됐다.
대한항공은 5차전에서도 1세트를 듀스 접전에서 내줘 막다른 골목에 몰리는 듯했지만, 2∼3세트를 듀스 혈투 끝에 낚아 전세를 뒤집었다.
이어 4세트에서 요스바니의 대포알 서브 에이스 4방으로 우리카드에 비수를 꽂고 마침내 우승 축포를 쐈다.
5차전에서 맞교대로 코트를 밟은 요스바니는 27점, 임동혁이 8점을 터뜨려 통합 우승에 앞장섰다.
국가대표 주전인 정지석과 곽승석은 변함없는 기량으로 대한항공의 균형추를 잡았다.
정지석은 정규리그에서 국내 선수 중 가장 많은 622점(전체 6위)을 올리고, 공격 성공률은 55.16%로 전체 1위를 찍었다.
또 서브 2위, 수비 4위, 디그 6위 등 공수 전 부문에서 상위권에 올라 만능선수로 공인받았다.
곽승석도 디그 1위, 수비 2위, 서브 리시브 5위에 올라 공수 살림꾼으로 주가를 높였다.
임동혁의 성장은 대한항공이 산틸리 감독을 선임한 주된 이유이기도 했다.
주전과 비주전의 기량 차를 줄인 토털 배구를 추진한 대한항공은 산틸리 감독에게 새 얼굴의 성장을 희망했고, 외국인 선수의 교체기 때 라이트 한 자리를 보장받은 임동혁이 드디어 알을 깨고 나왔다.
임동혁은 지난 세 시즌 동안 올린 111득점의 5배에 육박하는 506득점을 기록해 공포의 오른쪽 날개로 입지를 굳혔다.
정열적인 승리욕으로 새로운 볼거리를 남긴 산틸리 감독은 대한항공과의 이번 시즌 1년 계약이 끝난 뒤 이탈리아 또는 유럽 무대로 복귀할 것으로 보인다.
산틸리 감독과 대한항공 선수단의 '라스트 댄스'는 해피 엔딩으로 끝났다.
cany99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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