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추진 첫 관문 '안전진단'
오세훈 서울시장 핵심 공약 중 하나
18년 기준 강화후 안전진단 통과 급감
서울시 "민의 못 거슬러"…완화 추진
국토부는 시큰둥…"서울시 권한 없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아시아경제 문제원 기자] 지난 4·7 보궐선거 결과를 가장 반기는 곳 중 하나는 재건축 초기 단계 노후 아파트 주민들이다. 강화된 안전진단 기준 탓에 그동안 재건축 추진이 지지부진했지만 오세훈 시장 취임으로 규제가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퍼진 탓이다. 특히 오 시장이 후보시절 ‘규제완화를 서두르겠다’며 직접적으로 언급한 서울 노원구 상계동과 양천구 목동 등에선 재건축 활성화 기대감과 함께 호가도 오르는 분위기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오 시장이 직접 재건축 안전진단과 관련된 규제를 완화할 방법은 없다. 재건축의 첫 관문으로 불리는 안전진단은 ▲현지조사(예비안전진단) ▲1차 정밀안전진단 ▲2차 적정성 검토라는 세 관문을 모두 통과해야 한다. 문제는 절차의 대부분이 정부와 국회 소관이라는 점이다. 특히 안전진단의 마지막 단계이자 가장 중요한 2차 적정성 검토는 국토교통부 산하인 한국건설기술연구원과 국토안전관리리원이 규정에 따라 수행하는 만큼 서울시가 영향력을 행사할 부분이 없다.
현재 안전진단 평가 항목은 구조 안전성, 주거환경, 건축마감 및 설비 노후도, 비용분석 등 4가지인데 정부는 2018년 구조안전성 비중을 20%에서 50%로 높였다. 구조 안전성은 건물 노후화에 따른 붕괴 위험을 평가하는 항목으로, 2차의 가장 까다로운 항목으로 꼽힌다. 국토부 관계자는 "평가 항목의 비중 변경 등은 법 개정을 통해야 한다"며 "서울시 등이 현재 안전진단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도 이 같은 사실을 알고 있는 만큼 오 시장이 선거 과정에서 내보인 의지와는 다소 다르게 속도조절에 나서는 분위기다. 서울시 관계자는 "안전진단 기준은 국토부 소관인 만큼 지속해서 협의를 해나가야할 것으로 보인다"며 "내부 검토작업을 끝낸 뒤 본격적으로 협의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서울시의 의지는 뚜렷하다. 이 관계자는 "정부도 민의를 거스를 순 없을 것"이라며 "현재 안전진단 규제는 현실과 동떨어진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영상으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주무부처인 국토부는 아직 시큰둥한 반응이다. 2018년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정상화’와 지난해 6·17 대책을 통해 지속적으로 규제를 강화했는데, 오 시장 취임 직후 이를 뒤엎는다면 사실상 정책 실패를 인정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도 정부가 서울시의 규제 완화 의견을 쉽게 수용하기는 힘들 것이란 의견이 많다. 특히 6·17 대책에서 추진하기로 한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 내용을 담은 법안은 아직 국회 계류 중으로 시행조차되지 못했다.
정부가 추후 일부 조정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과정에서 성난 부동산 민심을 경험한데다 현재 안전진단 규제가 지나치게 강하다는 불만도 많기 때문이다. 실제 2018년 재건축 규제가 강화된 이후 서울에서 안전진단을 통과한 단지가 손에 꼽을 만큼 적다는 것도 정부로선 부담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규제 이후 안전진단 통과단지가 이전에 비해 거의 90%가 감소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강남 집값을 안정시키려고 안전진단 규제를 강화했는데 강남 주요 단지들은 이미 그 이전에 안전진단을 모두 통과한 상태"라며 "때문에 상계동이나 목동 등 그동안 정부 정책에 잘 따랐던 지역들만 비슷한 연도에 지었음에도 안전진단을 통과하지 못하는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