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유승관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제16회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1.4.13/뉴스1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오세훈 서울시장이 13일 문재인 대통령과 각 부처 장관들 앞에서 공시가격 문제를 공식 제기했다. 공시가격 인상에 속도조절이 필요하고 산정 과정에 지방자치단체의 참여를 보장해 달라는 요구다. 관련 부처 장관들은 '부정적 입장'을 밝혔지만 협의 가능성을 열어뒀고 문 대통령은 "충분히 소통하라"고 지시했다.
오 시장은 당선 후 처음으로 참석한 국무회의에서 "부동산 공시가격 상승에 따라 급격히 증가하는 국민들의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관련 법령의 개정과 국토교통부의 제도 개선 등이 필요하다"며 "공동주택 가격 결정 과정에 지방자치단체가 권한을 갖고 참여할 수 있도록 협력을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현재 부동산 공시가격은 개별 토지와 개별 단독주택은 지자체가, 공동주택(아파트)는 국토부가 공시한다. "토지나 단독주택의 경우 국토부와 시군구가 공시가격 결정과정에 같이 참여하고 있으나, 공동주택 가격은 국토부가 단독으로 결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 시장은 국무회의 참석 후 브리핑을 열고 "공시가격 결정 문제의 핵심은 상승이 아니라 '급격한' 상승, 속도가 문제"라며 "올해만 (공동주택 기준) 거의 20% 가까이 올랐는데 그것으로부터 비롯된 종합부동산세, 건강보험료 등 60가지가 넘는 불편과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밝혔다.
(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이 13일 서울시청에서 국무회의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앞서 오 시장은 이날 오전에 참석한 국무회의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간이진단키트의 신속한 사용허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공동주택 가격 결정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개선 등을 요청했다. 2021.4.13/뉴스1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오 시장 문제제기에 대해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공시가격은 일부 지자체가 잘못 산정됐다고 문제제기했지만 부동산가격공시법에 따라 한국부동산원이 1421만호를 전수조사해 산정한 가격이다"며 "감정평가사 등의 외부전문가 검토도 진행하는 만큼 정부가 임의로 조성할 여지가 없다"고 설명했다.
주무부처인 변창흠 국토부 장관은 "2019년 9월 시·도별로 결정권을 지자체로 이관하는 내용의 관련 법률 개정안을 논의한 적이 있는데, 서울-경기-제주만 찬성하고 다른 지자체는 모두 반대했다"며 "전국적 통일이 필요하다. 공시가격 산정의 전 과정에 지자체 의견을 수렴해 반영하고 투명하게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토론을 경청한 문재인 대통령은 "서울시와 관계부처가 국무회의 이후에도 충분히 소통해 달라"고 말했다.
서울시와 중앙정부간 협의의 가능성은 열어 뒀지만 오 시장의 요구가 관철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공시가격 산정을 지자체로 넘길 경우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 때문이다.
오 시장이 언급한 것 처럼 공시가격이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건강보험료, 기초생활수급자 선정의 기준이 되는 탓이다. 현재 지자체가 중앙정부로부터 받는 교부금은 재정자립도를 기준으로 한다. 이 때 지방세인 재산세를 낮춰서 결손을 높이면 지자체는 교부금을 많이 받을 수 있게 된다. 지자체가 교부금을 많이 받기 위해 지자체가 공시가격을 현실화하지 않고 낮추는 '역선택'을 할 유인이 존재한다는 얘기다.
또 기초생활수급자를 선정할 때 재산가치를 평가하는데 토지나 주택의 공시가격을 지자체가 지나치게 낮게 책정할 경우 복지체계도 왜곡될 가능성이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시가격을 중앙정부가 평가하고 공시하도록 돼 있는 것은 전국 공통의 목적으로 쓰이는 행정 툴(수단)이기 때문"이라며 "지자체 내부에서만 쓰이는 기준이 아니기 때문에 지자체가 평가할 경우 자칫 왜곡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유엄식 기자 usyoo@mt.co.kr, 정진우 기자 econphoo@, 김민우 기자 minuk@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