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 가족 치료거부" 미얀마 의사 '선동죄'로 기소 당해

[머니투데이 박가영 기자]

미얀마 카렌주의 한 마을에서 경찰이 반군부 시위대를 지켜보고 있다./사진=AFP

미얀마 군경 자녀의 치료를 거부한 한 소아과 의사가 최대 3년의 징역형이 가능한 선동죄로 기소됐다.

12일 미얀마 현지매체 미얀마나우에 따르면 카인주 파안의 소아과 의사 옹 옹 이(57)는 지난 9일 형법 505조 a항의 선동죄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미얀마 형법 505조 a항은 국민 사이에 공포를 조장하거나 고의로 가짜 뉴스 등 허위 사실을 유포한 자, 또는 공무원에 대한 직간접적인 형사상 범죄를 선동한 자를 처벌하는 조항이다. 군부는 지난 2월 쿠데타 이후 반군부 시위대를 탄압하고자 형법 일부를 의회 의결 없이 개정했고, 이에 따라 선동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면 최고 3년의 징역형을 받게 된다.

건강상의 이유로 은퇴했다가 지역 주민을 돕기 위해 작은 야간진료소를 연 옹 옹 이는 이달 초 경찰관의 자녀가 자신의 병원을 찾았지만 치료를 거부했다. 쿠데타 이후 경찰과 군인이 수십 명의 어린이를 죽였다는 것이 이유였다. 미얀마 인권단체 정치범지원연합(AAPP)에 따르면 쿠데타 이후 지난 9일까지 최소 48명의 어린이가 군경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 옹 옹 이는 '아동 살해를 저지른 군부의 가족을 환자로 받지 않겠다'는 문구를 병원 외부에 게시하기도 했다.

옹 옹 이의 동료 의사는 "그는 군경이 무고한 시위대를 죽이고 있다며 그들의 아이들을 치료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것은 옹 옹 이의 권리였다"고 미얀마나우에 전했다.

진료를 거부당한 경찰관은 파안 경찰서에 옹 옹 이를 고소했다. 이후 지난 5일 경찰의 소환 명령이 떨어졌지만 그는 스스로가 법을 어겼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출석을 거부했다. 사흘 뒤 옹 옹 이는 출근하던 중 병원 앞에서 자신을 기다리던 경찰 8명에 의해 체포됐고, 다음날 형법 505조 a항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됐다.

옹 옹 이는 현재 당뇨와 심장 질환 등 지병을 이유로 보석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료 의사는 "옹 옹 이가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질 것이라면서 걱정하지 말라고 전했다"고 밝혔다. 선동죄로 기소된 옹 옹 이에 대한 공판은 오는 22일로 예정돼 있다고 미얀마나우는 설명했다.

미얀마 군부는 형법 505조 a항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반군부 시위를 지지하는 자국 유명인사들을 탄압하고 있다. 미얀마 여배우 마이 토에 킨은 최근 자신의 트위터에 "그저 나의 일을 하고 진실을 말했을 뿐인데 체포영장이 발부됐다. 우리가 승리할 때까지 항상 미얀마 뉴스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군부는 지난 2월1일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아웅산 수치 고문과 핵심 정부 인사들을 구금하는 등 쿠데타를 단행하고 1년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또 재선거를 실시해 정권을 이양하겠다고 약속했다.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헌법에 따라 다음 총선이 비상사태 해제 뒤 6개월 이내에 치러질 것이라고 했지만 구체적인 시점은 밝히지 않고 있다. 쿠데타 후 군경의 폭력으로 희생된 시민 수는 700명을 넘어섰다.

박가영 기자 park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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