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전 대통령(왼쪽)과 장녀 노소영 관장. /조선DB |
노 관장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어제 또 한 고비를 넘겼다”며 “호흡 보조장치에 문제가 생겼던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소뇌위축증이라는 희귀병인데, 대뇌는 지장이 없어 의식과 사고는 있다. 이것이 더 큰 고통”이라고 했다.
그는 “한 마디 말도 못하고 몸도 움직이지 못한 채 침대에 누워 어떻게 십여 년을 지낼 수 있을까? 나는 한 달도 그렇게 살 수 없을 것 같다”고 했다.
이어 “때로는 눈짓으로 의사표현을 하시기도 하는데, 정말 하고픈 말이 있을 때 소통이 잘 되지 않으면 온 얼굴이 무너지며 울상이 되신다”며 “아버지가 우는 모습이다. 소리가 나지않는다”고 했다.
노 관장은 “어머니가 곁을 죽 지키셨다”며 “어머니의 영혼과 몸이 그야말로 나달나달해지도록 아버지를 섬기셨다”고 했다.
이어 “어느 소설에서도 이토록 서로를 사랑한 부부를 찾기 어려울 것 같다”며 “한 분은 침대에 누워 말 없이, 다른 한 분은 겨우 발걸음을 옮기면서도 매일 아침 견우와 직녀가 상봉하듯 서로를 어루만지며 위로하는 두 분을 보면 이것이 진정한 사랑이 아니라면 무엇이 사랑일까 싶다”고 했다.
노 관장은 “지상에서 아버지(그리고 어머니)께 허락된 시간이 앞으로 얼마나 남았는지 알 수 없지만, 아버지는 나에게 확실한 교훈을 주셨다. 인내심”이라며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버티고 계신 아버지를 뵈면, 이 세상 어떤 문제도 못 참을 게 없었다”고 했다.
이어 “참.용.기.(참고 용서하고 기다리라)가 아버지의 좌우명”이라며 “정말 어려운 길임에 틀림없다”고 했다.
1932년생으로 올해 89세인 노 전 대통령은 천식 등 지병으로 꾸준히 병원 치료를 받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호흡곤란을 겪었으나 곧 안정을 되찾아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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