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다시피 그 누구보다 주식 시장이 빠르게 움직였다. 지난 8일 오 시장이 직무를 시작하자 건설주가 일제히 올랐다. 대우건설(047040)7.86%, GS건설(006360)6.45%, 현대건설(000720)3.11%, , 대림건설3.21% 급등했다. 이는 오 시장이 민간 재건축, 재개발을 통한 주택공급을 내걸었기 때문이다. 부동산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주식 시장에 반영됐다.
일러스트=박상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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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오 시장은 선거 기간인 지난달 24일 "취임 일주일 안에 도시계획위원회를 열고 압구정·여의도·목동·상계동·자양동 등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풀겠다"고 말했다. 오 시장의 공약대로라면 서울에서 재건축 사업을 가로막은 근거로 활용됐던 여러 규제가 풀릴 전망이다. 특히 오 시장은 후보 시절 모두 36만 가구 신규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했다.
주식 시장은 냉정하다. 이전에도 투자자들은 여권의 유력 대권 주자였던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자 다른 유력 정치인 관련주를 빠르게 사들였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씁쓸하다’고 표현할지 모르지만 정치색과 상관없이 투자자들은 ‘성투(성공 투자)’를 위해서면 어김없이 돈이 흘러갈 쪽으로 방향을 튼다.
오 시장이 당선되면서 투자자들이 건설주로 몰려든 건 합리적인 판단으로 당연한 결과였다는 얘기다. 라진성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건설주는 선거 테마성으로 상승했다는 인식이 있는데, 실적 호조 전망과 함께 부동산 정책 리스크 감소 기대감으로 인해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내년 대선까지 부동산 리스크를 야기시킬 수 있는 정책, 즉 부동산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는 정책이 새롭게 나올 가능성이 작다"고 덧붙였다.
이런 주식시장을 두고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재밌는 표현을 썼다. 그는 "건설주를 시작으로 재보궐선거에서 여당이 참패하면서 ‘레임덕 포트폴리오’가 각광을 받을 것"이라며 "문 정권의 레임덕이 빨라질 수 있는 만큼 건설업종·원전업종·한국전력 등에 주목하라"고 말했다.
이 업종들은 문 정권에서 대표적으로 기를 못 펴고 있던 ‘피해 종목’이다. 문 정부가 연이은 부동산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규제 강화로 인해 건설업종 주가는 크게 하락했다. 지난 2·4 부동산 대책에서는 정부가 공급 확대를 내걸었지만 대부분 공공 주도라서 기존 건설사 입지가 좁아질 수가 있다는 예상으로 건설주가 약세로 돌아섰다.
또 문 정부는 ‘탈(脫)원전·탈석탄’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원전 건설 백지화는 물론, 원전 산업 수출 실적도 감소했다. 최근 탈석탄 정책과 코로나19로 인한 전력 수요 감소로 한국전력공사 산하 5개 발전 공기업이 지난해 3000억원에 가까운 순손실을 기록하기도 했다. 한국전력 주가는 연초 이후 12.23% 하락했다.
이 관계자는 "문 정권 레임덕이 빠르게 오면 이렇게 눌려있던 업종들이 규제정책 완화 기대감으로 오를 수 있다"며 "이번에 오 시장 당선 이후 건설주가 급등한 건 시장 투자자들이 레임덕 포트폴리오 냄새를 빠르게 맡았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다비 기자(dab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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