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과 2018년 모두 박원순에 내부 경선에서 패
인지도에 조직력 앞세웠지만 정권심판론 못 이겨
LH사태 직격탄…'박원순 프레임'까지 더해져 고전
내년 시장 재도전 가능성…존재감 타격 전망도
[서울=뉴시스]국회사진기자단 =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가 7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 1층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1.04.07. photo@newsi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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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한주홍 기자 = 서울시장 '삼수생'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결국 이번 도전에서도 고배를 마셨다. 4·7 재보궐선거는 사실상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의 승리로 돌아갔다.
8일 0시15분 기준 오 후보는 56.36%, 박 후보는 40.50%(개표율 50.14%)로 오 후보의 당선이 확실시된다.
박 후보는 7일 오후 10시께 개표 상황실이 차려진 당사를 찾아 "회초리를 들어주신 시민 분들께 겸허한 마음으로 모든 것을 받아들이면서 가야겠다"며 사실상 패배를 인정하는 소감을 밝혔다.
박 후보의 서울시장 도전은 이번이 세 번째다. 지난 2011년 당시 서울시장이었던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의 사퇴로 발생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로 선출됐지만 야권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당시 무소속이던 박원순 전 시장에게 경선에서 패배했다.
이후 2018년 지방선거에서 재도전했지만 당내 경선에서 박 전 시장에 밀려 2위에 그쳤다.
이번 재보선은 민주당에게는 처음부터 어려운 선거였다. 전임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성추행 의혹이 휩싸여 유명을 달리해 민주당에 유책으로 치러지는 선거였던 탓이다.
여기에 민주당은 이번 선거를 앞두고 '재보궐선거의 유책이 있는 경우 후보를 공천하지 않는다'고 규정했던 당헌을 스스로 뒤집으면서 공천을 결정해 도덕성에도 타격을 입었다.
민주당이 강력하게 박 후보를 소환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여성 후보라는 강점이 있는 데다 전국적 인지도까지 있는 박 후보는 여당의 승부수였다.
실제로 초반 기세는 좋았다. 출마 선언이 늦었지만 당내 경선에서 우상호 의원에 너끈하게 승리를 거뒀다.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경력을 살려 '일 잘하는 사람' 이미지를 부각했다.
[서울=뉴시스]국회사진기자단 =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4·7 재보궐선거일인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안국동 캠프 사무실을 찾아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1.04.07. photo@newsi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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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탄탄한 조직력도 강점이었다. 현재 서울 지역 국회의원 49명 중 41명, 서울시의회 의원 109명 중 101명, 구청장 25명 중 24명이 민주당 소속이다. 국민의힘에 비해 조직력의 우세가 압도적인 셈이다.
하지만 한국토지주택공사(LH) 땅 투기 의혹이 터지면서 상황이 급반전됐다. 야권 단일화 전 박영선·오세훈·안철수 3자 대결에서도 박 후보가 1위를 차지하지 않는 여론조사 결과까지 나왔다.
여기에 야권 단일 후보로 오세훈 후보가 선출되면서 야권은 단숨에 분위기를 탔다. 컨벤션 효과에 힘입어 오 후보와 박 후보 간 격차는 많게는 20%포인트까지 벌어졌다.
민주당과 박 후보는 오세훈 후보의 서울 내곡동 처가 땅 의혹을 집중 제기하며 상황을 반전시키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내곡동 관련 오 후보의 거짓말이 이어지고, 오 후보가 16년 전 처가 땅 측량 당시 참관했다는 증언까지 나왔지만 '정권심판론'을 뛰어넘지는 못했다.
여기에 '박원순 프레임'이라는 악재까지 겹쳤다. 박 전 시장 성추행 사건의 피해자는 공개 기자회견을 열고 박영선 캠프 내 남인순·진선미·고민정 의원을 문제 삼았다. 세 사람 지난해 박 전 시장 사건 당시 피해자를 '피해 호소인'으로 지칭해 논란이 일었다. 세 사람 모두 자진해 캠프에서 물러났지만 논란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아예 이번 재보선에서 여권의 금기어라 할 수 있는 '박원순'을 소환했다. 임 전 실장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박원순은 정말 그렇게 몹쓸 사람이었나"라며 예찬론을 폈다.
'집안 단속 실패'도 결정타였다.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여권이 주도한 '임대차 3법' 시행을 앞두고 전셋값을 올린 사실이 드러났다. '내로남불'의 전형으로 여론의 공분을 샀다. 이 같은 악재에 박 후보는 선거가 막바지로 치달을수록 고전했다.
한 민주당 의원은 "내곡동 사태로 우리가 어느 정도 따라잡는 추세가 생겼는데 김 전 실장 사태가 터진 이후에는 딱 스톱이더라"라며 "김 전 실장 사태는 선거에서 가장 큰 악재였다"고 평했다.
선거에서는 졌지만 박 후보의 정치적 미래가 어둡지만은 않다는 게 중론이다. 당장은 미래를 모색하기 어렵지만 '권토중래'의 시간을 갖고 돌아올 것이라는 게 대체적 평가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재도전, 당내 전당대회 출마 등도 점쳐진다. 박상병 정치 평론가는 "타격을 입긴 하겠지만 1년 반 뒤에 다시 서울시장 선거를 하니 기회가 있는 것"이라며 "그때까지 박 후보는 더 왕성한 정치활동을 하게 될 거다. 당내에서 민생대책위원장 등을 맡아 대선에 헌신하는 모습을 보이면 오히려 기회일 수 있다"고 말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이번 선거에서 박 후보가 나름대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파이팅했지 않았느냐"며 "내년 서울시장 재도전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엄 소장은 "박 후보는 원래 친문 적자는 아니지 않느냐. 이번 선거 과정을 통해 친문과 관계가 개선될 여지가 생겼고 스킨십도 넓어졌다"며 "이번 선거에서 졌다고 앞길이 어두워진 건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정치적 존재감에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한 평론가는 "당분간은 존재를 드러내기 어렵다. 정치적 존재감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대선 출마 등은 재보선에서 패배했으니 도전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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