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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이슈 양승태와 '사법농단'

“적폐 청산 광풍, 사법부까지 불어와” 양승태 재판서 작심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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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단이 객관적 판단 가로막아”

세계일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기소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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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두 달만에 재개된 재판에 출석해 “적폐 청산이라는 이름의 광풍이 사법부에까지 불어왔다”며 작심발언을 했다. 최근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과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이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터라 양 전 대법원장의 발언에 더욱 관심이 쏠린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5-1부(재판장 이종민)는 지난 2월 정기 인사로 재판부가 변경된 뒤 7일 처음으로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에 대한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에선 검찰 측이 공소사실을 재설명하고, 이에 대한 피고인 측의 입장을 듣는 절차가 이뤄졌다. 양 전 대법원장 변호인이 공소사실을 부인하는 취지의 답변을 마친 후 양 전 대법원장은 발언 기회를 얻어 자리에서 일어났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이른바 적폐 청산이라는 이름의 광풍이 사법부에까지 불어왔다”며 “자칫 형성된 예단이 객관적인 관찰을 방해하는 게 사법이 가장 경계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서울중앙지법 형사32부(재판장 윤종섭)가 이 전 기조실장과 이 전 상임위원에게 유죄를 선고하며 일부 혐의에 양 전 대법원장이 공모했다고 밝힌 것을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그는 이어 “얼마 전 검찰 고위 간부가 모종의 혐의로 수사받자 수사심의위 소집을 요구하며 ‘수사상황이 시시각각 유출되고 수사관계인에 의해 수사 결론이 계속 제시되고 있는 상황에서 공정한 수사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이야기했다”며 “이 사건은 실시간으로 중계방송되고 있다고 표현될 정도로 쉬지 않고 수사 상황이 보도됐고, 그 과정에서 모든 정보가 왜곡됐다. 일반 사회에서는 마치 (판사들이) 직무수행 과정에서 상당한 범행·범죄를 저질렀다는 생각에 젖어 들게 됐다”고 비유했다. 양 전 대법원장이 언급한 검찰 고위 간부는 한동훈 검사장으로 해석된다. 한 검사장은 지난해 검언유착 사건에 연루돼 수사를 받던 중 수사심의위 소집을 요청한 바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은 “과거에 형성된 예단이 객관적인 정확한 판단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점을 걱정하고 있다”며 “새로운 재판부가 그런 상황을 혜량해 이 사건의 본질이 뭔지, 이 사건의 실질적 내용이 어떤 것인지 정확하게 판단해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이날 검찰 측은 첫 공판 때와 마찬가지로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과 함께 사법행정권을 남용해 재판 독립을 침해할 수 있는 위법·부당한 지시를 실행했다”며 이들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정점에 있다는 주장을 재확인했다.

이희진 기자 he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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