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오, 장자연 사건 거짓증언후 도피
법무부 중앙지검 서울경찰청 등
범죄인 인도 청구해놓고 팔짱만
법조계 “정권 눈치 보느라 안보내”
2019년 4월 8일 오전 장자연 사건 증언자인 윤지오씨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회의실에서 열린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윤지오(가운데 흰색자켓) 왼쪽은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이덕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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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정부가 ‘장자연 사건’과 관련해 거짓 증언 및 기부금 전용 의혹을 받고 도피 중인 윤지오씨 한국 송환에 필요한 자료를 한국 정부에 요청했지만, 정부는 6개월째 이를 회신하지 않고 사실상 방관하는 것으로 6일 확인됐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작년 2월부터 윤씨에 대한 범죄인 인도 청구를 진행 중인 법무부는 작년 10월 캐나다 사법 당국으로부터 윤씨의 기부금 전용 혐의(사기·기부금품모집법 위반) 등을 입증할 보완 자료를 보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법무부는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 허인석)에 자료 조사를 맡겼고, 검찰은 작년 11월 윤씨를 수사하는 서울경찰청 사이버안전과에 관련 자료 송부를 요청했다. 경찰은 지난 1월 검찰이 요청한 자료를 보냈다. 하지만 검찰은 경찰에 자료 보완을 요청하며 아직 캐나다 측이 요구한 자료를 보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캐나다에서 요구한 수준의 자료에 못미쳐 자료 전달이 늦어지게 됐다”고 했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범죄 자료 요청 하나를 가지고 반년이 걸리는 건 비상식적”이라며 “법무부·중앙지검·서울경찰청 각자 정권 눈치를 보느라 서로 ‘폭탄 돌리기’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법조계에서는 “청와대와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조사단)의 ‘기획사정 의혹’ 수사를 늦추려는 의도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경찰이 검찰에 윤씨 자료를 넘긴 지난 1월은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변필건)가 조사단의 윤중천 면담 보고서 조작·유출 의혹 수사를 본격화한 시점이다. 검찰은 ‘버닝썬 사건’을 덮기 위해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 등이 조사단 이규원 검사와 공모해 윤중천씨 면담 보고서를 조작, ‘김학의 의혹’에 불을 지핀 것으로 보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장자연 사건’ 역시 조사단에서 왜곡·유출이 있었다고 의심하고 수사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윤씨는 이 사건 핵심 증인 역할을 했기에 왜곡·유출 혐의 수사를 위해선 윤씨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지만 윤씨가 캐나다 도피 중인 탓에 수사에 차질을 빚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씨는 2019년 초 조사단에 자신이 고(故) 장자연씨 생전 동료라고 주장하며 “‘장자연 리스트'를 직접 봤다” “장씨가 약물에 취해 성폭행을 당했다” 등의 증언을 하고, 각종 친여 매체 인터뷰에 출연해 이를 이슈화했다. 하지만 이후 거짓 증언, 기부금 전용 의혹 등으로 고소·고발을 당해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2019년 4월 캐나다로 출국했다.
경찰 관계자는 “검찰이 보완 요청한 자료는 이른 시일 내에 검찰에 넘기겠다”고 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외교 관계상 비밀 유지 의무와 향후 절차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답변하기 어렵다”고 했다.
[표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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