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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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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의 촉] ‘여야접전' 불가능한 4가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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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선-오세훈 초접전? “지난해 총선과 올해 보궐선거, 4가지 이유에서 다르다”



4·7 재·보궐선거의 사전 투표율이 역대 재보선 최고치인 20.54%입니다.

민주당은 “경험상 사전 투표율이 높아서 불리한 적은 없었다”면서 지지층 결집 효과로 분석했습니다. 국민의힘은 “시민들의 분노가 표출된 것”이라며 정권 심판론이 반영됐다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시청자 여러분은 어느 쪽에 동의하십니까. 사전투표 분위기로 봐서 승패가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여론조사 공표 금지, 이른바 블랙아웃이라고 하는데요, 그직전 여론조사 나온 조사를 보면 국민의힘의 대승입니다. 서울·부산시장 모두 20%포인트 안팎의 격차로 야당이 앞서 있습니다. 여론조사 말고도 저는 이번 보궐 선거 승패를 예측할 수 있는 저만의 방법이 있습니다.

1년 전과 비교하는 겁니다. 몇가지 키워드를 가지고 작년 총선과 비교해보겠습니다.

먼저 대통령이라는 키워드입니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은 50%를 훌쩍 넘었습니다. 여당 후보들은 ‘대통령 팔이’에 나섰습니다. 문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을 내세웠습니다. 친문인사라는 점을 앞다퉈 강조했습니다.

이런 문 대통령은 총선 하루 전 “긴급재난지원금 신청을 미리 받으라”며 측면지원했습니다. 그런데 요즘 재보선 유세 현장에는 ‘문재인 대통령’이란 말이 사라졌습니다.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잘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30%대 초반 지지율 보이는 문 대통령, 아마 선거가 끝나면 20%대 지지율을 기록할 겁니다. 지지율에 2자가 들어가면 그때부터 빼도박도 못하는 레임덕입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일 사전투표했습니다. “수고한다”는 한마디 말을 남긴 채 5분 만에 조용히 투표장을 떠났습니다.

그 다음 키워드는 ‘샤이' 지지층입니다. 작년 총선전 야당이 입만 열면 했던 말이 ‘샤이 보수’입니다. 기대를 걸었지만 헛된 꿈이었습니다. 이번엔 여당이 ‘샤이 진보’를 말합니다. 박영선 후보 어제 이렇게 말합니다. “조그만 소리로 저한테 와서 ‘투표하고 왔다, 너무 걱정말라’고 했다” “‘샤이 진보’가 굉장히 많이 있고 여론 조사 상에서도 전화를 받지 않았을 확률이 높다고 보고 있다,” 사실 이말에서 진보를 보수로 바꾸기만 하면 작년 총선때 야당이 하던 얘기 그대로입니다.

세번째 키워드는 ‘X맨’입니다. 작년 총선 때 야당 지도부는 선거를 앞두고 연일 엇박자를 냈습니다. 당시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와 김종인 선대위원장은 박자가 맞지 않았습니다. 공천을 두고도 그랬습니다. 선거직전 세월호 막말 논란이 벌어졌습니다. 이 후보를 제명하는 문제를 두고 서로 X맨이라고 손가락질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여당에 X맨들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고민정 민주당 의원 등입니다. 임 전 실장은 이번 선거가 박원순 성추행으로 치러진다는 걸 굳이, 여러 번 사람들에게 리마인드 시키고 있습니다. 피해호소인 고 의원은 ‘최악의 감성팔이’로 매를 법니다. 보궐선거 현수막에 특정정당을 떠올리기 때문에 내로남불, 위선, 무능이라는 말을 써서는 안된다는 선관위는 어떻습니까. 민주당이 내로남불, 위선, 무능 정당이라는 걸 만방에 홍보하는 선관위, 정말 X맨 아닙니까.

마지막 키워드는 코로나 입니다. 작년 총선 때만 해도 코로나 방역이 어느정도 성공하면서 선거 분위기를 여당에게 유리하게 이끌었습니다. 여기에 재난지원금까지 더해졌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떻습니까. 방역 피로도는 갈수록 심해지는데 코로나 백신 접종에선 정부 무능이 드러났습니다. 지난달 말 기준 한국의 인구 100명당 백신 접종률은 1.62명으로 세계 최하위권(111위)입니다. 부랴부랴 4차 재난지원금을 뿌리고 있지만 약발은 예전 같지 않습니다.

다급해진 여당은 부동산 정책 뒤집기에 나서고 있습니다. 공시가격 시가 반영의 속도를 조절한다고 합니다. 서민 실수요자에 대한 대출 규제 완화를 검토한다고 합니다. 여당 후보는 공공 개발지에도 민간 재개발·재건축을 허용하겠다고 했습니다. 민주당 선대위원장은 연일 “잘못을 통렬히 반성한다”고 합니다. 사실 문정부가 반성하고 뒤집을 것이 어디 부동산 정책 뿐이겠습니까.

경제학을 거스르는 소득 주도 성장 정책을 밀어붙였습니다. 엄청난 부작용으로 많은 국민을 힘들게 했습니다. 탈원전 정책은 세계가 부러워하던 우리 원전 산업 경쟁력을 초토화시켰습니다.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다 정부 부처를 동원해 조작까지 벌였습니다. 선거법을 야당 반대를 무시하고 강행 처리했습니다. 검찰을 무력화시키려고 공수처를 억지로 만들고 나라의 형사 사법 체계를 누더기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선거가 닥치고 지지율이 폭락하니까 반성한답니다. 표를 달라고 하는 것 국민들이 모르겠습니까.

정말 국민에게 용서를 구하는 심정이라면 자신들이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책 하나하나에 대해 어떤 점이 잘못됐으며, 어떻게 고쳐 나갈 것인지 밝혀야 합니다. 아니면 임시방편 거짓말일 뿐입니다.

선거는 이번만이 아닙니다. 바로 1년 뒤가 대선입니다.

지금같은 태도로 입에 발린 사과를 거듭한다면, 내년 대선은 어찌될까요?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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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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