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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이슈 미얀마 민주화 시위

"눈뜨니 총든 경찰, 꿈인줄"…미얀마 시위대가 전한 구금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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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홍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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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7일 양곤에서 반 쿠데타 시위가 군경에 의해 진압되자 시위대가 달아나고 있다. /사진=로이터/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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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떴을 때 경찰이 우리 앞에 총을 들고 서 있었어요. 꿈인 줄 알았는데 현실이었습니다."

지난 2월 1일 미얀마의 군부 쿠데타가 시작된 이래 군경의 총 끝은 미얀마 국민을 향했다. 시민들의 일상은 초토화됐고 어린 아이를 포함해 수백명의 죄없는 목숨이 스러졌다. 그럼에도 산 채로 시민을 불 태우는 등 군경의 잔혹한 행태는 끝나지 않았다. 그저 군경에 항의했다는 이유만으로 구금된 시위대도 부지기수다.


80명이 한 방에… 총상 입은 상태로 투옥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은 같은 달 3일 시위 도중 체포돼 수도 양곤 감옥에 구금됐던 시위자들을 인터뷰했다.

흐닌(여·23)씨는 지난달 3일 양곤에서 군부에 항의하는 시위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400여명의 젊은이들과 함께 체포됐다. 그는 "눈을 떴을 때 경찰이 우리 앞에 총을 들고 있었다"며 "꿈인 줄 알았지만 피할 수 없는 현실이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들은 군경의 강요로 세부 인적사항을 기록한 뒤 인세인 교도소에 투옥됐다. 인세인 교도소는 과거 식민지 시대 고문이 자행된 악명 높은 곳이다. 흐닌이 있던 방에는 80여명의 수감자들이 모여있었고 모기떼가 드글거렸다. 시간이 흐를수록 더 많은 이들이 들어왔다. 흐닌은 "어떤 사람들은 의식을 잃기도 했다"며 참상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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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4일 양곤에서 일어난 시위 현장. /사진=로이터/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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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닌의 방에는 16살 정도로 보이는 청소년도 있었다. 흐닌은 또 다른 젊은 여성이 이마에 고무탄을 맞은 상태로 들어왔고, 한 중년 여성은 등과 얼굴 등에 총상을 입은 채 투옥됐다고 밝혔다. 의료진의 방문이 있었지만 창살을 통해서만 겨우 치료가 이루어졌다. 흐닌은 "왜 그들(의료진)이 안에 들어오지 않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남성 시위자들은 주먹과 곤봉 등으로 구타를 당하기도 했다.


"주소 알고 있다. 가족이 위험해질 것" 협박까지

지난달 24일 흐닌과 함께 석방된 또 다른 여성(19)은 4개의 화장실 중 한 곳만 사용 가능한 감방에서 80여명의 시민들과 함께 생활했다고 전했다.

특히 풀려날 당시 한 고위 경찰 간부는 그에게 "일반 시민이 아닌 경찰이 피해자"라며 "당신들 주소를 알고 있다. 또 밖으로 나온다면 가족들이 위험해지고 최소 3년은 수감될 것"이라고 협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폴란드 사진기자 로베르트 보시아가(29)는 같은 달 11일 샨주의 주도 타웅지에서 일어난 시위를 기록하려 현장으로 향했다. 그는 당시 한 군인이 돌진해 그의 머리와 오른팔을 곤봉으로 내리쳤다고 말했다. 군인들은 보시아가의 오토바이를 부수기도 했다.

그럼에도 보시아가는 "나는 미얀마 시민들보다 더 나은 대우를 받은 것이다. 미얀마 시민들은 나보다 훨씬 더 나쁜 위치에 놓여있다"고 우려했다.


감옥에 있는 시간 고통스러웠지만… "민주주의 위해 투쟁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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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양곤에서 일어난 반쿠데타 시위 도중 동료 시위자가 머리에 총상을 입자 울부짖는 한 남성의 모습. /사진=로이터/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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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닌은 위험을 무릅쓰고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온 마음을 다해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겠다"면서 "나 자신과 국가를 위한 가장 좋은 방법에 대해 생각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얀마 인권단체 정치범지원협회(AAPP)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미얀마 시민 2608명이 구금됐으며 521명이 군경의 총에 목숨을 잃었다. 그럼에도 시민들은 민주주의를 되찾기 위한 싸움을 지금도 멈추지 않고 있다.

홍효진 기자 jin855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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