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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미얀마 민주화 시위

유엔 특사 “미얀마 피바다 될 것”…안보리 성과없이 끝난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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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진영, 소수민족 우대하는 정부·헌법 발표

군부는 돌연 소수민족 무장단체에 휴전 발표


한겨레

지난 31일 미얀마 북동부 카렌주에서 카렌족 시민들이 쿠데타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카렌/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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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미얀마 특사가 “미얀마가 곧 피바다가 될 것”이라며 국제 사회의 신속한 개입을 촉구했다. 미얀마 군부가 진압 강도를 높여가는 가운데, 소수민족 무장단체들이 반군부 투쟁에 속속 나서는 상황을 우려한 것이다. 긴급 소집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도 별 성과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 통신과 <시엔엔>(CNN) 등 보도를 보면, 지난 31일(현지시각) 크리스티네 슈라너 부르게너 유엔 미얀마 특사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비공개 화상회의에서 “미얀마 군부의 잔혹 행위가 심각하고 소수민족 무장단체 여럿이 군부에 반대한다는 뜻을 명확히 밝히고 있어 전례 없는 규모로 내전이 벌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피바다가 임박했다”며 “더 이상의 만행을 막지 않으면, 세계는 지금 예방하는 것보다 장기적으로 훨씬 큰 비용을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쿠데타 발생 두 달이 지난 미얀마의 상황은 계속 악화하고 있다. 부르게너 특사가 인용한 미얀마 인권단체 정치범지원협회(AAPP)의 집계를 보면, 미얀마에서는 지난 2월 쿠데타 이후 536명이 숨지고 2729명이 체포됐다. 특히 지난달 말부터 군부의 진압 강도가 높아지면서 최근 일주일 새 200여명 이상 목숨을 잃었다.

지난 31일 긴급 소집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도 즉각적인 합의를 내놓지 않은 채 막을 내렸다. 익명을 요구한 한 외교관은 “언론 발표문은 나올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제한적 내용이 담길 것이라고 말했다고 <시엔엔>(CNN)이 전했다. 미얀마 군부에 대해 방어적인 중국이 이번에도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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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네 슈라너 부르게너 유엔 미얀마 특사.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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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민족 무장단체에 대해, 민주진영과 군부의 구애 경쟁이 진행되고 있다. 미얀마 민주진영은 1일 소수종족 무장단체를 포함한 국민통합정부 출범을 선언했다. 미얀마 여당이었던 민주주의민족동맹(NLD) 출신 인사를 주축으로 꾸려진 ‘연방의회 대표위원회’(CRPH)는 군사정권 때 제정된 기존 헌법을 폐기하고 소수민족의 권익 보장 등을 담은 과도헌법을 선포했다. 다만 이 조직에 소수민족 무장단체 중 어디가 참여하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에이피>(AP) 통신은 상징적 의미를 가진 이 과도헌법이 소수종족 무장단체들에 대한 민주진영의 구애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얀마 군부는 지난 31일 소수민족 무장단체들에 대해 갑자기 한달간 일방적인 휴전을 선언했다. 미얀마 국영방송 <엠아르티브이>(MRTV)에 방송된 성명에서 군부는 무장단체들에 “평화를 유지하라”며 “4월1일부터 30일까지 작전을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군부는 안보와 행정을 훼손하는 행위는 예외라며, 시민들의 쿠데타 반대 운동에 대해서는 계속 강경 진압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군부가 무력을 보유한 소수민족 무장단체와 비무장인 시위대를 따로 나눠 상반된 대응에 나선 것이다.

최근 미얀마 군경은 소수민족 무장단체들과 직접적으로 충돌했다. 북부 카친주의 카친독립군(KIA)은 지난 31일 새벽 카친주의 쉐구 마을에서 경찰서를 습격해 무기를 탈취했고, 남동부 카인주의 카렌민족연합(KNU)도 지난 27일 ‘미얀마 국군의 날’에 군 초소를 습격해 정부군을 사살했다. 라카인족 자치를 주장하는 아라칸군(AA)도 지난 30일 미얀마민족민주주의동맹군(MNDAA)과 타앙민족해방군(TNLA)과 함께 “반군부 투쟁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미얀마의 무장단체 10여곳 가운데 5곳이 최근 군부와의 대결을 잇달아 선언한 것이다. 무장단체들은 미얀마 군부의 일방적인 휴전 선언에 대해 아직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한편, 미얀마 양곤의 신한은행 지점에서 일하는 한 현지인 직원이 지난 31일 머리에 총격을 받고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 직원은 회사에서 제공한 차를 타고 퇴근하던 중 차량 바깥에서 발사된 총을 맞고 쓰러졌다. 총격은 당시 주변에 있던 미얀마 군경이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은행 관계자는 “딱 한 발이었는데, 그녀가 맞았다”고 말했다고 <미얀마 나우>가 전했다. 신한은행은 “위기상황을 3단계로 올리고 현지인 직원과 주재원들의 안전을 위해 양곤지점을 임시폐쇄 조치하고 전직원을 재택근무로 즉각 전환했다”고 밝혔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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