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장단체·군부 충돌 예고에
노르웨이·싱가포르도 권고
미얀마의 소수민족 무장단체들이 군부 쿠데타 세력에 맞서 연대를 선언했다. 정세 불안이 심화되면서 미국 정부는 미얀마에 주재하는 비필수 업무 공무원과 가족들에게 철수를 명령했다.
미 국무부는 30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미국 정부의 직원과 그 가족의 안전을 위해 버마(미얀마의 옛 이름)에서 철수하라고 명령하기로 했다”며 “미국 국적 민간인도 우리의 최우선 고려 순위”라고 밝혔다. 미국 정부는 지난달 비필수 업무 공무원과 가족들의 자발적 철수를 권고한 바 있다. 독일 정부도 이날 자국민에게 유혈사태 악화 가능성을 이유로 가능한한 빨리 미얀마를 떠나라고 권고했다.
앞서 노르웨이 외교부는 전날 성명을 통해 “상황은 예고없이 변할 수도 있다”며 자국민들에게 미얀마를 떠날 것을 촉구했다. 싱가포르도 이달 초 미얀마 현지를 떠날 것을 권고했다.
미얀마 군부가 진압의 강도를 갈수록 높이고 있고 소수민족은 무력대응을 선언한 상황이어서 외국인들의 미얀마 철수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AP통신에 따르면 군부는 30일에도 미얀마 소수민족 카렌족이 거주하는 동부 카렌주를 공습했다. 앞서 군부는 카렌족 무장단체인 카렌민족해방군이 군 초소를 습격하자 공습으로 대응한 바 있다. 이 공습으로 카렌주에서만 약 1만명의 난민이 발생했다. 카렌족을 대표하는 정치단체인 카렌민족연합은 “이번 공습으로 미얀마 군부가 휴전협정을 파기했다”며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수민족 무장단체들도 속속 군부에 맞서 싸울 것을 결의하고 있다. 미얀마에는 각각의 소수민족을 대표하는 무장단체만 20개가 넘는다. 이들은 그간 국경지역에서 민족의 자치권 등을 요구하며 군부와 전투를 벌여왔다. 소수민족 라카인족(아라칸족)의 무장단체인 아라칸군과 타앙민족해방군, 미얀마민족민주주의동맹군 등 3개 무장단체는 30일 공동 성명을 통해 군부가 시민에 대한 살인을 멈추지 않으면 “봄의 혁명”에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영국 기반의 제인스 인텔리전스 컴퍼니의 안보전문가 앤서니 데이비스는 로이터통신에 미얀마 내 소수민족 무장세력들이 모두 힘을 합치면 병력이 7만5000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군부의 악몽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1980년대 말부터 군부는 국경지역에서 민주화세력과 연합한 소수민족 무장세력과의 전투를 오랜 기간 전개한 바 있다. 다만 소수민족 간의 분쟁과 서로 다른 이해관계는 통합의 장애물로 꼽힌다. 미 외교전문지 더 디플로맷은 “서로 다른 세력들이 수십년간 쌓여온 불신을 극복하고 다양한 이해관계를 연결하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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