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구 배너, 선거법위반 아니지만 가려라"…선관위 왜이러나

[머니투데이 안채원 기자, 서진욱 기자]

지난 19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주민센터의 마포 1번가 홍보 배너(왼쪽)와 29일 서교동 주민센터의 마포 1번가 홍보 배너(오른쪽) 모습./사진촬영=안채원, 조준영 기자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가 더불어민주당 심볼 색과 숫자를 이용한 디자인으로 논란을 빚은 '마포 1번가' 홍보 배너에 대해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으니 선거 기간 중 가려두라"는 모호한 답변을 유선상으로만 내놓은 것으로 드러나 편파 의혹이 커지고 있다.

31일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선관위는 '선관위에서 마포구청으로 송부한 공직선거법 위반 여부 검토결과 공문을 보내달라'는 허 의원 요구에 "마포구청으로 송부한 공문은 없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다만 해당 시설물은 선거기간 중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으므로 철거하거나 가리도록 마포구청에 유선 안내했다"고 밝혔다.

마포구청은 지난 24일 한 시민의 신고로 선관위로부터 수정 권고를 받고 해당 배너의 숫자 1 부분을 흰색 스티커로 가린 채 운영해왔다. 이후 논란이 커지자 전날(30일) 배너를 모두 철거했다.

선관위가 공식 답변서도 남기지 않은 채 마포구청에 유선상으로만 안내 조치를 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선거법 위반이 아니라고 하면서도 '오해의 소지'를 언급하며 철거를 권고해 앞뒤가 맞지 않는 판단이란 비판이 제기된다.

허 의원은 "공정선거의 모범이 돼야 하는 지방자치단체가 여당의 상징색과 기호를 활용한 안내판을 부착해 민원인의 지적을 받았다"며 "그런데 적극적인 대처를 해야 할 선관위는 현장 확인은커녕 마포구청에 전화 한 통화를 해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으므로 철거하거나 (기호를)가리라'고만 했다. 마포구청은 선거 중립을 포기했고, 선관위는 공정 선거관리를 포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선관위는 "갑자기 부착된 홍보 배너가 아니고 이전부터 마포구의 행정 정책을 홍보해오기 위해 부착돼 있던 배너이기 때문에 선거법 위반 의도가 있었다고 보지 않았다"며 "그러나 선거 기간인 만큼 오해의 소지가 있기 때문에 숫자를 가리거나 철거하는 게 좋겠다고 말씀을 드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관위의 편파성 논란은 4·7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반복되고 있다. 앞서 선관위는 서울 택시 150대에 투표 독려를 위한 파란색 계열의 투표 독려 래핑 홍보물을 부착했다가 논란이 일자 이를 중단했다. 선관위는 서울시 교통방송의 '일(1)합시다' 캠페인이 1번을 연상시키는 문구라는 지적이 많았음에도 사전선거운동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려 야당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의혹이 커지자 이날 오전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 등 당 서울시장 선거대책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선관위를 항의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전 의원 등은 "선거 관리에 있어서 제일 중요한 것은 공정성과 중립성이다. 그런데 이번 보궐선거에서 유독 선거관리위원회가 유례없이 '여당에 유리한 결정, 원칙 없는 고무줄 결정'을 남발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이들은 마포구청 사례를 언급하며 "마포구청은 정책 홍보물이기 때문에 선거법상 문제는 없다고 하다가 논란이 되자 결국 30일 배너를 철거했다"며 "일련의 상황들을 보면 선관위가 여당에는 유리하게, 야당에는 불리하게 선거법 잣대를 적용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강한 의구심이 든다. 최근 발생한 선관위의 공정성, 중립성 논란은 선관위가 스스로 자초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안채원 기자 chae1@mt.co.kr, 서진욱 기자 sj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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