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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이슈 미국 흑인 사망

플로이드 첫 재판날, 시위 무서워 나무벽 세운 美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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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9분 29초 동안 목 짓눌러

“플로이드, 물고기처럼 죽어갔다”

조선일보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헤너핀카운티 정부 건물 주변에 28일(현지 시각) 나무 벽이 둘러져 있다.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를 체포하는 과정에서 목을 눌러 숨지게 한 전 경찰관 데릭 쇼빈에 대한 첫 재판을 하루 앞두고 시위가 일어날 경우를 대비한 것이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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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흑인 조지 플로이드를 체포하는 과정에서 무릎으로 목을 눌러 숨지게 한 전직 경찰 데릭 쇼빈에 대한 첫 재판이 29일(현지 시각) 열렸다. 플로이드 사건은 작년 미국 사회에 대규모 인종 차별 항의 시위를 촉발했다. 재판에서 검찰 측은 목격자 증언 등을 내세워 “경찰이 플로이드를 과잉 진압해 살해했다”고 주장한 반면, 변호인 측은 “경찰이 훈련 받은 대로 했을 뿐”이라고 맞섰다.

뉴욕타임스(NYT) 등 주요 외신들은 2·3급 살인, 2급 과실치사 등 3가지 혐의로 기소된 데릭 쇼빈에 대한 재판이 이날 미네소타주 헤너핀카운티 지방법원에서 개시됐다고 보도했다.

이날 쇼빈의 기소를 담당한 제리 블랙웰 검사는 “플로이드가 사망한 날, 쇼빈은 (경찰) 배지를 배반했다”며 “그는 플로이드의 생명이 쥐어짜져 빠져나갈 때까지 으스러뜨렸다”고 주장했다. 블랙웰 검사는 법정에 설치된 스크린으로 플로이드를 진압할 당시 영상을 보여주며 배심원들에게 “여러분의 눈을 믿으십시오. 이것은 살인입니다”라고 말했다. 이날 플로이드가 목을 짓눌린 시간은 기존에 알려진 8분46초보다 더 많은 9분29초로 확인됐다.

검찰 측 증인들도 쇼빈의 진압 행위가 과도했다는 증언을 쏟아냈다. 사건 당시 플로이드의 체포 장면을 911 신고센터에서 영상으로 지켜보다가 경찰에 연락한 911 접수원 제나 스커리는 “무엇인가 옳지 않다는 직감적 본능을 느꼈다”며 “내가 이때처럼 경찰에 연락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했다. 현장을 목격했다는 도널드 윌리엄스는 “당시 나를 포함한 사람들이 우려를 전했지만 쇼빈은 무릎에 힘을 주어 플로이드의 목을 졸랐다”며 “그는 눈알이 머리 뒤로 돌아가며 자루 속 물고기처럼 죽어갔다”고 증언했다.

반면 쇼빈의 변호인인 에릭 넬슨 변호사는 “쇼빈은 19년의 재직 기간에 걸쳐 훈련받은 대로 했을 뿐”이라며 “물리력을 사용하는 건 치안 유지를 위해 필수적이다”고 했다. 또 플로이드 부검 결과, 무릎에 짓눌려 질식했다는 분명한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그의 사인(死因)이 약물 중독과 심장병, 고혈압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에선 경찰이 공권력 사용을 이유로 유죄를 받는 경우가 드물다. 이 때문에 이번 재판 결과가 “미국 사법 체계와 인종차별 문제에 대한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로이터통신)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가디언에 따르면 쇼빈은 2급 살인 혐의에 대한 유죄가 인정될 경우 최대 40년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4월 말~5월 초 쯤 배심원단 평결이 나올 전망이다.

[임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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