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선수 의존 줄이고 임동혁·오은렬·조재영 등 성장 독려
'다혈질 성격'으로 승부사 기질…옐로카드 6장에 세트 퇴장도
로베르토 산틸리의 작전 지시 |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남자 프로배구 대한항공의 로베르토 산틸리(56) 감독은 지휘봉을 잡자마자 17번째 시즌을 치른 V리그에 굵직한 이정표를 세웠다.
역대 남자부 첫 외국인 사령탑으로 첫 시즌에 팀을 정규리그 1위로 이끌었다.
국내 감독들도 첫 시즌엔 선수 파악에 적지 않은 시행착오를 겪는 점을 고려하면, 대한항공에 국가대표급 선수들이 즐비하다 하더라도 처음 마주한 선수들을 데리고, 생소한 V리그에서 팀을 챔피언결정전에 올려 둔 산틸리 감독의 지도력을 낮게 볼 순 없다.
2002년 이탈리아 21세 이하 남자 대표팀을 이끌고 유럽선수권대회 우승을 차지한 산틸리 감독은 2017∼2018년에는 호주 남자 국가대표팀을 지휘했다.
대한항공으로 오기 전 프로 무대에서는 이탈리아, 폴란드, 러시아, 독일 리그에서 감독을 지냈다.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산틸리 감독 |
산틸리 감독은 부임 직후 기자 회견에서 대한항공의 팀 구성과 선수들을 수준을 높게 평가하며 기술, 집중력, 센터진의 실력 배양 등을 가미하면 더 나은 팀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2016∼2018년 3년 연속 V리그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조기 종료된 2019-2020시즌엔 우리카드에 이어 정규리그 2위를 차지한 강팀 대한항공은 산틸리 감독의 지도로 2년 만에 정규리그를 제패했다.
대한항공의 관계자는 "산틸리 감독을 통해 유럽 스타일의 선진 구단 시스템을 팀에 구축하자는 목표를 어느 정도 이뤘다"며 "그간 아쉬운 부분으로 생각했던 특정 주전 선수들에게만 크게 의존하던 팀 스타일이 해소되는 과정에서 새로운 선수들을 발굴했고, 팀을 이끌고 갈 다음 세대들이 좋은 경험을 쌓았다"고 평가했다.
포효하는 대한항공 임동혁 |
실제 무릎 통증으로 팀을 떠난 외국인 선수 안드레스 비예나를 대신해 '토종 거포' 임동혁이 눈에 띄게 성장했다.
28일 현재 프로 4년 차 임동혁의 출전 세트 수는 지난 시즌보다 40세트 가까이 증가한 117세트에 달하고, 지난 세 시즌 총 득점의 4배가 넘는 477점을 올려 대한항공의 고공비행에 힘을 보탰다.
리베로 오은렬, 센터 조재영, 왼쪽 아킬레스건 파열로 아쉽게 시즌을 일찍 마친 센터 진지위 등이 몰라보게 자란 선수들로 꼽힌다.
대한항공 구단은 산틸리 감독의 색다른 접근 방식으로 정지석의 경기를 풀어가는 노련미가 더욱 좋아졌다고 분석했다.
대한항공은 비예나의 부상과 새 외국인 선수 요스바니 에르난데스로 교체 시기에는 거의 매 경기 5세트까지 가는 혈투를 벌이며 고전하다가 요스바니 합류 후 본격적으로 비상한 끝에 1위로 결승선을 끊었다.
산틸리 감독은 요스바니를 레프트로 기용하다가 조직력이 살아나지 않자 라이트로 돌리는 전술 변화로 우리카드의 추격을 밀어내고 5연승을 질주하며 챔피언결정전 직행을 확정했다.
항의하는 대한항공 산틸리 감독 |
분을 참지 못하는 산틸리 감독의 '다혈질' 성격은 선수들의 승리욕을 자극하면서 색다른 볼거리를 주기도 했다.
그는 시즌 초반 심판의 판정에 적극적으로 항의하면서 고성을 지르기도 했고, 때론 상대 팀을 배려하지 않아 '비매너' 논란을 자초하기도 했다.
한국전력과의 4차례 경기를 포함해 총 7차례 주심의 카드를 받았다.
6번은 노란색이었고, 12월 31일 한국전력과의 경기에선 급기야 빨간색 카드를 받아 3세트에서 퇴장당하기도 했다.
현장 동업자들의 불만과 그간 신사적인 구단 이미지를 고려해 대한항공은 산틸리 감독에게 도를 넘은 항의는 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이후 산틸리 감독의 다혈질 항의는 점차 사라졌다.
아직 챔피언결정전이 남아 있지만, 대한항공은 팀에 긍정적인 바람을 몰고 온 산틸리 감독과의 재계약을 정규리그 종료 시점부터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산틸리 감독은 대한항공과 1년 계약했다.
cany99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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