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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미얀마에서 군의 무차별 총격으로 어린이를 비롯한 시민들이 대거 학살당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유엔 등 국제사회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각국의 미얀마 사태에 대한 대응을 보면, 폭력 진압을 규탄하는 성명을 내거나 개별적인 제재에 나서는 게 대부분이고 정작 군부를 압박할 만한 실효성 있는 조치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8일(현지 시간)에도 국제사회에서는 미얀마 군부의 시민 학살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미셸 바첼렛 유엔 인권최고대표와 앨리스 와이리무 은데리투 유엔 대량학살방지 특별자문관은 “우리는 미얀마군의 평화 시위대를 향한 광범위하고 치명적이며 조직적인 공격을 강하게 규탄한다”며 “군부는 자신들이 보호해야 할 사람들에 대한 살인을 즉각 멈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이날 기자들을 만나 미얀마 사태에 대해 “끔찍하고 충격적”이라며 “내가 받은 보고를 토대로 볼 때 끔찍하게 많은 사람들이 완전히 불필요하게 살해됐다”고 말했다.
현지 매체와 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미얀마군의 날’이었던 27일 하루 동안 군경의 총격으로 114명이 숨졌고 이중엔 어린이도 여러 명 포함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도미니크 라브 영국 외무장관도 각각 트위터에서 군부의 폭력과 유혈사태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한국과 미국 등 12개국의 군 합동참모본부 역시 미얀마 군부의 무력 사용을 규탄하는 공동성명을 냈다.
그러나 이처럼 개별적으로 규탄의 목소리만 내는 방식의 대응은 실질적인 행동이 결여된 ‘말의 성찬’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가장 중심을 잡고 이번 사태에 대처해야 할 유엔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지금까지 안토니우 구테흐스 사무총장과 미얀마 특사, 인권대표 등의 규탄 성명만 쏟아졌을 뿐 아직까지 회원국의 일치된 견해를 보여주는 결의안 발표마저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달 10일 유엔이 발표한 의장성명도 일부 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들의 반대로 ‘쿠데타’라는 표현조차 넣지 못한 채 군부에 “극도의 자제를 촉구한다”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무력을 동원하지 않은 가장 적극적인 대응 방식인 경제 제재 역시 유엔 안보리가 직접 나서기보다는 미국 영국 등 일부 국가들이 군부와 관련된 기업에 독자 제재를 하는 형태라서 실효성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게다가 미얀마는 외부에 폐쇄적인 경제 구조를 갖고 있고 내수 위주의 기업들이 대부분이라 제재의 효과가 크지 않다.
매일 같이 반복되는 군부의 학살을 멈추기 위해서는 유엔군 투입이나 긴급 정상회의 개최 같은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유엔의 보호책임(R2P) 조항을 발동해 반인륜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미얀마 정권에 무력 사용이나 가혹한 제재 등의 강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톰 앤드루스 유엔 미얀마 인권특별 보고관은 27일 성명에서 “규탄과 우려의 말들은 솔직히 미얀마 국민들에게는 공허할 뿐”이라며 “긴급 국제 정상회담을 열고, 원유와 가스 등 수입원을 군부에게서 차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권단체인 앰네스티 인터내셔널도 성명에서 “유엔 안보리가 의미 있게 행동하기를 계속 거부하는 것은 경멸을 받을 만 하다”며 “국제사회의 행동 부재의 비용은 어린이를 포함한 시신들의 숫자로 계산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처럼 유엔의 대응이 미진할 수밖에 없는 것은 군부와 우호관계를 맺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 등 일부 국가들이 미얀마에 대한 강한 제재를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엔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안보리는 상임이사국의 만장일치제로 운영되고 있어서 미국 등 서방국가의 의지만으로는 의미 있는 결과물을 내기 힘들다. 27일 미얀마 수도 네피도에서 열린 ‘미얀마군의 날’ 열병식에도 중국 러시아 인도 등 8개 주변국이 외교 사절을 보내서 군부와의 우호 관계를 과시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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