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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미얀마 민주화 시위

114명 쓰러진 날… 미스 미얀마 “도와달라” 눈물의 연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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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반(反)군부 시위에서 군경의 발포로 114명이 숨진 지난 27일(현지 시각), 국제 미인대회에 참가한 미얀마 여대생이 최종 심사 무대에 올라 국제 사회의 도움을 눈물로 호소했다.

양곤대 심리학과에 재학 중인 한 레이는 27일 밤 태국 방콕에서 열린 미스 그랜드 인터내셔널 2020 연설에서 시위 중인 자국민을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미스 그랜드 인터내셔널은 평화와 비폭력을 주제로 한 국제 미인대회다.

흰 드레스를 입고 무대에 오른 그는 “세계의 모든 시민은 조국의 번영과 평화를 바란다”며 “지도자들이 자신의 권력과 이기심을 이용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미얀마에서 사람들이 민주주의를 외치기 위해 거리에 나설 때, 저는 이 무대에서 제 시간을 이용해 똑같이 민주주의를 외치고 있다”고 했다.

“제가 오늘 이 무대에 서는 동안,

조국 미얀마에서는 많은 사람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100명이 넘는 사람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미얀마를 도와주세요.

우리는 지금 당장 여러분의 긴급한 국제적 도움이 필요합니다.



한 레이는 “목숨을 잃은 모든 시민에 깊은 애도를 보낸다”고 했다. 그는 눈물을 참으며 중간중간 말을 잇지 못했고, 청중들은 박수를 보냈다.

그러면서 “다음 세대를 위해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마이클 잭슨의 ‘힐 더 월드’(Heal the World)를 수화와 함께 부르며 연설을 마쳤다.

한 레이는 이날 대회에서 상위 순위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많은 응원과 박수를 받았다. 그는 무대가 끝나고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나는 조국을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모두가 제 목소리를 들어주셨으면 좋겠다”는 글을 남겼다.

그는 지난 25일 인터뷰에서도 “나는 미얀마 대표로서 전쟁과 폭력을 멈춰달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대회에 참가했다”며 “미얀마에서 많은 사람이 군부의 총에 맞아 죽고 있다. 우리 국민을 도와달라”고 했다. 대회 중 각국 전통 의상 심사에서 ‘평화의 여신’을 표현하는 황금 의상을 입고 무대에 서기도 했다.

조선일보

한 레이가 미스 그랜드 인터내셔널 2020 전통 의상 심사에서 ‘평화의 여신’을 표현하는 황금 의상을 입고 무대 섰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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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매체에 따르면 27일 양곤과 만달레이 등 미얀마 전역 41개 도시에서 벌어진 반군부 시위에서 군경이 실탄과 고무탄을 발포해 최소 114명의 민간인이 숨졌다. 사망자 중에는 식수 배달원 등 행인뿐 아니라 어린이도 여럿 있었다. 미얀마 매체 이라와디는 거리에서 놀던 아이를 비롯해 5~15세 어린이 최소 4명이 이날 군경 총탄에 숨졌다고 전했다.

[김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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