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왜곡 논란에 휩싸인 `조선구마사` 포스터. 사진|SBS |
월병 등장으로 논란이 된 `조선구마사`. 사진|SBS |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이다겸 기자]
역사왜곡 논란에 휩싸인 SBS 월화드라마 '조선구마사'가 한 주간 결방하고 전체적인 내용을 재정비한다. 방영중지 국민청원, 기업의 제작 지원 및 광고 중단 등 역풍을 맞은 결과다.
‘조선구마사’ 제작사는 24일 공식입장을 통해 “중국풍 미술과 소품(월병 등) 관련하여 예민한 시기에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시청에 불편함을 끼쳐드린 부분에 대해 다시 한 번 사과드린다”면서 “구마 사제 일행을 맞이하는 장면 중 문제가 되는 씬은 모두 삭제하여 VOD 및 재방송에 반영하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이어 “다만 중국 자본이 투입된 드라마라는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며, 순수 국내 자본으로 제작된 드라마임을 말씀드린다. 최근 이슈가 되었던 중국 협찬 및 제작 지원 사례와 달리 ‘조선구마사’는 100% 국내 자본으로 제작된 드라마다”라고 항간의 루머를 해명했다.
드라마를 편성한 SBS 측 역시 논란에 대해 사과했다. SBS 측은 “현재까지 방송된 1, 2회차 VOD 및 재방송은 수정될 때까지 중단하겠다. 또, 다음 주 한 주간 결방을 통해 전체적인 내용을 재정비하도록 하겠다. 앞으로 방영될 ‘조선구마사’ 제작 과정에서 철저한 내용 검수를 통해, 시청자께서 어떠한 불편함도 느끼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조선구마사’의 역사왜곡 논란은 지난 22일 첫 방송부터 시작됐다. 이날 방송에서는 조선이 악령 아자젤의 부활로 위기에 처한 가운데, 충녕대군(장동윤 분)이 태종(감우성 분)의 명을 받들어 구마 전문 신부 요한(달시 파켓)을 데리러 가는 모습이 그려졌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요한의 통역사 마르코(서동원 분)는 충녕대군에게 반말을 쓰며 기생집 대접을 요구했고, 이들이 찾은 기생집에는 월병, 피단 등 중국식 식사가 가득 차려져 있어 역사왜곡 논란을 불렀다. 게다가 태종이 이성계의 환영을 보던 중 백성들을 무참히 살해하는 모습도 나와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최근 중국은 한국의 김치, 한복 등을 자국의 문화라고 주장하는 ‘문화 동북공정’으로 비판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조선구마사’가 작품에 왜곡된 중국 소품을 넣었다는 사실에 누리꾼들은 분노했다.
`조선구마사` 방영 중지 국민청원. 사진l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
쌍방울 공지글. 사진|쌍방울 SNS |
결국 ‘조선구마사’ 제작진은 23일 공식 입장을 내고 "극중 (중국풍 소품과 음식은) 상상력을 가미해 준비했다. 한양과 멀리 떨어진 변방에 있는 인물들의 위치를 설명하기 위한 설정이었을 뿐, 어떤 특별한 의도가 전혀 없었다"며 "다만, 예민한 시기에 오해가 될 수 있는 장면으로 시청의 불편함을 드려 죄송합니다. 향후 방송 제작에 유의하도록 하겠다"라고 사과했다.
하지만 누리꾼들의 분노는 행동으로 이어졌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에는 ‘조선구마사’ 관련 민원이 지난 23일 하루만 1700건 이상 접수됐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게재된 “역사왜곡 동북공정 드라마 ‘조선구마사’의 즉각 방영중지를 요청한다”라는 청원글이 올라왔다.
‘조선구마사’에 대한 비판이 커지자 광고계는 '손절'에 나섰다. 안마의자 판매 기업 코지마, 에이스 침대, LG생활건강, 반올림피자샵, KT, 바디프랜드, CJ제일제당 등은 공식 SNS 등을 통해 “문제가 된 프로그램의 이슈 사항을 인지했다”면서 광고 철회 사실을 알렸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제작 지원에 나섰던 경북 문경시와 전남 나주시에도 불똥이 튀었다. 누리꾼들은 지자체에 “역사왜곡을 하는 드라마를 국민 세금으로 지원한 것이냐"라고 비판했고, 문경시와 나주시는 서둘러 수습에 나섰다. 나주시는 ‘조선구마사’ 측에 장소 사용 취소 통보와 함께 엔딩에 삽입되는 나주시 관련 사항의 삭제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문경시의 지원금 회수는 불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경문화관광재단 관계자는 24일 매일경제 스타투데이에 “문경시가 작년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드라마나 영화 촬영차 방문해 숙박할 경우 경비를 일정 부분 지원해주는 사업을 진행했다. 이에 따라 ‘조선구마사’에 로케이션 비용 중 20%인 300만원 가량을 지원한 것”이라며 “해당 사업은 작년에 이미 끝난 것으로 (지원금) 회수는 불가능 하며, 추가 지원은 없었다”라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조선구마사' 제작 지원에 나섰던 쌍방울 역시 24일 공식 SNS를 통해 계약 해지를 알렸다. 쌍방울 측은 “계약 체결 시 연출에 대한 내용을 사전고지 받은 바가 없어 상황을 미리 예견하지 못해 심려를 끼쳐드려 사과의 말씀 드린다”면서 "쌍방울은 해당 드라마의 논란과 일절 관계가 없음을 알려드리며, 앞으로 더 세심하게 주의하도록 하겠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작품에 출연한 배우들 또한 분노의 화살을 피하지 못했다. 논란 후, 누리꾼들은 “‘조선구마사’의 대본을 보고도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출연을 결정한 배우들에게도 책임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지난 23일 ‘조선구마사’에 출연 중인 김동준은 SNS에 드라마 본방사수 독려 글을 올렸다가 누리꾼들의 비판을 받아 게시물을 삭제하기도 했다.
역사왜곡 논란으로 시작부터 누리꾼들의 싸늘한 시선을 받은 ‘조선구마사’. 한 주 간 결방 후 재정비해 돌아올 ‘조선구마사’가 분노한 시청자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trdk0114@mk.co.kr
'조선구마사'. 사진lSBS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