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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이슈 양승태와 '사법농단'

'양승태 수뇌부'와 공모 인정…향후 재판에도 영향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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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농단' 첫 유죄 판결서 곳곳 윗선 개입 인정

양승태·임종헌, 재판부 달라 희비 엇갈릴 가능성도

연합뉴스

'사법농단' 첫 유죄 판결…이민걸·이규진 집행유예
(서울=연합뉴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진 전직 판사들에게 첫 유죄 판결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는 23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 상임위원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각각 선고했다. 사진은 이 전 법원행정처 기조실장(왼쪽)과 이 전 대법원 양형위 상임위원. 2021.3.23 [연합뉴스 자료사진] photo@yna.co.kr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이른바 '사법농단'에 연루돼 기소된 전·현직 법관 중 2명이 처음으로 유죄를 선고받으면서 의혹의 정점에 선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과거 사법부 수뇌부들에게도 같은 판단이 나올지 주목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윤종섭 부장판사)가 23일 유죄로 인정한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과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 상임위원의 혐의는 대부분 양 전 대법원장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 '윗선'과도 닿아 있다.

◇ 양승태·임종헌 등 사법부 '윗선' 개입 인정

법원은 이 전 상임위원의 경우 헌법재판소 내부 정보 수집 혐의와 옛 통합진보당 지방의회 의원들의 지위확인 소송 재판 개입 혐의를, 이 전 실장에게는 국회의원 관련 사건 재판부 심증을 파악한 혐의와 판사 연구모임 와해 시도를 각각 유죄로 판단했다.

이들 혐의 대부분은 법원이 헌법재판소보다 위상이 떨어지는 것을 우려한 양 전 대법원장이나 박병대·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 임 전 차장 등의 지시로 이뤄졌다는 게 검찰 공소사실의 핵심 요지다.

검찰은 헌재 내부 사건정보와 동향 수집 혐의와 관련해 "최고 사법기관으로서 대법원의 위상을 유지하고자 헌재를 견제하려는 목적"이라고 했고, 통진당 관련 소송에 개입한 혐의에 대해선 "헌재와의 관계에서 사법부 위상을 강화할 목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유죄로 인정된 혐의 대부분은 양 전 대법원장과 임 전 실장 등이 '공범'으로 검찰 공소사실에 기재됐고, 현재 재판을 받는 양 전 대법원장 등에게도 적용됐다.

실제로 재판부도 이날 두 사람의 유죄 선고 이유를 설명하면서 곳곳에서 윗선의 개입을 인정해 주목된다.

재판부는 헌재의 내부 정보를 수집한 혐의에 대해 "양 전 대법원장이 이 전 상임위원에게 재판소 관련 업무(정보 수집)를 지시했고, 박 전 처장도 이 전 상임위원에게 같은 취지로 지시했다"고 밝혔다.

또 이 전 상임위원이 통진당 재판을 맡고 있던 방창현 전 전주지법 부장판사에게 행정처의 논리를 전달한 것과 비슷한 사건을 맡고 있던 광주지법 재판장에게 원고 패소 판결을 요구한 과정에는 임 전 차장이 공모했다고 인정했다.

다만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 등의 공모에 대해서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인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아울러 이 전 실장의 판사 연구모임 와해 혐의에 대한 양형 이유를 설명하면서 "피고인이 전문분야 연구회 지원업무의 주무 실장이긴 했지만, 역할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으며 조치를 시행한 사람은 임 전 차장"이라고 지적했다.

이 전 상임위원의 혐의에 대해서도 "비록 피고인의 역할과 책임이 가볍다고 볼 수는 없으나, 이를 주도한 것은 박 전 처장과 임 전 차장"이라고 짚었다.

◇ 양승태·임종헌 재판서 유죄 판결 예단하기 어려워

하지만 이 같은 결론이 양 전 대법원장과 임 전 차장 등의 재판에 그대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예단할 수 없다.

검찰이 사법농단 사건을 수사한 끝에 재판에 넘긴 전·현직 법관 14명 가운데 현재 1심 판결을 받지 못한 것은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 임 전 차장 등 4명뿐이다.

이들 중 양 전 대법원장과 전 행정처장 2명의 재판은 같은 법원의 다른 재판부가 심리하고 있지만, 임 전 차장 사건은 이날 1심 판결을 선고한 형사합의32부가 맡고 있기 때문이다.

각 재판의 판단은 독립적으로 이뤄져 서로 다른 결론이 나올 수 있지만, 같은 재판부가 서로 공범 관계에 있는 피고인 중 일부에 대해 유죄를 선고하고, 일부는 공모 관계까지 판단을 내린 만큼 판단이 그대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따라 이 전 실장 등에게 유죄를 선고한 형사합의32부가 임 전 차장 사건도 심리하고 있어 비슷한 판결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양 전 대법원장 등의 사건을 맡은 형사합의35-1부는 다른 판단을 내릴 수도 있다.

특히 이날 판결을 선고한 형사합의32부의 재판장 윤종섭 부장판사는 6년째 서울중앙지법에 남아 논란이 됐다. 일반적으로 같은 법원에서 3년 동안 근무한 부장판사는 다른 법원으로 옮기는 것에 비춰볼 때 유임 기간이 지나치게 길다는 이유에서다.

유임 인사는 헌정사상 유례가 없는 사법농단 사건을 심리한다는 특수성이 고려된 결과로도 볼 수 있지만, 양 전 대법원장의 사건을 심리했던 박남천 부장판사는 3년 근무를 끝으로 전보돼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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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전 대법원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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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e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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