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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이슈 양승태와 '사법농단'

"재판독립에 반하는 행위"…이민걸·이규진 '사법농단' 첫 유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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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개입' 이민걸·이규진 1심 각각 징역형의 집행유예

法 "재판독립에 정면 반하는 행위"…사법농단 첫 유죄

함께 기소된 심상철·방창현 '무죄'…"혐의 입증 안 돼"

檢 "위헌적인 재판개입 행위에 첫 유죄" 환영 뜻 밝혀

CBS노컷뉴스 김재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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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왼쪽)과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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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사법농단 의혹으로 기소된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과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조실장이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사법농단 사건에 연루돼 기소된 전·현직 법관 중 법원의 첫 유죄 판단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윤종섭 부장판사)는 23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이 전 위원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이 전 실장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

이 전 위원은 대법원의 최고 사법기관으로서 위상을 유지하기 위해 헌법재판소를 견제할 목적으로 헌재 파견 법관을 통해 각종 비공개 정보와 자료 수집을 지시 및 보고하도록 한 혐의를 받는다. 아울러 일선 법원의 위헌제청결정 사건 및 매립지 등의 귀속 관련 사건, 통합진보당(통진당) 행정소송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한 혐의도 받는다.

이 전 실장은 2016년 양승태 사법부 당시 상고법원 도입에 반대하던 국제인권법연구회와 인권보장을위한사법제도소모임(인사모)의 활동을 저지 및 탄압하는 방안을 강구한 혐의가 적용됐다. 박선숙·김수민 당시 국민의당 의원 사건을 심리하는 재판부의 유·무죄 심증을 파악하여 보고하도록 지시한 혐의로도 기소됐다.

재판부는 이 전 위원의 △헌재 정보 수집 △위헌제청결정 재판 개입 △통진당 행정소송 재판 개입 △인사모 활동 저지 및 탄압 혐의를, 이 전 실장에 대해서는 △인사모 활동 저지 및 탄압 △국민의당 의원 담당 재판부 심증 파악 지시 혐의에 대해 유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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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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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으로 이 전 위원의 헌재 정보 수집 관련 혐의에 대해서는 파견 법관을 통한 정보 교류의 필요성을 인정하지만 헌법재판소법에서 규정하는 비공개 정보를 수집하도록 지시한 것은 대체로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한정위헌 사건 및 통진당 소송을 심리하는 재판부에 행정처의 의중을 전달해 개입하는 것도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재판 사무를 담당하는 판사로 하여금 제3자가 내린 결론에 협조하게 하는 것은 헌법에 정한 재판 독립에 정면으로 반하는 행위"라며 강도 높게 지적했다.

다만 행정처가 전달한 방침과 달리 각 일선 재판부의 기존 결정이 유지된 사건들에 대해서는 "형법이 보호할 가치가 침해될 위험이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 전 실장에 대해서는 이같은 논리로 통진당 소송에 개입한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다만 국민의당 의원 사건을 맡은 재판부의 심증 파악을 지시한 혐의에 대해서는 그 자체로 위법 부당하고 대상자인 판사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것이라며 유죄를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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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선고공판 출석하는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조실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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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인사모 및 국제인권법 연구회의 활동이 당시 행정처가 추진하는 사법정책에 다른 의견을 밝힌다는 이유로 와해할 목적을 가지고 중복 가입 조치를 취한 점도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각 혐의 별로 공범 관계에 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임종헌 전 행정처 차장의 공모도 상당 부분 인정했다.

재판부는 이러한 점을 지적한 뒤 "이 사건 수사와 재판에서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자신의 기억을 떠올려 진술하려고 한 점, 재판에 성실하게 임한 점, 이 사건에 앞서 30년 가까이 판사로 근무하며 재판 의무를 수행한 점은 유리한 정상이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함께 기소된 심상철 전 서울고법원장과 방창현 전 전주지법 부장판사에 대해서는 모두공소사실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혐의로 무죄를 선고했다. 심 전 고법원장은 옛 통진당 의원들의 행정소송 항소심을 특정 재판부에 배당하도록 부당 지시한 혐의로, 방 부장판사는 법원행정처의 요구로 자신이 담당한 옛 통진당 의원들 사건의 선고 결과와 판결 이유를 외부로 누설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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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사법농단 의혹으로 기소된 전·현직 법관 중 첫 유죄 판단이다. 앞서 1심이 선고된 전·현직 법관 6명은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에 해당 의혹을 수사해온 사법농단 수사팀은 "사법행정권자의 위헌적인 재판개입 행위에 대하여 직권남용죄 유죄를 인정한 최초의 판결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그러면서 "법관의 재판 독립을 침해한 사법행정권 남용 등 다수의 범죄사실에 대해 다양한 쟁점이 심리됐고 판단 결과에 따라 유무죄가 갈린 만큼 판결문을 면밀히 검토하여 항소 여부 등을 결정하도록 하겠다"며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훼손한 범죄에 대해 그 죄와 책임에 상응하는 판결이 선고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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