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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이슈 양승태와 '사법농단'

"재판권 독립 중대히 방해"…'사법농단' 법관 첫 유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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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농단' 의혹에 연루된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이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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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걸, 이규진 1심 집행유예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핵심인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양형실장)이 징역 10개월·집행유예 2년, 징역 1년 6개월·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 의혹에 연루된 법관이 유죄 판결을 선고받은 건 처음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윤종섭 부장판사)는 23일 오후 2시 이 전 기조실장 등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사건 1심 선고 공판을 열고 이같이 선고했다.

이날 재판부는 이 전 기조실장·이 전 양형실장 등이 옛 통합진보당 행정소송에 여러 차례 개입한 혐의를 사실로 인정하고 유죄로 판단했다. 이 전 양형실장이 헌법재판소 파견 법관을 통해 헌재 내부 정보를 확보한 혐의 역시 유죄로 판단됐다.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 정책에 비판적이었던 국제인권법연구회·인권보장을위한사법제도소모임(인사모) 와해 혐의에 대해서도 유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전 기조실장에 대해 "법원행정처의 사법 정책에 관해 다른 의견을 밝힌다는 이유로 활동을 약화시키고 모임을 와해하려 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목적을 알고도 별다른 의견을 밝히지 않고 주무실장으로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며 "심의관에게 특정 재판의 내용을 확인해 보고하라는 위법, 부당한 지시를 하는 등 재판 사무의 공정성에 의심을 불러일으킬 중대한 범행을 저질렀다"고 설명했다. 다만 "개인적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범행을 저지르지 않은 점, 인사모 와해 조치를 시행한 건 임 전 차장인 점, 당시 사법행정 구조에 비춰 피고인의 역할이 제한적이었던 점 등을 참작했다"고 덧붙였다.

이 전 양형실장에 대해서는 "헌재 파견 판사에게 내부 정보와 자료를 전달하도록 지시했고, 심의관에게는 재판 독립에 반하는 위법, 부당한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여러 차례 작성해 보고하게 했다"며 "법원의 수석 부장판사, 심의관 등을 동원해 법관의 독립된 재판권 행사를 여러 차례 중대하게 방해했다"고 지적했다. 유리한 정상으로는 "피고인의 책임이 없다고 볼 수 없으나 임 전 차장과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 처장의 지시를 받은 점, 사법행정조직 속에서 헌재 관련 업무 역할을 부여받아 이를 수행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 차례 작성해 보고하게 했다"며 "법원의 수석 부장판사, 심의관 등을 동원해 법관의 독립된 재판권 행사를 여러 차례 중대하게 방해했다"고 지적했다. 유리한 정상으로는 "피고인의 책임이 없다고 볼 수 없으나 임 전 차장과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 처장의 지시를 받은 점, 사법행정조직 속에서 헌재 관련 업무 역할을 부여받아 이를 수행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들과 함께 재판에 넘겨진 심상철 전 서울고등법원장과 방창현 전 전주지법 부장판사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들은 2015년 통진당 행정소송과 관련해 법원행정처 요구에 따라 사건을 배당하거나, 관련 행정소송 재판에 관한 심증을 누설한 혐의 등을 각각 받았다.

재판부는 심 전 법원장에 대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사건번호를 부여하거나 특정 재판부에 배당되도록 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방 부장판사에 대해서는 "심증은 추상적 의견에 불과해 기밀의 가치가 있더라도 비밀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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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핵심인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 이규진(사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양형실장)이 징역 10개월·집행유예 2년, 징역 1년 6개월·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이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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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 기조실장은 2015년 8월~2017년 11월 법원행정처 기조실장으로 일하면서 임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의 지시를 받고 옛 통합진보당 행정 소송에 개입한 혐의 등을 받았다. 또 이 전 기조실장은 판사들의 연구 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와 소모임 인권보장을 위한 사법제도 소모임(인사모) 와해 방안을 검토하도록 지시한 혐의도 있다.

이 전 양형실장은 헌재를 상대로 대법원 위상을 강화하려는 당시 대법원 기조에 따라 헌재 내부 동향과 정책을 수집한 혐의 등을 받았다. 특히 헌재와 얽힌 재판에 여러 차례 개입해 법률 해석의 위헌성을 따지는 '한정위헌' 결정을 막기 위해 결정을 바꾸도록 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연루돼 기소된 법관으로는 의혹의 정점인 양 전 대법원장·박 전 처장·고영한 전 대법관을 비롯해 '키맨' 임 전 차장,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등이 있다.

일선 법원에서 양 전 대법원장 등의 지시대로 움직인 혐의로 기소된 이들로는 이태종 전 서울서부지방법원장, 임성근 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 신광렬·조의연·성창호 부장판사가 있다. 이 중 유 전 연구관과 신·조·성 부장판사는 1·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 전 법원장과 임 전 부장판사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다. 임 전 부장판사는 지난달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돼 헌재 탄핵 심판을 앞두고 있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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