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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성착취물 실태와 수사

작년 16만건 성착취물 지웠다…피해자 해마다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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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지현 기자]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 2020년 15만8760건 성착취물 삭제 지원...지원한 피해자만 4973명]

# 2019년 A씨는 채팅앱을 통해 한국계 외국 국적자인 남성 B를 만났다. 함께 투숙하는 동안 B는 A씨의 신체를 불법촬영했고, 이 사진을 성인 사이트 등에 유포했다. 지인을 통해 이를 알게 된 A씨는 사설 업체에 삭제를 요청했으나 결과보고서조차 받을 수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업체 측에선 고액의 비용까지 요구했다. 좌절한 A씨가 문을 두드린 곳은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 피해영상 삭제와 법률지원 등을 받은 A씨는 조금씩 피해를 회복하고 있다.

지난해 터진 ‘n번방’은 디지털 성범죄가 우리 사회에 얼마나 뿌리 깊게 내렸는지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텔레그램, 디스코드 등과 같은 플랫폼에선 매일 성착취 영상들이 올라오고 있다.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의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는 이 영상을 지우는 일을 한다. 박성혜 삭제지원팀장(43)은 “피해자들의 상처까지 완전히 지울 순 없겠지만, 기록을 삭제하는 것이야말로 피해회복을 위한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15만건 넘는 영상 지웠다…상담·수사도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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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김현정 디자인기자



23일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에 따르면 센터는 지난해 총 15만8760건의 영상삭제를 지원했다. 이 숫자는 2018년 2만8879건, 2019년 9만5083건으로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센터에서 지원을 받은 피해자도 4973명으로 전년대비 2.4배가량 늘었다. 센터에선 지금도 하루에 650여개 이상의 영상물을 지우고 있다.

신고가 접수되면 센터는 △유포 범위 파악 △긴급 삭제 지원(플랫폼 삭제요청,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차단요청, 경찰 제출 채증자료 작성) △재유포 여부 확인 등을 한다. 선제적인 대응을 위해 유포현황을 파악하는 모니터링도 실시하고 있다.

A씨의 경우 사설업체를 통해 피해영상을 이미 삭제했음에도 다른 검색엔진에 신상정보가 노출되고 있는 상태였다. 이에 센터는 검색 키워드 목록을 작성한 뒤 해당 사이트에 연관검색어 노출 금지를 요청해 A씨의 정보가 더 이상 검색되지 않도록 막았다.

센터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은 보람을 느끼는 동시에 성착취물들을 봐야하는 어려움이 있다. 정신적인 충격을 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 지원센터 직원들은 감정노동자보호법 보호 대상에 해당된다. 2018년부터 예산을 확보해 일대일 심리상담을 받고 있다고 한다. 센터는 영상물 삭제뿐만 아니라 심리상담, 경찰수사, 의료 및 법률지원도 병행한다.

가령 또 다른 피해자인 C씨의 영상 유포현황을 점검하던 중 센터는 C씨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한 게시물을 추가로 발견하고 해당 사이트에 삭제를 요청했다. 그럼에도 사이트 운영자는 요청에 불응하고, 피해자를 조롱하는 글을 올리는 등 2차 가해를 계속했다. 이에 센터는 경찰 측에 수사를 의뢰하고 C씨를 포함한 또 다른 피해자들이 진술을 할 수 있도록 도왔다. 사이트운영자는 성폭력처벌법 위반으로 경찰에 검거됐다.


진화하는 디지털 성범죄…빠른 신고가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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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송원영 기자 = 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의 성 착취물을 제작 및 유포한 혐의를 받는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 2020.3.25/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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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성범죄는 날로 교묘해지고 있다. 텔레그램을 상대로 한 경찰 수사가 본격화되자 디스코드 등 다른 해외메신저에 성착취 영상을 옮겨 거래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경찰 수사로 인한 서버 제거에 대비해 ‘대피소 서버’를 운영하는 경우도 있다. 인공지능을 이용해 특정 인물의 얼굴, 음성을 합성해 만든 가짜영상물 딥페이크를 이용한 성착취 영상도 등장했다.

박 팀장은 “디지털 성범죄라는 특성상 재유포 되는 경우가 빈번하다”며 “온라인상 유포물을 완전히 삭제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디지털 성범죄의 피해자가 됐을 땐 어떻게 해야 할까. 센터는 유포 피해 사실을 인지한 경우 촬영물을 파일 형태로 저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촬영물의 특징점을 추출해 유포현황을 추적하기 때문에 캡처화면은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현재(2021년 3월 기준) 센터에는 39명의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다. ‘n번방’, ‘박사방’ 등 디지털 성범죄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이후엔 더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해외에 비해 우리나라 디지털 성범죄 관련 처벌 수위가 약하다는 점에 대해서도 적극 동의한다. 피해자들을 만나면 일상생활이 어려울 만큼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박 팀장은 “최근 조주빈(박사방 운영자)이 1심에서 징역 40년을 선고받은 것처럼 보다 엄격한 양형기준을 바탕으로 가해자를 처벌하는 판례가 쌓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피해자 숫자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지만 사회적 낙인을 걱정하는 현장의 분위기는 여전하다. 박 팀장은 “피해 사실을 밝히기 위해 (성적) 촬영물을 공개해야하는 부담이 있고, ‘순결한 피해자’가 아니라는 꼬리표에 신고를 하기까지 심리적 장벽을 느끼는 피해자가 많다”고 했다. 하지만 센터는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해서라도 피해자들에게 용기를 내달라고 당부한다. 박 팀장은 “피해자 지원의 시작부터 끝까지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flo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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