亞 여성들에 인종차별·성차별 복합적으로 작용
아시아인 향한 공격, 증오범죄로 기소 드물어
거센 분노 여론에 사법당국, 대변인 교체해
18일(현지시간) 미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벌어진 총격사건을 추모하는 꽃다발이 놓여 있다(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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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한인 등 아시아계 여성 6명을 포함해 8명에게 총을 쏴 사망하게 한 애틀랜타 연쇄 총격 사건에는 증오범죄와 성중독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애초 경찰은 피의자 로버트 에런 롱의 ‘성중독’을 이유로 증오범죄 혐의 적용에 거리를 뒀지만, 아시아인을 대상으로 한 증오범죄는 성차별과 따로 떼어놓고 보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1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아시아계 미국인 여성들에게는 인종차별과 성차별이 불가분하게 얽혀 있다”고 전했다. 전날 “이번 사건에 인종차별적 동기가 있었는지 판단하기는 이르다”며 선을 그은 체로키 카운티 보안관 대변인의 발언을 겨냥한 것이다. NYT는 “아시아계 미국인 여성들에게 인종차별은 원치 않는 성희롱의 형태를 띄고, 성희롱이 인종차별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꼬집었다.
특히 아시아인을 대상으로 한 증오범죄는 여성에 집중되는 경향이 많다고 NYT는 전했다. 아시아계 미국인과 태평양 섬 주민에 대한 혐오 사건을 조사하는 단체, ‘AAPI 혐오를 멈춰라(Stop AAPI Hate)’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접수된 사건 3800건 중 3분의 2 이상이 여성을 타깃으로 한 사례였다.
배경에는 ‘아시아 여성은 순종적’이라는 고정관념이 깔려 있다. 성연 최모로우 미국아시아태평양여성포럼(NASF) 전무는 이번 사건이 예견된 일이었다며 “우리가 줄곧 두려워한 것은 우리(아시아계 미국인 여성) 몸의 대상화와 과잉 성애화가 죽음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총격범은 수사관들에게 스파와 마사지숍들이 자신을 성적으로 유혹한다고 여겨 이를 제거하고 싶었다 밝힌 바 있다.
미 애틀란타에서 “반아시아 혐오범죄를 멈춰라”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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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시아인을 향한 공격이 증오범죄로 기소되는 사례는 드물다. 인종차별적 동기를 증명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 설명이다. 가령 과거 노예제를 연상케 하는 올가미나 나치 문양으로 변질된 스와스티카를 사용하는 것은 흑인과 유대인을 향한 증오심을 나타내는 상징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반(反)아시아계 범죄에서는 이런 표시가 없다는 것이다.
또 역사적으로 많은 반아시아계 범죄는 이들이 운영하는 가게 약탈을 동반하기에 범행 동기를 가려내기 어렵다는 이유도 있다. 언어 장벽이나 이민 자격 등 문제로 범죄 신고를 꺼리는 경우도 많다. 스튜어트 루 뉴욕경찰(NYPD) 아시아계 증오범죄 태스크포스 대책반장은 “많은 이들이 가해자가 보복할까 두려워 문제삼고 싶어하지 않는다”며 “관련 절차도 매우 주눅들게 한다. 경찰서에 가서 형사를 만나고, 검사와도 이야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 대해 비난 여론이 거세게 일자 수사 당국은 증오범죄 기소 가능성을 열어두는 쪽으로 입장을 바꿨다. 케이샤 랜스 보텀스 애틀랜타 시장이 “지난해 반아시아 혐오범죄가 급증한 점을 감안할 때 (애틀랜타 사건) 희생자 대부분이 아시아인이라는 사실을 무시하기 어렵다”고 지적하는가 하면, 조 바이든 대통령이 피해자들을 추모하는 조기 게양을 지시하는 등 분노 수습에 나선 영향이다.
총격 용의자를 옹호하는 듯한 발언으로 도마에 오른 대변인도 교체했다. 체로키 보안관실은 이날 성명을 내고 “무신경하고 부적절한 발언이었다”며 해당 발언을 한 제이 베이커 경감을 공보 업무에서 물러나게 했다고 밝혔다. 그는 전날 피의자에 대해 “그는 완전히 지쳤고 일종의 막다른 지경에 있다”며 “어제는 그에게 정말 나쁜 날이었다”며 온정적인 태도를 보여 분노를 샀다. 베이커 경감은 과거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중국을 비난하는 내용을 담은 티셔츠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17일 밤 돌연 삭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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