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국회사진취재단 =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등록 마지막날인 19일 서울 종로구 율곡로 안국빌딩에 마련된 선거 캠프 사무실에서 '코로나19 민생위기 극복을 위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박 후보는 서울시민 모두에게 1인당 10만원의 보편적 재난위로금을 블록체인 기반의 KS서울디지털화폐로 지급하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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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의 피해자인 A씨에 대한 '3차 가해'가 사실상 예고됐다. 강성 여당 지지자들의 공세는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이후 더욱 강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더불어민주당이 A씨에 대한 2차 가해 및 정치 공세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취해줘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방관자적 태도를 취하거나 오히려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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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호소인 3인방' 사퇴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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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의 공동선대본부장이었던 남인순·진선미 의원, 그리고 대변인이었던 고민정 의원이 모두 캠프 직책을 내려놓았다. 피해자 A씨가 지난 17일 기자회견에서 "저를 피해호소인이라고 명명했던 그 의원들에 대해서 직접 저에게 사과하도록 박영선 후보가 따끔하게 혼내줬으면 좋겠다"고 한 지 하루 만이었다.
반성을 앞세운 비교적 깔끔한 사과와 사퇴의 변을 남겼다. 하지만 의문이 모두 잠재워진 것은 아니었다. 박원순 전 시장의 성추행에서 비롯된 보궐선거였음에도,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이라고 부르는 걸 주도했던 이들이 캠프의 얼굴로 활동한 이유를 그 누구도 설명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진선미 의원은 캠프 직책 사퇴를 선언하며 "자책감으로, 무력감으로, 통곡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고, 고민정 의원은 "어떻게 해야 피해자의 아픔을 치유해 드릴 수 있을까 지난 몇 개월 동안 끊임없이 고민해 왔다"고 했다. 더더욱 '도대체 왜'라는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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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호소인은 불가피? 지지자들은 '증거를 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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힌트는 나왔다. 같은 당 진성준 의원은 1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사건 초기에는 누구의 주장을 사실로 인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불가피하게 그런 호칭을 썼던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7월 전직 비서인 A씨가 성추행 혐의로 자신을 고소할 것이라는 사실을 전해들은 박원순 전 시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후,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이라고 부른 게 '불가피'했다는 인식이 여권 내에 여전히 존재하는 것이다.
(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 = 13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마련된 故 박원순 서울특별시장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이 조문을 하고 있다. 분향소는 이날 오후 10시까지 운영한다. 2020.7.13/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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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후보를 비롯한 의원들이 마지못해 사과하는 듯한 인상을 풍기니, 극성 지지층은 한 술 더 뜬다. 이들은 오히려 '피해호소인' 명명에 사과를 표한 민주당 의원들에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A씨의 기자회견 이후 가장 먼저 용기를 내 사과한 양향자 의원의 페이스북은 극성 지지층의 악플로 도배됐다. "박원순이 어떻게 성추행을 했는지 설명 좀 해달라", "돌아가신 분 입장도 들어 봤나", "고소인 주장 중에 하나라도 밝혀진 사실이 있나"는 황당한 댓글이 달린다.
이미 법원과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1월 박 전 시장의 A씨에 대한 성추행 사실을 인정한 사실을 그들은 외면한다. 박 전 시장이 A씨에게 야한문자와 속옷 사진 뿐만 아니라 ‘냄새를 맡고 싶다’, ‘몸매 좋다’, ‘사진 보내달라’, ‘남자를 알아야 시집을 갈 수 있다’, ‘섹스를 알려주겠다’고 문자를 보낸 것으로 법원이 확인한 점 역시 인정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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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어준, 좌표를 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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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진영의 '빅마우스' 김어준씨는 아예 좌표를 찍었다. 그는 지난 18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A씨의 기자회견에 대해 "메시지의 핵심은 민주당 찍지 말라는 거 아닌가"라고 평가했다.
김씨는 "(피해자가) 굳이 나선 이유를 모르겠다. 선거기간 적극적인 정치행위"라며 "(피해자의) 별개 정치행위에 대한 비판은 다른 차원이다. 그걸 비판한다고 '2차 가해'라고 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막대한 팬덤을 지닌 김씨의 말은 곧 강성 지지층의 '바이블'이 된다. A씨의 기자회견은 이미 '정치행위'가 됐고, 단순 '민주당을 찍지 말라'는 메시지가 됐으며, A씨를 비판하는 것도 2차 가해가 아닌 게 됐다.
김씨를 비롯한 강성 여당 지지자들에게 박원순 성추행 사건에 '다른 진실'이 있다는 책이 출판된 점, 박영선 캠프에 '피해호소인 3인방'이 전면에서 활동한 점 등 피해자 A씨가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에 공감하는 목소리는 없다.
= 방송인 김어준씨. 2018.7.24/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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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의 무책임이 불러온 '양념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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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4월 보궐선거 이후의 3차 가해는 더욱 기승을 부릴 것으로 우려된다.
우선 박 후보가 서울시장 선거에서 낙선할 경우 여당 강성 지지층은 선거를 앞두고 기자회견을 한 피해자 A씨를 패배의 원흉으로 간주할 가능성이 높다.
박 후보가 승리했다고 해도 3차 가해는 불을 보듯 뻔하다. 이번에는 A씨의 '정치행위'에도 승리는 자신들이 했다고 희롱할 가능성이 다분하기 때문이다. 어떤 경우에도 A씨가 지금까지의 '2차 가해'에 이은 '3차 가해'를 피할 수 없어 보인다는 것이 비극이다.
사태가 여기까지 온 것은 여당인 민주당의 책임이 크다는 지적이 많다. '피해호소인'이란 신조어를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박 전 시장의 장례식을 서울시민장으로 성대하게 치르도록 주도했기 때문이다.
박 전 시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유에 대해 "맑은 분이었기 때문에 세상을 하직한 것"(박범계 법무부 장관)이라는 등 박 전 시장이 억울하게 세상을 떠났다는 뜻으로 들리는 발언도 이어졌다.
수 차례 사과 의사를 밝힌 박영선 후보조차 박 전 시장에 대해 "한국 복지체계를 선도했다고 할 정도로 그 정책은 잘했다"고 평가했다. 여당 주요 인사들이 박 전 시장을 재조명하고, 거기에 강성 지지층이 환호하는 동안 A씨는 "전임 시장의 업적에 대해 박수치는 사람들의 행동에 무력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피해자 A씨에 대한 3차 가해를 막기 위해서는 민주당이 결자해지 할 수밖에 없어 보이지만 민주당 내에서는 강성 지지층에 대한 자정의 메시지가 단 한 번도 안 나오고 있다.
2017년 대선후보 경선을 앞두고 친문 강성 지지자들의 '문자 폭탄'이 활개를 치자 문재인 당시 대선후보는 "우리 경쟁을 더 이렇게 흥미롭게 만들어주는 양념 같은 것"이라고 두둔했다. 당시 박영선 후보는 "상처에 소금 뿌리는 것도 양념이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지금은 박 후보도 A씨 상처에 양념을 뿌리는 여당 강성 지지자들에 맞서 A씨 편을 들어주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박 후보뿐 아니라 민주당의 어떤 여성 의원도 A씨에게 연대를 표하는 이는 없다. 그러니 A씨로선 친여 '좌표'에 3차 공격을 당하는 것은 불가피해보인다.
(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여권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경선에서 승리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오른쪽)가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단일화 결과 발표를 마친 후 취재진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1.3.17/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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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민 기자 brow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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