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긴급재난지원금 현장 신청 첫 날인 지난해 5월18일 오전 서울 중구 우리은행 을지로지점에서 시민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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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커피와 모바일 상품 쿠폰, 캐시백 등의 긴급재난지원금 관련 프로모션을 강행했던 카드사들이 결국 손해를 본 것으로 확인됐다. 가맹점 카드수수료율 인하에 따른 수익 악화 추세를 프로모션을 통해서도 극복 못 한 것이다. 최근 비용절감을 위해 마케팅을 축소하고 고객 혜택까지 줄이고 있는 카드 업계 현실이 그대로 재난지원금 ‘이벤트’를 통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17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5~8월 중 지급된 정부 긴급재난지원금(재난지원금) 관련 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카드 등 7개 전업카드사의 영업수익(가맹점수수료)은 973억7000만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자비용, 판매·관리비용, 인프라 구축 비용 등에 사용한 재난지원금 관련 카드사 영업비용은 1053억9000만원이었다. 80억원 가량을 카드사들이 손해 본 것이다. 재난지원금에 투입된 카드사들의 영업비용이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모든 국민들에게 나눠준 재난지원금 14조원 중 10조원 가량이 카드를 통해 지급됐다. 당시 금융당국은 과도한 출혈 경쟁을 우려해 카드사에 마케팅 자제 지침을 내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카드사들은 공식·비공식적으로 커피 쿠폰이나 모바일 상품권, 캐시백 등을 자사 카드로 재난지원금을 받는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프로모션을 앞다퉈 벌였다.
재난지원금은 포인트 적립, 전월실적 적용, 청구할인 등 카드 실적으로 모두 인정되는 구조였다. 간접 프로모션을 통해 점유율을 높이고 반사이익을 얻기 위해 금융당국의 눈치를 봐 가며 강행한 이유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정치권을 중심으로 카드사들이 재난지원금 특수를 톡톡히 봤다는 말들이 흘러 나왔지만 현실을 모르고 한 얘기”라며 “카드사들의 고객 대상 마케팅이나 시즌별 이벤트 등이 줄어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카드사들은 매년 10% 이상씩 늘렸던 마케팅 비용 지출을 2019년과 2020년에 확 줄였다. BC카드를 포함한 8개 전업카드사의 마케팅 비용 증가율은 2015년 17.20%에서 2016년 10.77%, 2017년 13.70%, 2018년 10.26%, 2019년 6.63%였다. 지난해는 1.34%에 그쳤다. 카드사의 마케팅비용은 △부가서비스 비용 △기타마케팅 비용 △무이자할부 비용 △광고선전비 등으로 구분된다. 이 중 카드 이용에 따라 고객들에게 적용되는 부가서비스 비용 비중이 전체 마케팅비용의 70~80%를 차지한다.
카드수수료율 인하라는 정책적 요인으로 수익을 기대할 수 없게 되자 부가서비스 등 마케팅 비용부터 축소한 것이다. 재난지원금 당시 처럼 마케팅 등에 비용을 들여봤자 이익이 나지 않는 구조가 된 것이다. 이 때문에 카드사들은 고객 혜택이 상대적으로 높은 이른바 ‘혜자카드’들이 점차 단종하고 있다. 수수료율 인하 부담이 고객에게 전가되고 있다는 의미다. 또 다른 카드업계 관계자는 “당국의 출혈경쟁 자제 시그널도 워낙 확고해 카드사의 공격적인 마케팅을 다시 보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김세관 기자 s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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