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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애틀랜타 총격 사건

서툰 영어로 “제발 와 달라”… 공포에 질려 숨죽여 신고 [美 애틀랜타 총격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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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 당시 음성파일 공개

범인, 세 곳 옮겨 다니며 범행

신고자 “총성… 여자들 쓰러져”

묻는 말에 제대로 대답도 못해

부모가 CCTV 보고서 확인

차량 위치 GPS 추적해 검거

세계일보

16일(현지시간) 연쇄 총격사건이 발생한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피드먼트로의 '아로마세러피 스파'에 경찰들이 출동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애틀랜타=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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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애틀랜타 경찰은 17일(현지시간) 애틀랜타 근교 체로키카운티의 마사지숍 한 곳과 애틀랜타 시내 스파 두 곳에서 전날 발생한 연쇄 총격으로 8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고 발표했다. 사망자 8명 중 7명이 여성이다. 6명은 아시아 여성인데, 이 중 4명이 한국계였다.

경찰은 범행 발생 몇 시간 뒤 용의자 로버트 에런 롱(21)을 고속도로에서 체포, 살인 등 혐의로 기소했다. 당시 롱은 또 다른 범행을 저지르기 위해 플로리다로 향하던 중이었다고 경찰은 밝혔다.

롱은 전날 오후 5시쯤 애틀랜타에서 48㎞ 북서쪽의 우드스톡 인근 ‘영스 아시안 마사지’(Young’s Asian Massage)에서 첫번째 총격을 벌였다. 체로키카운티 경찰이 여러 건의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지만 이미 2명이 사망한 상태였다. 나머지 2명은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목숨을 잃었고, 다친 1명은 치료를 받고 있다. 사망자는 이 마사지숍의 주인으로 알려진 시아오지 얀(Xiaojie Yan·49)을 비롯한 30∼50대였다.

롱은 오후 5시47분 애틀랜타 피드몬트 가에 있는 ‘골드 마사지 스파’에서 두번째 범행으로 3명의 목숨을 빼앗았다. 경찰이 강도 신고를 받고 골드 스파에 출동했지만 희생자들만 발견됐다. 조금 뒤에 길 건너 ‘아로마테라피 스파’에서 총격 신고가 전해졌고, 이곳에서도 한 명이 사망했다.

피드몬트 가는 85번 고속도로에서 막 벗어난 곳으로, 여러 곳의 스트립 클럽과 스파가 드문드문 자리 잡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범행 장소 인근 1마일(약 1.6㎞) 이내에 스파만 열 곳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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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에 찍힌 용의자 16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총격 사건 현장에서 폐쇄회로(CC)TV에 포착된 용의자 로버트 에런 롱(오른쪽)의 모습. 체로키카운티 보안관실 페이스북 제공, 애틀랜타=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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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로키카운티 경찰은 첫 번째 범행 직후 현장 폐쇄회로(CC)TV에 찍힌 용의자의 모습을 확인,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롱의 부모가 이를 본 뒤 신원을 확인하고, 롱의 차량에 GPS 추적기가 부착된 사실을 경찰에 알렸다. 이후 롱의 차량을 추격해 오후 8시30분쯤 애틀랜타에서 240㎞ 떨어진 곳에서 롱이 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투싼을 멈춰세웠다. 경찰은 차량에서 9㎜ 권총을 압수했는데, 롱이 이번 주에 이 총을 구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체로키카운티 경찰은 4건의 살인 및 1건의 가중폭행 혐의를, 애틀랜타 경찰은 4건의 살인 혐의를 적용해 각각 기소했다. 롱은 범행을 시인했지만 인종범죄는 아니라고 주장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미국에서 일부 마사지숍이 성매매에 이용되고 있지만, 케이샤 랜스 보텀스 애틀랜타 시장은 이날 “(피해 업체들은) 합법적으로 운영되던 곳들이었다”고 밝혔다.

애틀랜타 경찰이 이날 공개한 총격사건 당시 음성파일에는 몸을 숨긴 채 출동을 요청하는 신고자들의 급박함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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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현지시간) 총격 사건이 발생한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교외의 한 스파 주변에 경찰 차량이 출동해 현장 접근을 차단하고 있다. 애틀랜타=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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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피드몬트 골드 스파에서 911에 신고한 한 여성은 주소를 불러주며 출동을 요청했다. ‘강도가 들었느냐’고 묻자 여성은 그렇다면서 용의자가 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영어가 서툰 이 여성은 숨어서 신고하느라 숨죽여 말했고, 이마저도 놀란 탓인지 묻는 말에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다. 용의자 인상착의를 묻자 여성은 “모른다. 제발 와 달라”고 호소했다. 신고 전화는 오후 5시47분7초에 걸려왔고, 출동은 5시47분45초, 현장 도착은 5시49분7초에 이뤄졌다고 경찰은 전했다.

골드 스파 인근 ‘아로마테라피 스파’의 총격 신고 전화는 오후 5시57분에 걸려왔다. 전화를 한 여성은 “친구에게 전화가 왔는데 어떤 남자가 들어왔다고 한다. 총성이 들렸고 여자들이 쓰러졌다(고 한다). 다들 숨어 있다. 무슨 일인지 정확히 모르지만 구급차 같은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여자 몇몇이 다친 것 같다. 모두가 겁에 질렸다. 그래서 뒤에 숨어 있다”고 거듭 설명했다. 이 신고전화는 오후 5시57분51초에 걸려왔고, 출동은 5시58분28초, 현장 도착은 6시28초에 이뤄졌다.

워싱턴=정재영 특파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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