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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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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의 촉] 조국 때도 끄떡없던 ‘문재인 투표자’들 41%가 변심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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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임기는 내년 5월까지입니다. 1년여 남은 것이죠. 내년 3월 대선까지가 ‘사실상의 임기’라는 얘기도 있긴합니다. 한국갤럽이 조사한 문 대통령의 2월 마지막주 지지율은 39%였습니다. 같은 시기 이전 대통령들의 지지율을 비교해보겠습니다. 김영삼 28%, 김대중 31%, 노무현 12%, 이명박 32%, 박근혜 12% 입니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 39%는 비슷한 시기 이전 대통령들과 비교했을 때 꽤 높은 수치입니다. 이런 지지율이 말이 되냐고 생각하는 분들 많을 겁니다. “여론조사 엉터리 아니냐”고 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내 주위에는 문재인 지지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데 어떻게 이런 지지율이 나오냐”라는 분들도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0%안팎 지지율은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실 같습니다. 제가 보긴에 문재인 정권은 나라 운영은 못하지만 지지율 관리는 참 잘합니다. 문 대통령은 4년 전 대통령선거에서 41.1%의 득표율로 당선됐습니다. 이 득표율이 아직 유지되고 있는 셈이죠.

최근 한겨레21에 재밌는 기사가 하나 실렸습니다. 대선때 문재인 대통령을 찍었던 41%의 투표층은 4년이 지난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라는 주제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을 찍었다는 1135명에게 지금 문 정부의 주요 정책과 이슈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설문조사를 한 겁니다.결론부터 먼저 말씀 드리겠습니다. 4년전 문재인 투표자 1135명에게 ‘내년 대선에서는 어느 정당 후보에게 투표할 의향이 있습니까?’라고 질문했습니다. 절반이 넘는 유권자,55.2%가 정부여당에 대한 계속 지지 의사를 밝혔습니다.반면에 절반이 약간 안 되는 유권자,44.8%가 ‘유보’나 ‘다른 정당 지지’로 이탈했습니다.

구체적으로 보면 국민의힘 4.9%, 정의당 1.9%, 국민의당 1.5%, 열린민주당 0.7% 순이었습니다. 그러나 가장 많은 건 ‘잘 모르겠다’는 유보 응답, 33%나 됐습니다. 단순화해서 말씀드리자면 문재인 투표층 10명 중 6명은 계속 지지하고 있고, 4명은 흔들리고 있다, 이렇게 볼 수 있는 겁니다. 그렇다면 문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왜 계속 지지하는 걸까요? 설문조사 결과 첫번째는 ‘코로나 방역을 잘한다’였습니다. 한 답변자는 “전세계를 덮친 코로나에 한국이 가장 잘 대응하는 나라 중 하나이기 때문에 자긍심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고 합니다. 사실 코로나는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이 180석의 압승을 거둔 배경이기도 했습니다.

코로나에 이어선 복지정책을 잘한다, 국민소통을 잘한다, 대북·외교정책을 잘한다가 문 정부를 계속지지하는 이유였다고 합니다. 반면 부동산 정책과 인사, 사회통합에선, 문재인을 찍었다는 1135명들도 부정평가를 내렸다고 합니다. ‘코로나와 복지는 잘하는데 부동산정책과 인사가 미흡하다’ 대통령을 찍었던 사람들의 지금 생각을 한줄로 정리하면 이렇게 될 것 같습니다.

참고로 이 여론조사는 LH사태가 불거지기 직전에 이뤄졌습니다. 아마 지금은 부동산정책에 대한 평가가 더 나빠졌을 겁니다. LH사태는 공정·정의·서민을 말해온 문재인 정부의 핵심 가치를 무너뜨리고 있습니다. 이 사건을 잘 수습하지 못하면 상당한 후폭풍이 몰려올수밖에 없습니다. 재밌는 대목은 조국 사태에 대한 평가인데요. 문재인 투표층들은 ‘검찰의 과잉수사와 언론의 편향보도’가 ‘현 정부의 조국 전 장관 임명 강행’보다 더 문제라고 응답했습니다.

한 응답자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검찰 개혁이 필요한데 본질을 호도하는 언론 물타기 보도가 심했다”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시청자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무슨 달나라 얘기냐고 하실 분들도 계실거고, 일부 동의한다는 분들도 계실겁니다.

지지자는 계속 지지를 하고 싶은 관성을 갖게 마련입니다. 못하는 부분이 분명히 있더라도 가급적 좋게 보려고 노력 합니다. 지지자들이 가장 잘했다는 코로나 문제만 하더라도 그렇습니다. 이 정부가 방역을 과연 잘한거냐고 물음표를 다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특히 백신 도입에서 보여준 정권의 모습은 무능한데다 솔직하지 않고,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저는 봅니다. 지지자들은 이유가 있어 지지하는게 아니라 지지하기 위해 이유를 찾는 측면이 있습니다.

이 조사에서 제가 주목한 또 한가지 대목은 문재인 이탈층 44.8%가 국민의힘을 여전히 ‘대안’으로 선뜻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이들에게 정당 비호감도를 물었더니 민주당 20.4%인데 국민의힘은 74.8%나 됐습니다. 여론조사 전문가는 이렇게 해석합니다. “문재인 정부의 과오가 국민의힘에 대한 높은 비호감도로 상쇄되는 측면이 있다” 문재인 정부 잘못으로 이탈층이 생기더라도 국민의힘 호감도가 낮아서 이 이탈층을 흡수하지 못한다는 뜻일겁니다. 저는 사실 이런 점이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아직도 높게 유지되는 중요한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대안 야당이 마땅치 않기 때문에 지지자들이 계속 머물러 있으려 한다는 것이죠. 대안이 있다면 문 대통령 지지율은 이렇게 유지되지 못할 겁니다.

4년전 문재인을 찍었지만 지금은 지지를 철회한 한 응답자는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4년을 겪어보니 문 대통령의 정의와 내가 생각하는 정의가 다른 것 같다. 문 정부의 정의는 현실을 모르는 그들만의 정의같다.” 이 분은 그러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그렇다고 국민의힘에 선뜻 마음이 가는 것은 아니다. 국민의힘에서 합리적인 보수 후보가 나오면 좋겠다.”

[이동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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