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열린 오클라호마주 준준결승전. 노먼고 선수들이 한쪽 무릎을 꿇고 있는 모습. 사진=트위터 캡처 |
[아시아경제 김소영 기자] 미국에서 한 아나운서가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무릎 꿇기'에 동참한 고등학교 여자 농구 선수들에게 욕설과 인종차별 발언을 퍼부은 사실이 알려져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16일 ABC 방송은 지난 11일 오클라호마주에서 열린 고교 농구 경기를 온라인 생중계로 관람하던 시청자들은 경기 시작 전 마이크를 통해 나온 아나운서의 흑인 비하 발언 및 적나라한 욕설을 들어야 했다고 보도했다.
전미 고교 농구 대회의 오클라호마주 준준결승전이 열린 이날 노먼고 여자 선수들은 경기 시작 전 미 국가가 울려 퍼지는 장면에서 상대팀을 바라보며 일렬로 나란히 선 뒤 인종차별에 항의한다는 의미로 바닥에 한쪽 무릎을 꿇었다.
이에 남성 장내 아나운서는 "지금 쟤네가 무릎을 꿇는 거냐"라면서 미국에서 금기시되는 흑인 비하 단어를 발설하기 시작했다.
그는 마이크가 켜진 사실을 모른 채 "노먼고교 X 먹어라. 패배하길 바란다"면서 미 국가가 연주되는 내내 인종차별 발언과 비속어, 막말을 끊임없이 뱉어냈다.
방송이 나간 후 지역사회는 완전히 발칵 뒤집어졌으며, 대회 주최 측은 수습에 진땀을 흘렸다.
문제의 아나운서를 채용한 오클라호마 고교활동 협회(OSSAA)는 선수, 가족, 코치들에게 "깊이 사과드린다. 이런 행위는 절대 용납되지 않을 것"이라고 사죄하며 "사건을 조사 중이며, 추후 경기에서 다시는 해당 아나운서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발언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급속도로 퍼져나가면서 비판 여론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노먼고 선수 중 한명은 자신의 트위터에 "이것이 우리가 무릎 꿇기를 하는 이유"라고 꼬집었고, 이 문구는 여러 계정으로 퍼 날라지며 연대와 지지를 받고 있다.
노먼고는 이날 경기를 포함해 준결승과 결승에서 잇따라 승전고를 울린 끝에 지난 주말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김소영 기자 sozero81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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