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정부의 추가경정예산 재원 가운데 농어촌구조개선특별회계 예산이 두 번째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농어민과 농어촌 지역발전을 위한 예산을 재난지원금으로 전용하면서 정작 농어민이 지원대상에서 빠지는 것이 타당한지 지적이 일고 있다.
14일 정부의 ‘2021년도 추가경정예산안’을 보면 정부는 코로나19 4차 재난지원금 마련을 위해 총 15조원의 추경 예산을 편성했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은 9조9000억원은 국채 발행을 통해 마련된다. 나머지 5조1000억원은 농어촌구조개선특별회계, 환경개선특별회계, 에너지및자원사업특별회계, 세계 잉여금과 기금 재원 등으로 충당하는데, 농어촌구조개선특별회계 예산이 2조3000억원으로 가장 많다.
농어촌구조개선특별회계는 농어업의 경쟁력강화와 농어촌 산업기반시설 확충 및 지역 개발사업을 목적으로 목적세인 농어촌특별세를 걷어 구성된다. 조성 목적 때문에 농림축산식품부가 관리하지만 그동안 다른 부처 사업에도 광범위하게 사용되면서 존립 근거와 사용 용도를 보다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이번에도 농어촌특별회계가 사실상 가장 많은 재원을 충당하면서 이같은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보인다. 무엇보다 ‘농어촌’특별회계라는 상징성에도 불구하고 추경에서 코로나 19 피해농가에 대한 직접 지원이 빠지면서 논란이 커지는 양상이다.
정부는 이번 4차 재난지원에서 ‘맞춤형 피해지원 대책’을 강조하면서 소상공인에게 100만원부터 500만원까지 구분해서 지원키로 했다. 지원 대상에 특수고용직, 프리랜서, 법인 택시기사, 노점상 등 200만여명이 새롭게 추가됐다. 하지만 코로나19 피해 농가에 대한 직접 지원은 정부안에 포함되지 못했다.
농가의 소득감소분 산출이 쉽지 않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지만, 소득 노출을 꺼리는 노점상에까지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을 확대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정부의 난색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여야간 이견이 없으면 (농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반영하도록 하라”고 주문하면서 달라진 분위기도 감지된다. 더불어민주당은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화훼농가와 급식 중단으로 피해를 입은 농가는 물론 전체 농어민으로 지원금 지급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국민의힘당도 10일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와 만나 4차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에 농어민을 포함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하는 등 추경 국회 통과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윤재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추경안에서 농어업 관련 예산은 전체 15조의 0.3%인 405억원에 불과하고 농어민에 대한 재난지원금은 단 한 푼도 배정되지 않았다”면서 “우선 지원 대상자들에 대한 직접 지원금이 반드시 4차 재난지원금에 포함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호준 기자 hj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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