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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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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지원금 뿌리고…물 건너간 녹색금융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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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박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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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국무총리가 11일 오후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3기 신도시 투기 1차 전수조사 결과 발표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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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다. 여권이 그린뉴딜 정책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 활성화를 위해 추진하던 가칭 녹색금융공사 설립안이 재정빈곤에 가로막혔다.

자본금 10조원 규모로 정부와 국책은행이 출자해 만들려던 이 구성체 기획안이 예산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의 난색으로 표류하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사실상 설립이 어려울 거란 전망이 나온다.

14일 정부와 정치권에 따르면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녹색금융 촉진 특별법(녹색금융촉진법) 제정안’은 기재부 장기전략국과 예산실이 검토 중이지만 진척 없이 맴돌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여권이 올해 출범을 목표로 녹색금융공사 설립을 요청하고 있지만 과거 이명박 정부 시절 KDB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 분리에서 빚어진 비효율적 시행착오 때문에 또 다른 금융공사를 만든다는 시도 자체에 회의적"이라며 "게다가 비용도 수조원이 필요한 사안이라 부담이 만만치 않다"고 설명했다.


정금공 악몽…산업은행서 떼었다 붙여 수천억 세금낭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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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사퇴의사를 밝힌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 겸 산업은행장이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KDB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주주총회를 마친뒤 간단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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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는 집권 초기 산업은행 민영화를 계획하고 2009년 정책금융 부분만 따로 떼어 정책금융공사(KoFC)를 만들었다. 하지만 산업은행 민영화가 실패한 이후 정권이 바뀌자 정책금융공사가 설립 취지와 다르게 자체 수익 구조를 갖지 못하고 산업은행과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면서 세금만 축내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지자 4년 만에 두 기관은 재통합되는 신세가 됐다. 같은 기관을 정권 입맛에 맞게 떼었다 붙였다 하면서 세금만 최소 수천억원 이상 날린 셈이다.

기재부의 인식도 이와 다르지 않다. 여당은 녹색금융공사가 친환경 산업·기술·제품과 관련한 기업에 투자하거나 자금대출 등을 직접 맡을 거라지만 이는 기존 산업은행도 영위하고 있는 공적 금융 서비스다. 굳이 이름만 녹색이라고 지칭해 수조원씩을 들여 공무원만 양산할 필요가 없다는 지적이다.


여당 공세에 재난금 쥐어짠 기재부…재정빈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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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과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3일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31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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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는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재정상황이 달라진 점에도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녹색금융공사 설립에는 민간자본 유치도 계획돼 있지만 결국 주요자금 수조원은 세금으로 채워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청와대와 여당 주도로 올초 약 20조원에 달하는 4차 재난지원금 추가경정예산안이 편성되면서 재정 여력이 이미 1분기에 동났다는 것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추경 편성 직전까지 재난지원금 선별지원과 불요불급한 과대예산 책정에 반대했다. 그러나 여권이 부총리를 강하게 압박하면서 규모는 결국 비대해졌다. 야당도 처음에는 4월 재보선 직전 지원금을 뿌리려는 의도라며 막아서는 듯 했지만 최종적으로는 암묵적 동의에 이르렀다.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이 포퓰리즘 유혹을 떨치지 못한 셈이다. 추경 규모는 19조5000억원에 달하게 책정됐고, 이는 국가 재정동원력을 최대치로 쥐어짠 수준이다.


산업은행 산하 뉴딜본부 60명 충원도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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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투초대석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인터뷰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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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관계자들은 녹색금융공사 설립을 대신해 기존 산업은행 산하에 한국판 뉴딜펀드 사업을 주도할 전담부서 신설을 검토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기존 정책기획 본부를 개편해 뉴딜 업무를 전담시키고 있다. 하지만 중기적으로 뉴딜본부라는 새 본부급 부서를 만들기 위해 인원 충원을 정부에 요청한 상태다.

하지만 1개 본부 2~3개실 신설인원만 해도 신규 충원 숫자는 40~60명에 달한다. 이 정도 요청도 현재 기재부는 여력이 없다며 중기과제로 이연한 상황이다.

정통한 관계자는 "최근 재난지원금 협의 과정에서 여권 수뇌부와 홍남기 부총리가 심각하게 각을 세웠던 터라 녹색금융공사 지원은 사실상 물 건너간 과제"라며 "현 정부 기간이 1년 밖에 남지 않았고, 여당도 재보선 이후 대권 경쟁에 집중할 것이라 신설 금융공사는 차기 주자의 공약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준식 기자 win047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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