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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LH 임직원 투기 논란

'땅 투기 LH' 환골탈태 命 받은 기재부…'비리척결·공공재개발' 묘수 찾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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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 공공정책국에서 개혁안 주도
과거처럼 주공·토공으로?…일부 기능 외부화 가능성
‘토지로 돈 벌고 아파트에 투자’ 수익 구조가 최대 난관

정세균 국무총리가 "기관 해체 수준으로 환골탈태할 수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개혁안을 경제부총리 중심으로 만들겠다"고 발표하면서, 공을 넘겨받은 기획재정부의 고민이 깊다. 자산 184조원, 부채 130조원, 임직원 9500명 규모에 달하는 공룡 공기업 개편 작업을 주도해야 하는 입장에 갑작스레 놓였기 때문이다.

홍 부총리는 지난 12일 "국민 신뢰를 회복해 주택공급 등 본연의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는 공공기관으로 거듭나도록 강력한 혁신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기재부 내부에서는 이를 위한 작업을 분주하게 준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LH에 몰린 권한을 분산하기 위한 ‘기능별 분리’가 가장 유력하게 검토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조선비즈

11일 오후 경남 진주시 충무공동 LH 본사에 최근 사회단체가 던진 계란 자국이 남아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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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 "백지 상태에서 모든 가능성 열어두고 검토 시작"

14일 기재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기재부는 공공정책국 주도로 LH 개혁안 작성을 주도하기로 잠정 결론 짓고 관련 업무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공정책국은 공공기관의 경영 평가, 재무, 인사, 윤리경영 등을 담당하고 있는 부서다.

한 기재부 관계자는 "공공정책국 내 몇몇 과가 업무를 주도하겠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는 없고 백지 상태에서 모든 가능성을 두고 검토를 시작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그 외 기재부 내 경제정책국, 정책조정국 등과 LH를 산하기관으로 두고 있는 국토교통부까지 참여해 ‘LH 개혁’ 업무가 진행될 것으로 관측된다.

당초 정 총리로부터 LH 개혁을 주문받았던 전날인 11일, 기재부에서는 어떤 부서가 이번 개혁안을 주도할 것인지를 놓고 눈치 게임이 벌어지기도 했다. 공공기관 경영평가 등을 담당하는 공공정책국에서 담당하게 될지, 부동산정책팀이 있는 경제정책국에서 하게 될지를 놓고 기재부 내부에서 조율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당시 "LH 개혁은 단순히 조직 형태를 어떻게 바꾼다라는 것만 다루면 안 되는 복잡하고 미묘한 이슈이기 때문에 심각한 논의가 오갔다"면서 말을 아꼈다.

경제 컨트롤타워인 기재부 내에서 이같은 신경전이 펼쳐진 이유는 LH개혁이 그만큼 미묘하고 복잡한 이슈이기 때문이다. LH는 2009년 이명박 정부 때 ‘공기업 선진화’ 명목으로 대한주택공사(주공)와 한국토지공사(토공)가 합병하면서 탄생했다. LH는 주공의 주택 건설·공급·관리 업무와 토공의 토지 취득·개발·비축·공급, 도시 개발·정비 업무를 모두 수행한다. 통합 12년이 지난 현재는 자산은 184조원, 직원은 9500여명 규모의 공룡 공기업이다.

신도시 조성부터 공공주택 사업까지 국토 조성 사업의 많은 부분을 담당하는 만큼, 임직원들이 손에 쥘 수 있는 정보의 쏠림이 심했고, 이런 구조에서 이번 땅 투기 사건 같은 비리구조가 형성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12년에 재분리설 나오지만, 수익구조 때문에 쉽지않아

일각에서는 비리구조를 개혁하기 위해서는 독점적인 사업구조를 부셔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주거복지, 토지개발 등의 업무를 담당할 회사를 따로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난 2001년 한국전력이 발전부문을 한국수력원자력, 한국남동발전 등 6개 자회사로 분할한 것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2009년 통합 전 처럼 주택 관련 업무를 맡는 주택공사와 토지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토지공사로 분리하는 방안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유는 LH의 수익 구조와 연계돼 있다. LH는 공공임대주택 건설 때 사용할 자금을 신도시·택지 개발에 따른 이익으로 보전하는 수익 구조를 가지고 있다. 과거 토공이었던 부문의 ‘땅 장사’로 옛 주공 부문이 담당하는 주거복지에 필요한 돈을 조달하는 식이다.

합병 당시에도 주공의 부채는 토공의 부채 규모의 1.5배에 달했다. 기재부의 ‘2008 회계연도 공기업 및 준정부기관 결산서’에 따르면 당시 주공의 부채는 51조8000억원, 토공의 부채는 33조9000억원이었다. 과거처럼 주공·토공으로 분리할 시, 사실상 LH를 시행사업자로 내세워 추진하려던 공공재개발 사업은 추진할 수 없게된다.

이 때문에 기재부가 현재의 LH의 기업 구조를 2009년 통합 이전으로 되돌리는 단순해법으로 접근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게 대략적인 인식이다. 현재의 사업구조 상에서 내부통제장치를 어떻게 강화할 지가 기재부에서 해법을 찾아야 할 할 숙제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번에 문제를 일으킨 토지보상업무를 외부로 분리하는 방안, 도시 개발 정보를 부서간 공유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 등을 만드는 수준에서 개혁안이 나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 정치권, 주택 분양업무 손 뗄것 요구…수용 어려울 듯

정치권에서는 주택사업 부문의 민간 이양을 해법으로 재시하기도 한다. 토지 사업을 통해 형성된 이득을 공공임대나 주거복지를 위해 쓰고, 시장과 중첩되는 분양사업은 민간에 넘겨야 한다는 얘기다. 유승민 국민의힘 전 의원은 "공공임대 공급으로 주거복지를 실현하는 역할을 LH를 주거복지공사로 개혁해 담당하도록 하자"며 "앞으로 주택공급, 내 집 마련의 꿈을 실현하는 부분은 과감하게 시장에 맡기고 무주택 저소득층, 청년, 노인 등 주택복지가 꼭 필요한 부분은 국가가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는 것으로 나누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도 "전 세계에서 토지수용권 용도변경권 독점개발권 세 가지를 모두 가진 국가기구는 없다"며 "막강한 권한을 준 것은 공무원 수준의 도덕성을 요구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정치권의 주장은 LH가 도심정비사업의 시행자 역할을 하게되는 2·4대책의 공공재개발을 하지 말라는 의미이기 때문에 기재부가 받아들일 수 없는 카드다. 한 기재부 관계자는 "LH개혁은 공공 재개발의 추진 동력을 유지하면서도, LH 내부의 비리 구조를 청산하고, 공룡과 같은 비대한 조직구조도 효율화해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굉장히 복잡 미묘한 과제가 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세종=이민아 기자(wow@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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