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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미얀마 민주화 시위

미얀마 군부 '수치 장기징역형·선거제 개편' 재집권 검은 속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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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 정치적 재기 차단하고 비례대표제 도입해 의석 확대 모색

쿠데타 당시 약속대로 총선 재실시해도 '현상황 유지=패배' 판단

연합뉴스

"아웅산 수치 고문을 석방하라"(자료사진)
[AFP=연합뉴스]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미얀마 군부가 쿠데타 이후 어떻게 정권을 다시 잡을지를 놓고 그 '검은 속내'를 속속 드러내고 있다.

지난 2015년 문민정부 출범 이전까지 53년간 누려온 집권기의 영화를 다시 맛보기 위한 계책이다.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에 대한 '정치적 제거' 및 비례대표제로의 선거제도 개편이 두 가지 핵심축으로 보인다.

이는 지난 11일 군사정권 기자회견에서 잘 드러났다.

군정 대변인인 조 민 툰 준장은 쿠데타 이후 두 번째 기자회견에서 수치 고문이 표 민 떼인 양곤 주지사로부터 2017년 12월∼2018년 3월 60만 달러(약 6억8천만원)의 불법 자금과 금 11.2㎏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여러 사람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뇌물수수가 확인됐다고도 했다.

불법 수입된 워키토키 사용 혐의(수출입법 위반) 등 기존 4개 혐의에 뇌물수수죄까지 더해져 유죄가 확정되면 수치 고문에게는 최장 징역 24년형까지 선고될 수 있다.

현재 75세라는 수치 고문의 나이를 고려하면 정치 활동 재개를 장담할 수 없다.

로힝야족 학살 옹호와 비판 세력 재갈 물리기 등으로 국제사회에서는 비판을 받았지만, 여전히 국내에선 압도적 지지를 받는 수치 고문을 국민과 '분리'하는 것만으로도 군부가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가능하다.

또 이날 기자회견에서 다른 현안에 묻혀 잘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선거제도 개편 논의가 공개적으로 거론된 점은 적지 않은 의미를 가진다.

연합뉴스

NLD 지지자들이 수치 고문이 그려진 차량을 타고 지나가고 있다.(자료사진)
[AFP=연합뉴스]



군정이 지명한 연방선관위원회의 킨 마웅 우 선관위원은 기자회견에 참석, 선관위가 비례대표제로의 전환을 제안하고 있는 정당들과 만났다고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킨 마웅 우 선관위원은 선관위가 이 방안을 연구할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이 방안이 수용될지는 확실하게 말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군정을 대신하는 선관위가 비례대표제를 제안한 게 아니라 이를 주장하는 정당들과 만났다는 설명이지만,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선거제 개편을 통한 재집권 기반 마련'이라는 군정의 의도는 명백하다는 것이다.

현지 매체들은 이달 초 연방선관위가 각 정당에 비례대표제에 대한 의견을 물어왔고, NLD 등은 이에 반대한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보도했었다.

또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키고 연방선관위를 친군부 인물로 대체했을 때, 이미 이런 관측이 나온 바 있다.

군부가 비례대표제를 도입, 군부와 연계됐거나 군부를 지지하는 소수정당들의 원내 진출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NLD 압승을 원천 봉쇄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지난달 26일 군정에 의해 임명된 테인 소 연방선관위원장은 총선 부정을 이유로 들며 "NLD의 2020 총선 (승리) 결과는 더는 유효하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총선 결과를 부인한 이날 회의에 NLD 등 38개 정당은 불참했지만, 51개 정당이 참석했다는 점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약속'대로 총선을 다시 치른다고 해도 수치 고문이 정치적으로 건재하고, 대중적 인기가 높은 NLD 후보들이 현재처럼 최다 득표자가 당선되는 시스템하에서 출마한다면 결과가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군부가 판단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미얀마 연방의회의 상·하원 전체 의석은 664석이지만, 군부가 2008년 만든 헌법에 따라 전체의 25%인 166석은 군부에 사정 배정되고 나머지 498석만 선거에서 최다득표자 당선 제도를 통해 뽑게 된다.

2015년과 지난해 총선에서는 군부 사전 배정 의석에도 NLD가 최다득표 당선 시스템에서 '압도적' 우세를 보여 NLD 단독 정권 수립이 가능했었다.

현지 매체 이라와디는 정치 분석가들을 인용, 미얀마 내 90여 개 정당 중 30여 개는 군부의 정치적 협력자로 여겨지는 만큼, 비례대표제가 도입되면 민주 진영이 의회 내 지배력을 잃을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총선에 나섰던 한 정치인은 이라와디에 "군부는 사전에 의회 25% 의석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비례대표제로 바뀌면 군부와 연계된 통합단결발전당(USDP)도 군부 및 군부 동조자들의 지원에 힘입어 NLD에 이어 의석수 2위를 차지할 것"이라며 "비례대표제로 바꾸자는 건 정치적 속임수"라고 주장했다.

sout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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