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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의 촉] 문준용, 문다혜, 그리고 대통령 처남

조선일보 이동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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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의 촉] 문준용, 문다혜, 그리고 대통령 처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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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가족 문제는 참 예민합니다.

이 사람들을 흔히 준공인이라고 합니다. 공인은 아닌데 공인에 준하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는 뜻일겁니다.

신문사 입사한지 얼마 안됐을 때, 당시 김영삼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씨가 구기동 빌라에 살고 있었습니다.

저는 매일 그 빌라 앞으로 출근했습니다. 정태수 회장 한보비리로 나라가 들썩일 때 였습니다.

김현철씨가 국회 청문회에 불려나가기 직전이었습니다. 제 임무는 김현철씨 집 앞을 지키고 있다가 움직임이 있으면 즉각 보고하는 일이었습니다.

김현철씨가 국회로 가는 순간을 놓쳐 버렸습니다. 청와대 직원들을 동원해 기자들을 따돌린 겁니다. 얼마 뒤 김현철씨는 구속됐습니다.


김영삼 정부 마지막해였던 1997년 일입니다.

김대중 정부시절에는 대통령 아들 문제 때문에 어떤 남성과 호텔에서 며칠간 합숙한 적이 있습니다. 그는 김대중 대통령의 아들 김홍걸 씨 부패 스캔들의 키를 쥔 중요한 증인이었습니다. 제 임무는 그 사람과 같은 호텔에서 같이 먹고 자면서 홍걸씨에 대해 최대한 많은 얘기를 듣는 것이었습니다. 김홍걸씨도 그 얼마 뒤 구속됐습니다. 김대중 정부 마지막해 2002년 일입니다.

‘대통령 가족 사고 총량의 법칙’. 이런 칼럼을 쓴 적이 있습니다. 역대 대통령 가족은 예외 없이, 어떤 식으로든 사고를 쳤다. 총량이 있다는 얘기죠.


국민의힘 곽상도 의원이 최근에 문 대통령 딸 다혜씨의 부동산 투기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아시다시피 딸 다혜씨는 2018년, 대통령 임기초반에 가족이 동남아로 이주했습니다. 그런데 2019년에 살지도 않는 주택을 샀습니다. 그리고 차익을 챙겼다는 겁니다. 그 사이 서울시가 다혜씨 주택 주변을 지구단위계획구역으로 지정했다고 합니다. 쉽게 말해 호재가 있었던거죠.

김정숙 여사 동생, 대통령 처남도 그린벨트 해제로 LH에 땅을 팔아 47억원의 차익을 올렸다 합니다. 과거정부 때 일인데 뭐가 문제냐고 하겠지만

이런 생각은 듭니다. 부동산으로 돈 버는 걸 죄악시하는 정권에서 대통령 가족은 왜 이렇게 부동산으로 돈을 버는 것일까.


문다혜씨 가족의 동남아 이주는 아직도 미스터립니다. 문씨 아들, 그러니까 대통령의 외손자는 국제학교에 입학해 다녔습니다. 곽상도의원에 따르면, 1년 학비가 4000만원 들어가는 방콕 최고 국제학교라고 합니다. 사위가 이상직 의원 도움을 받아 취직을 했다는 얘기가 알려졌습니다. 이상직 의원은 준정부기관 이사장을 지내다가 여당 의원까지 됐습니다.

다혜씨 가족의 태국 이주엔 당연히 청와대 경호원들도 따라갔습니다. 대통령 딸이 왜 동남아로 갔는지, 무슨 돈으로 어떻게 살았는지, 궁금증이 꼬리를 물었습니다. 그런데 청와대는 당최 답이 없었고, 지금도 없습니다. 다혜씨는 작년에 다시 귀국했습니다. 최근 월간조선은 다혜씨가 인터넷매체를 설립해 요가관련 일을 한다고 보도했습니다. 다혜씨는 월간조선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개인적인 사유로 일정기간 해외 체류한 사실은 있으나 이민은 아니다.”

문준용씨 얘기도 끊임없이 나왔습니다. 얼마 전 준용씨가 서울시의 ‘코로나 피해 긴급 예술 지원’ 사업에서 딱 네 줄짜리 피해 사실 확인서를 내고

최고액을 지원받았다고 해 논란이 됐습니다. 월간조선과의 인터뷰에서 문다혜씨가 이런 말을 했더군요. “저의 사생활에 대한 보도가 공익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저는 대통령 가족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남의 사생활을 엿보는 관음증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공익과 무관하다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대통령 가족에 대한 관심은 권력 견제라는 차원에서 당연히 해야할 일입니다. 그게 준공인으로 호칭받는 대통령 가족의 숙명 아닐까 싶습니다.

세금을 들여 경호하는 것도 그들 안위가 국가운명에 의미가 있기 때문입니다. 안위를 책임지는 국민에게 그들의 행실은 알려져야 합니다.

대통령 가족 문제는 숨기려고만 해선 안됩니다. 밝힐 건 밝히고 알릴 건 알려야 합니다. 대통령은 투명한 정치를 한다고 누구보다 투명하겠다고 말해오지 않았습니까.

이 정권의 가족 관리, 솔직히 이전보다 엄격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대통령 가족을 관리하도록 한 특별감찰관도 임기내내 임명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민정수석실이 제대로 대통령 가족을 관리한 것 같지도 않습니다. 그저 숨기려고만 한 것 아닌가 싶습니다. 지금 대통령 임기가 1년 남았습니다. 이때쯤 되면 이전과 달리, 보안이 잘 안지켜집니다. 대통령 가족의 가장 측근, 청와대 경호실에서부터 말이 새나오기 시작합니다.

지금까지 대통령 가족은 어떤 식으로든 사고를 쳤고, 결국엔 드러났습니다. 대통령의 자녀가 외국은 왜 갔는지 뭘하고 사는지, 누구로부터 후원을 받는 건 아닌지, 이런 게 국가기밀인가요?

물론 ‘프라이버시'를 주장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면 준공인의 프라이버시는 어디까지일까요?

영원한 비밀이 있던가요? 없습니다.

이건 대통령 자녀들에게도 같은 이치일 겁니다.

[이동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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