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中 깃발 든 바이든…미·일·인도·호주 '쿼드 정상회의' 연다

백악관 "12일 첫 쿼드 정상회담…바이든 참석"

중국 견제 위한 미·일·인도·호주 협의체 '쿼드'

쿼드 확대여부에 국무부 "韓 동맹, 관심사 공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9일 워싱턴 DC에 있는 자영업자의 가게를 방문했다. [AFP=연합뉴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과 일본, 인도, 호주가 구성한 협의체인 '쿼드(Quad)'가 오는 12일(현지시간) 첫 정상회담을 연다.

백악관은 9일(현지시간)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하면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화상으로 열리는 회의에 참석해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 같은 쿼드 카운터파트와 만날 것이라고 발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임기 초반부터 동맹을 규합해 반중(反中) 깃발을 높이 들어 올리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쿼드를) 임기 초반에 열리는 다자회의 중 하나로 준비한다는 사실은 우리가 인도·태평양에서 동맹과 파트너와의 긴밀한 협력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간 쿼드는 실무급 및 외교장관들이 정기적으로 회의를 열었지만, 정상 차원에서 열리는 회담은 처음이라고 덧붙였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이 9일 정례 브리핑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사키 대변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협에서부터 경제 협력, 기후 위기 등 국제사회가 직면한 다양한 사안이 논의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백악관은 중국을 의제로 거론하지 않았지만, 처음 머리를 맞댄 정상들이 어떤 중국 견제 대응 방안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쿼드 4개국에 한국·베트남·뉴질랜드 등을 더해 '쿼드 플러스'를 조직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지도 관심이다. 쿼드 확대 논의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시작돼 바이든 행정부로도 이어지고 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바이든 행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 1월 29일 쿼드를 더 발전시키고 싶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이날 국무부 정례 브리핑에서 한국의 쿼드 참여에 관한 질문에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즉답을 하지 않고 "한국은 (방위) 조약을 맺은 중요하고 필수적인 동맹"이라고만 답했다. 프라이스 대변인은 "우리는 북한의 도전과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을 포함한 많은 관심사를 공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쿼드는 2004년 인도양에서 쓰나미가 발생하자 이에 유기적으로 대응하고 협력하기 위해 탄생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007년 8월 '자유와 번영의 바다'를 주창하면서 '쿼드 안보 대화'로 불리게 됐다. 그해 9월 쿼드 4개국과 싱가포르가 해상합동 훈련을 열어 안보 대화 기구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하지만 중국의 반발과 각국의 이해관계가 차이를 드러내면서 잠정 중단됐다. 2007년 말 중국에 더 우호적인 후쿠다 야스오 일본 총리가 취임하고, 2008년 1월 만모한 싱 총리가 중국을 국빈 방문해 양국 관계 개선을 최우선 순위에 두겠다고 밝혔다. 2008년 2월 케빈 러드 호주 총리가 취임한 뒤 중국과 관계 등을 고려해 쿼드 참여 중단을 선언했다.

9년 뒤인 2017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들어 열린 아세안(ASEAN) 정상회의 기간에 쿼드 4개국 정상은 안보협의체를 부활시켰다. 2019년 9월 유엔 총회 기간에 뉴욕에서 첫 외교장관 회담이 열렸고, 지난해 10월에는 일본에서 두 번째 외교장관 회담을 했다.

쿼드 운영은 바이든 행정부가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계승한 외교 정책 가운데 하나다. 바이든 행정부 집권 한 달 만인 지난달 18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4개국 외교장관과 화상 회담을 했다. 다시 한 달도 안 돼 정상회담을 발표한 것은 동맹을 규합해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저지하겠다는 바이든 행정부의 전략적 선택으로 전망된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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