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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끊이지 않는 성범죄

여성 구직자 면접 불러 놓고 “미투 때문에 뽑을 생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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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있다 ‘성차별 면접’

[경향신문]

경향신문

동아제약 논란 뒤 촉발
비슷한 경험담 잇따라
결혼·출산 등 질문 여전

“미투(나도 고발한다) 운동 때문에 여자를 뽑을 생각이 없는데 그래도 불러봤다.”

직장인 A씨(31)는 9일 기자와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대화에서 지난 2월 한 중소기업 경력직 채용 면접에서 이러한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그가 “미투는 남자가 잘못해서 발생한 일 아닌가요”라고 묻자, 면접관은 “미투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여자를 안 뽑는다”고 반복해서 말했다. 이후 면접관은 A씨에게 결혼과 출산 계획을 꼬치꼬치 물었다. A씨가 “아이를 낳을 생각이 없다”고 하자, 면접관은 “지금 만나는 남자도 (그런 생각을) 알고 있냐. 그래도 애는 낳아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동아제약이 지난해 신입사원 채용 때 여성 지원자에게 성차별적 질문을 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SNS 등에는 여성들이 겪은 비슷한 경험담이 잇달아 올라왔다. 성차별적인 면접 질문이 동아제약 한 곳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데이터 분석가인 20대 직장인 B씨도 생애 첫 취업 면접에서 들었던 질문을 잊을 수 없다. 당시 면접관은 그의 이력서를 보다가 “여자면 공대에서 남자 선배들이 과제 많이 해줬겠네요”라고 물었다.

B씨는 “장학금을 받을 만큼 성적이 좋았는데,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성적을 폄하하는 발언을 들었다”며 “지금이라면 항의라도 하겠지만 경험이 없던 20대 초반의 인생 첫 면접 자리에서 ‘내가 스스로 공부한 것’이라고만 답했다”고 말했다.

취업 포털사이트 사람인이 지난해 9월 구직자 1732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전체 구직자의 21.1%가 면접에서 성별을 의식한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 같은 경험은 남성(9.6%)보다 여성(30.4%)에게 두드러졌다. 성별을 의식했다고 느낀 질문은 향후 결혼 계획(50.7%), 출산·자녀 계획(43%), 애인 유무(37%), 야근 가능 여부(34.5%), 남성·여성 중심 조직문화 적응에 대한 생각(30.4%), 출장 가능 여부(20%) 등이었다. 직장인 C씨는 “한창 취업 준비를 할 때 결혼 관련 질문을 정말 많이 들었다. 이 정도 규모의 기업에서 아직도 이따위 질문을 하는지 의아한 적이 많았다. 차별적 질문을 받아도 취업이 급해 항상 모범 답안만 내놨다”고 말했다.

동아제약이 여성 지원자에게 성차별적 질문을 한 사실은 지난 5일 공개된 한 유튜브 예능프로그램 영상에 한 누리꾼이 “지난해 말 면접을 볼 때 인사팀 팀장이 유일한 여자 면접자였던 제게 ‘여자들은 군대 안 가니까 남자보다 월급 적게 받는 데 동의하냐’고 물었다”고 댓글을 달면서 알려졌다.

파장이 커지자 최호진 동아제약 사장은 지난 6일 “지난해 11월16일 신입사원 채용 1차 실무 면접 과정에서 면접관 중 한 명이 지원자에게 당사 면접 매뉴얼을 벗어나 지원자를 불쾌하게 만든 질문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지원자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리고 고객들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박채영 기자 c0c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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