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 주거지에도 무차별 총격, 가택 무단 침입해 시위대 체포도
미얀마 제2 도시 만달레이의 중심가에서 8일 군부 쿠데타 규탄 시위대가 플래카드를 들고 독재에 대한 저항을 상징하는 '세 손가락 경례'를 하고 있다. 미얀마에서는 지난달 1일 쿠데타가 발발한 이후 군경에 의해 시위 참가자 50여 명이 숨지는 유혈 참사 속에서도 군정에 저항하는 시위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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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미얀마 군부가 한밤중에 주거 지역에 무차별 총격을 가하고, 가택에 무단 침입해 민주화 인사 등을 마구잡이로 잡아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8일 트위터에는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서 전날 밤 10시 20분쯤 집 안으로 날아온 총알에 다리 부상을 입은 여성의 사진이 올라왔다. 같은 날 페이스북에는 한밤중에 양곤의 한 주거지에서 여러 발의 총성이 울리는 영상이 올라왔다. 미얀마 시민들은 소셜미디어에 “이제 집 안에서도 안전하지 않다”, “밤이면 집 안에서 불을 끈 채 조용히 있다. 낮에도 밤에도 날마다 더 무서워지고 있다”는 글을 올리고 있다. AP통신은 군부가 시민들이 공포에 질려 시위에 나설 수 없도록 통행금지령이 내려진 밤에도 총기로 위력을 과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지 언론들은 군경이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 소속 인사와 시위 주동자들 집에 예고없이 들이닥쳐 여러 명을 끌고 갔다는 증언과 목격담을 전하고 있다. 군경은 이와 함께 각 지역의 주요 병원과 대학도 강제 점령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날 무장한 군경이 양곤과 미얀마 제2 도시 만달레이 등의 대형 병원을 점령하고 구급차를 습격한다고 보도했다. 의료진의 시위 참여·지원을 막고, 다친 시위 참가자를 손쉽게 체포하기 위해서다. 양곤 쉐비다의 대학 주변에서는 100여 명의 청년이 체포됐다.
시위 사망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이날 미얀마 북부 카친주 미치나에서 경찰이 반(反)쿠데타 시위대를 향해 총격을 가해 2명이 사망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전날 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미얀마 최대 불교 유적지가 있는 중부 도시 바간에서도 군경이 시위대를 향해 발포해 여러 명이 부상을 입었다.
미얀마 군부는 시위 진압 수위를 높이는 한편, 국제사회 제재를 피하기 위한 이미지 세탁에도 나서고 있다. 가디언은 7일 미얀마 군부가 이스라엘계 캐나다인인 아리 벤메나시(69)가 운영하는 홍보회사(PR agent) ‘디킨스 앤드 매드슨 캐나다’와 홍보 계약을 맺었다고 전했다. 벤메나시는 이스라엘 3대 정보기관 중 하나인 아만(Aman)의 정보요원 출신으로, 무기 중개상으로 일하다 옥살이를 한 뒤 로비스트로 변신했다. 짐바브웨 전 독재자 로버트 무가베와 수단의 군부 정권을 대변한 전력이 있다. 그는 이날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서방 국가들이 미얀마 군부를 오해하고 있다”며 쿠데타는 아웅산 수지 정권과 중국 간 밀착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이벌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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