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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김학의 '성접대' 의혹

공수처 이첩에 차규근 영장 기각까지… 제동 걸린 '김학의 출금'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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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해 '불법 출국금지 조처'를 한 의혹을 받는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이 지난 5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수원지법 청사로 들어서기 전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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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석진 기자]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불법적인 '긴급 출국금지'를 승인한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되며 검찰 수사에 제동이 걸렸다.


법원이 '범죄 혐의 소명이 부족하다'거나 '혐의 성립 여부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하지 않고 '적법절차'를 언급하며 '사안이 가볍지 않다'고 지적한 것은 그나마 검찰로선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이규원 검사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등 핵심피의자들에 대한 사건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 이첩된 가운데 지난주 윤석열 검찰총장이 사퇴하면서 검찰의 수사 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진욱 공수처장은 지난 3일 수원지검이 이첩한 이 검사와 이 지검장 등 현직 검사들에 대한 사건을 공수처에서 수사할지, 아니면 수원지검으로 재이첩할지를 검토 중이다. 김 처장은 이번 주중에 재이첩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앞서 수원지검은 '공수처 외 다른 수사기관이 검사의 고위공직자범죄 혐의를 발견한 경우 그 사건을 공수처에 이첩한다'고 규정한 공수처법 25조 2항에 따라 이들 사건을 공수처로 이첩했다.


하지만 이제 막 공수처 검사 선발을 위한 인사위원회 구성이 마무리된 만큼 인사위원회가 열리고 공수처 검사들이 임용돼 본격적인 수사 개시가 가능하기 까지는 최소 한 달 정도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장 후보 추천 과정에서 야당 추천 위원들의 반발로 추천위가 공전됐던 상황이 재연될 경우 공수처 검사 임용 시기가 더 늦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같은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해 사건을 검찰로 재이첩할지 아니면 이 지검장이나 차 본부장 외에도 이용구 법무부 차관이나 이종근 대검 형사부장 등 친정부 인사들이 여럿 연루된 이번 사건을 공수처 1호 사건으로 정해 직접 수사할지를 김 처장이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다.


수원지검 수사팀은 차 본부장 외에도 이 검사를 여러 차례 소환해 조사했지만 이 지검장의 경우 소환통보에 응하지 않고 서면 답변서만 제출한 상태다. 윤 총장 사퇴 전 이 지검장과 이 검사 모두 본인들의 사건이 공수처 이첩 대상이라고 강조했던 걸 보면 김 전 차관에 대한 긴급 출국금지가 불법적이었다는 판단 하에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검찰보다는 공수처가 수사를 맡는 것이 보다 유리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김 처장은 과거 김 전 차관에 대한 긴급 출국금지가 불법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에 대해 애매한 발언을 한 적이 있다.


검찰이 이 검사의 서류조작 행위나 출입국본부 직원들의 무단 출국기록 조회가 명백한 불법임을 전제로, 이를 교사하거나 묵인한 윗선의 범죄를 입증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는 것과는 출발점이 다르다고 볼 수 있다.


김 전 차관은 재수사 여론이 높아지던 2019년 3월 태국 방콕으로 출국을 시도했지만, 대검 검찰과거사진상조사단의 긴급출국금지 조치로 비행기 탑승 직전 출국을 제지당했다.


그런데 당시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에 파견돼 있던 이 검사가 인천공항 출입국관리청에 이미 수년 전 무혐의 처분을 받은 사건번호를 기재해 긴급출국금지 요청을 하고 사후승인을 받는 과정에 박상기 당시 법무부 장관과 이성윤 당시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이 관련된 정황이 국민권익위원회 공익신고를 통해 드러났다.


당시 이 검사가 제출한 긴급출국금지 요청서에 김 전 차관이 2013년 서울중앙지검에서 이미 무혐의 처분을 받은 성폭행 사건의 사건번호(중앙지검 2013년 형제 65889호)가 기재됐고, 이후 법무부에 제출한 긴급출국금지 승인요청서에는 앞서 긴급출국금지 요청서에 기재된 사건번호 대신 ‘서울동부지검 2019년 내사1호’라는 내사번호가 기재됐던 사실이 확인된 것.


이미 무혐의 처분을 받은 사건번호는 긴급출국금지 요청에 사용될 수 없는 데다 2019년 당시 서울동부지검 내사 1호 사건은 두 달 뒤인 같은 해 5월 30일 전혀 다른 사건에 대해 비로소 사건번호가 생성됐다는 점에서 명백한 가짜 사건번호라고 볼 수 있어 이 모든 게 일단 김 전 차관의 출국을 막기 위한 목적으로 자행된 서류 조작이었다는 점이 드러난 상태다.


또 당시 긴급출국금지 요청서나 승인요청서에는 이 검사의 명의만 있고 소속 지검장의 관인이 없었는데 이성윤 당시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이 서울동부지검에 연락을 해 정식 내사번호로 입력하는 등 방법으로 사후 추인을 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이 지검장은 수원지검 안양지청이 이 같은 정황을 발견하고 이 검사를 입건해 수사하려는 걸 무마했다는 '수사 외압' 의혹도 받고 있다.


차 본부장은 법무부 출입국심사과 공무원들을 통해 2019년 3월 19일 오전부터 같은 달 22일 오후까지 177차례에 걸쳐 김 전 차관의 이름, 생년월일, 출입국 규제 정보 등이 포함된 개인정보 조회 내용을 보고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당시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에 파견돼 있던 이 검사가 김 전 차관에 대해 불법적으로 긴급출금 조처한 사정을 알면서도 하루 뒤인 23일 오전 출금 요청을 승인한 혐의도 받고 있다.


차 본부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한 수원지법 오대석 영장전담판사는 전날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허위공문서작성 및 허위작성공문서행사, 직무유기 등 혐의를 받는 차 본부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오 판사가 밝힌 기각 사유는 "엄격한 적법절차 준수의 필요성 등을 고려할 때 사안이 가볍지 아니하나, 현재까지의 수사과정에서 수집된 증거자료, 피의자가 수사에 임해 온 태도 등에 비춰 증거인멸이나 도주의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기 어려워 구속의 필요성과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였다.


구속영장의 핵심 판단기준인 도주의 우려나 증거인멸이 없어서 구속할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취지지, 범죄 혐의 소명이 부족하다거나, 범죄 혐의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보진 않은 것.


특히 오 판사가 "엄격한 적법절차 준수의 필요성 등을 고려할 때 사안이 가볍지 아니하나"라고 지적한 것은 검찰이 차 본부장에게 적용한 혐의와 관련된 범죄사실들이 입증될 경우 적법절차 관점에서 분명히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것을 암시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다만 문제는 수사 동력이다. 윤 총장이 임기 전 사퇴하며 수사 외압을 막아줄 방패가 사라진 상태에서, 청와대나 법무부가 문제가 없다고 보는 사안에 대해 강도 높은 수사를 이어가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사건이 발생한 2019년 3월 대검 검찰과거사진상조사단에서 민간인 조사단원으로 일하다가 문제의 '불법 출금' 조치가 내려지기 직전 진상조사단에서 자진 사퇴한 박준영 변호사가 지적했듯이 당시 김 전 차관은 출국금지 조치 대상이 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김 전 차관이 얼마나 나쁜 짓을 저지른 사람인지, 그런 김 전 차관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검찰이 어떤 편법과 불법을 통해 사건을 무마했는지 등과는 별개로, 법을 집행하는 법무부 관계자들이나 검사들이 김 전 차관의 출국을 막는 과정에서 서류 조작 등 또 다른 불법을 저질렀다면 이는 처벌 대상이라는 것이 이번 사안의 본질이다.


하지만 여권 관계자들이나 5일 영장실질심사에 나온 차 본부장 등은 "그러면 그때 김 전 차관을 출국하게 놔뒀어야 했느냐"며 김 전 차관에 대한 국민들의 부정적인 감정에 호소하고 있다.


수사의 첫 고비였던 차 본부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이 지검장 등 윗선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내기는 어려운 상황이 됐다.


검찰총장 직무를 대행하고 있는 조남관 대검 차장검사가 소집해 8일 열리는 전국 고검장회의에서도 김 전 차관 사건이나 대전지검이 수사 중인 '월성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사건 등 정권 관련 사건 수사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최석진 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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