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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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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땅투기 수사, 이번엔 정부가… “한동훈한테 두달만 줘라” 조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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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3기 신도시 투기 관련 브리핑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김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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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투기 의혹이 확산하며 정부가 합동조사단을 꾸려 사태 진화에 나섰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조사해야 정상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국무조정실·국토교통부·행정안전부·경찰청·경기도·인천시가 참여하는 조사단은 3기 신도시 6곳(광명 시흥·남양주 왕숙·하남 교산·인천 계양·고양 창릉·부천 대장)과 택지면적이 100만㎡를 넘는 과천 과천지구·안산 장상지구 등 8곳에 대한 전수조사에 나선다.

조사 대상자는 국토교통부와 LH를 비롯한 신도시 조성 업무에 참여한 공기업 직원, 3기 신도시 지역인 경기도와 인천시 등 해당 기초 지방자치단체 8곳의 신도시 담당 부서 공무원 등이다. 정부는 우선 국토부와 LH직원들을 상대로 1차 조사를 벌여 다음 주 중반쯤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1·2기 신도시 땐 검찰이 투기 공무원 적발

1989년 노태우 정부는 성남시 분당, 고양시 일산, 부천시 중동, 안양시 평촌, 군포시 산본 등 5개 지역 신도시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이후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자 정부는 1990년 2월 검찰 합동수사본부를 설치해 대대적인 수사에 나섰다. 검찰은 당시 수사 9개월 만에 부동산 투기 사범 8944명을 적발하고, 776명을 구속, 709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후 5개월 뒤에 추가로 4759명을 입건해 211명을 구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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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이 제기된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 땅에 묘목이 심어져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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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노무현 정부가 발표한 2기 신도시 조성 때도 부동산 투기 문제가 심각해지자 검찰이 2005년 7월 ‘투기사범과 전쟁’을 선포했다.

2기 신도시는 경기 김포, 인천 검단, 화성 동탄 1·2, 평택 고덕, 수원 광교, 성남 판교, 서울 송파, 양주 옥정, 파주 운정 등 수도권 10개 지역과 충청권 2개 지역(아산·도안) 등 총 12곳이다.

당시 검찰은 대검에 ‘부동산 투기사범 합동수사본부’를 설치하고, 일선지검과 지청에 ‘부동산 투기사범 합동수사부(반)’을 편성해 대대적인 단속에 나섰다.

당시 검찰의 수사 결과로 공무원 27명이 부동산 투기에 나선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뇌물을 받고 기획부동산업체나 전문 투기꾼에게 개발제한구역 관련 정보를 제공하거나 부동산 투기 세력과 유착해 허위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했다.

이번에 문제가 된 ‘LH 공무원 투기 의혹’처럼 직무상 알게 된 개발 정보를 이용해 땅을 집단 매입한 뒤 형질을 불법 변경하는 방식으로 시세 차익을 노린 공무원도 있었다.

◇“검찰 일을 왜 국토부가” “한동훈에게 두 달 주고 해 보라 하라”

역대 신도시 부동산 투기 의혹에 대해 검찰이 대대적인 수사에 나서 성과를 낸 만큼, 3기 신도시 투기 의혹 역시 검찰이 수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검찰에 이미 부동산 투기 수사에 도가 튼 전문 인력이 많은데, 굳이 LH를 산하에 둔 국토교통부가 참여해 투기 의혹을 조사한다고 하면 누가 그 결과를 믿겠느냐”며 “조사 결과를 축소 발표한 뒤 수사의뢰해 의혹 확산을 막겠다는 의도 아닌지 의심이 든다”고 했다.

LH 공무원들의 투기 의혹과 관련 언론 보도에도 검찰이 수사해야 한다는 댓글도 이어진다. 한 네티즌은 “검찰과 감사원이 조사해야 할 일 아닌가. 국토부가 조사해서 결과를 발표하면 민심이 어떻게 될까?”라고 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LH 투기 정말 밝혀낼 의지 있다면 놀고 있는 한동훈에게 두 달 주고 해 보라 하라. 그러면 국민이 믿는다”고 했다.

국토부가 참여하는 정부의 ‘셀프 조사'에 대해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은 4일 “토지거래 전산망이 국토부에 있고 또 국토부가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국토부의 조사 참여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같은날 정세균 국무총리는 “수사 기관에 의뢰하면 시간이 많이 걸리는데, 이 문제를 가지고 오랜 시간을 끌면서 상황을 파악할 수가 없다”고 했다.

한편 경찰청 5일 오후 ‘부동산 투기사범 특별수사단’을 꾸려 LH 임직원 투기 의혹 사건의 수사를 총괄 지휘한다고 밝혔다. 당초 이 사건은 경기남부경찰청에서 수사 중이었지만,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국가수사본부 집중지휘사건’으로 지정해 직접 수사를 챙기기로 한 것이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꾸리는 부동산 투기사범 특별수사단은 국가수사본부 수사국장을 단장으로, 수사국 반부패수사과, 중대범죄수사과, 범죄정보과 등이 포함됐다. 이에 더해 ‘3기 신도시 예정지’를 관할하는 경기남부청, 경기북부청, 인천청 등 3개 시‧도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 등도 특별수사단에 들어갔다.

[표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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