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 일요일’ 사흘 만에 또 발포
군부에 감금된 수지 측 반발
내각 대신할 장관대행 4명 임명
교황 “국민 염원, 폭력으로 못꺾어”
지난 3일(현지시간) 미얀마 제2 도시인 만달레이에서 경찰이 발포하자 시위대가 황급히 땅바닥에 엎드리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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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에서 3일(현지시간) 군경의 무차별 총격으로 10대 남성을 포함해 시위대 10여 명 이상이 숨졌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이는 지난달 28일 미얀마 전역에서 경찰 발포로 최소 18명이 숨진 ‘피의 일요일’ 이후 사흘 만이다.
AFP통신은 이날 현지 의사의 말을 인용해 “중부 사가잉시에서 4명이 총에 맞아 숨졌다”고 보도했다. 또 현지 매체인 미얀마 나우는 만달레이에서 군경의 총격으로 남녀 한 명씩 두 명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희생된 30대 여성은 가슴에, 10대 남성은 머리 부위에 각각 총을 맞고 사망했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도 목격자의 말을 인용해 최대 도시 양곤에서도 군경의 총격으로 1명이 숨지고 여러 명이 부상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또 밍잔에서도 사망자 한 명이 발생했고 수명이 부상했다고 보도했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현지인들은 “밍잔에서 14세 소년이 머리에 총을 맞아 숨졌고 몽유와에서도 17세 소년을 포함한 5명이 사망했다”며 관련 영상을 공개하고 있어 사망자는 추가로 늘어날 수 있다.
앞서 2일 밤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은 외교장관 화상 회의 뒤 의장 성명을 통해 “모든 당사자가 더이상 폭력을 부추기는 행위를 자제하고 평화적으로 사태를 해결해 나갈 것을 촉구한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히는데 그쳤다.
이와 관련, 군정은 이날 국영 MRTV를 통해 군정이 임명한 운나마웅르윈외교장관이 “아세안 회의에서 선거부정을 알렸다”고 보도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또 지난달 1일 쿠데타 발생 직후 구금했던 윈 민 대통령에 대해 2건의 범죄 혐의를 추가해 기소했다고 변호인 킨 마웅 조는 밝혔다.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 측의 반발도 조직화하고 있다. 수지 고문 측 의원들의 모임인 CRPH(연방의회 대표 위원회)는 2일 성명을 내고 활동하지 못하게 된 문민정부 내각의 역할을 대신할 장관 대행 4명을 임명했다고 밝혔다.
앞서 CRPH는 지난달 22일 자선 의료재단을 운영하는 의사인 사사를 유엔 특사로, 1990년대 민주화를 위한 학생운동에 참여했다가 옥고를 치른 틴 린 아웅을 국제관계 대표로 각각 선임했다.
지난달 26일 유엔총회 연설 직후 저항의 상징으로 사용되는 ‘세 손가락 경례’를 했던 초 모 툰 주유엔 미얀마대사는 다음 날인 27일 군부가 "고국을 배신했다”며 유엔 대사직에서 해임했으나 물러서지 않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그는 지난 2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볼칸 보즈키르 유엔총회 의장에게 서한을 보내 자신을 대사로 임명한 윈 민 대통령과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이 여전히 합법적인 선출직 인사라고 강조하면서 "내가 여전히 미얀마의 합법적인 유엔 대사”라고 밝혔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도 이날 성명에서 군부의 해임 시도에도 미얀마의 주유엔 대사는 여전히 초 모 툰이라는 게 미국의 해석이라고 말했다.
5일 역사상 첫 이라크 방문을 앞둔 프란치스코 교황도 3일 수요 일반 알현 말미에 미얀마 유혈 사태에 깊은 우려를 표하면서 시위대를 강경 진압하는 군부를 규탄했다. 바티칸 뉴스 등에 따르면 "미얀마 국민의 염원이 폭력으로 꺾일 수 없다”며 더이상의 무고한 희생을 막기 위한 국제사회의 중재 노력을 촉구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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