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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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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을 팔고 100억대 땅을 샀다...LH 직원들 신도시 투기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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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시흥지구 지정前 매입 정황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10여 명이 경기도 광명‧시흥의 신도시 지구가 발표되기 전 해당 지구에 있는 100억원대 토지를 사들였다는 의혹이 2일 제기됐다. 시민단체는 이들이 내부 정보를 활용해 투기에 나섰을 가능성이 크다며 감사원에 공익 감사를 청구했다. LH와 국토교통부는 전수 조사에 착수하는 등 자체 진상 조사에 나섰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국토부에 “해당 지역에 대한 사실관계를 신속히 조사하고, 필요한 경우 수사 의뢰 등 철저한 조치를 취하라”는 긴급 지시를 내렸다. 이어 “다른 택지개발 지역에도 유사 사례가 있는지 확인하고, LH 등 토지·주택 정보 취급 공직자들이 이익충돌 등 윤리 규정 위반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을 강구하라”고 주문했다. 이번 의혹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문재인 정부의 신도시 개발 정책 관리에 허점이 뚫린 대규모 투기 사건으로 비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과 참여연대는 2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 10여 명이 경기도 광명‧시흥의 신도시 지구가 발표되기 전 해당 지구에 속한 100억원대 토지를 사들였다는 투기 의혹을 폭로했다. 국토부는 지난달 24일 경기도 광명시 광명동·옥길동과 시흥시 과림동 일대를 3기 신도시로 선정해 발표했다. 이 지역에 주택 7만호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조선일보

LH 직원들 투기의혹 지역


김태근 민변 민생경제위원장은 “신도시 발표 이후, LH 직원들이 해당 지역에서 투기 목적으로 토지를 사전 구입했다는 제보가 들어왔다”며 “2018년부터 작년까지 거래된 토지를 무작위로 선정해 등기부 등본과 LH 직원 명단을 대조한 결과, LH 직원 여러 명이 토지 지분을 나눠 매입한 정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단체들은 2018년 4월부터 작년 6월까지 LH 직원 10여 명과 그 배우자들이 총 10개의 필지(2만3028㎡·약 7000평)를 약 100억원에 구입했고, 금융기관을 통한 대출금만 58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정부는 2018년 9월 수도권 3기 신도시 계획을 처음 언급했고, 광명·시흥은 줄곧 유력한 후보지로 거론된 지역이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광명·시흥지구는 좋은 입지에도 비싼 땅값 때문에 토지 보상 문제가 만만치 않아 3기 신도시에 포함되지 않았는데, 올 들어 정부가 ‘획기적 공급 대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결국 낙점이 됐다”고 말했다.

LH 직원들이 대규모 대출까지 받아 집중적으로 유력 후보지의 토지를 사들인 만큼 민변 등은 이들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투기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토지를 구매한 직원 상당수는 LH에서 보상 업무를 취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매 행태도 일반적이지 않았다. LH 직원들은 해당 토지를 개별적으로 사지 않고, 여러 명이 공동으로 소유권 지분을 취득하는 방식으로 산 것으로 나타났다. 서성민 민변 변호사는 “특정 지역 본부 직원들이 특정 토지의 공동 소유자로 돼 있을 뿐 아니라 자기 명의 또는 배우자, 지인들과 공동으로 유사한 시기에 해당 지역 토지를 동시에 매입한 것을 볼 때 이런 잘못된 관행이 많이 있었을 것으로 강하게 추정된다”고 했다. 토지 소유자 중에는 퇴직 직원으로 추정되는 이들도 있다고 민변 측은 밝혔다. “마치 LH에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신도시 토지 보상 시범사업을 하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킬 정도”라는 말도 나왔다.

이들이 매입한 토지는 신도시 지정 지역을 중심으로 분포해 있는 농지로 파악됐다. 개발에 들어가면 수용 보상금이나 대토 보상(현금 대신 토지로 보상하는 제도)을 받을 수 있는 곳이었다. 김남근 참여연대 정책위원은 “농지를 매입하려면 영농계획서를 내야 하는데 LH 직원이 일을 하면서 농사를 병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허위·과장 계획서를 제출한 투기 목적의 매입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민변 측은 “실제로 신도시 대상으로 발표되자마자 LH 임직원들이 사들인 농지에서 대대적인 나무 심기가 벌어진 정황도 포착됐다”고 했다. 실제로 일부 해당 농지에는 보상을 노린 것으로 추정되는 묘목 수천 그루가 빼곡히 심어져 있었다.

이강훈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은 “공직자윤리법상 이해충돌 방지의무 위반 및 부패방지법상 업무상 비밀 이용 금지 위반 가능성이 커 감사원에 공익 감사를 청구한다”고 밝혔다. 민변·참여연대는 감사원에 “해당 지역뿐 아니라 3기 신도시 전체에서 국토부 공무원 및 LH 직원들이 토지를 소유하고 있는 경우 취득 일자와 취득 경위 등을 전수(全數) 조사해야 한다”며 “국토부와 LH의 관리·감독, 직무유기 부분에 대해서도 감사해달라”고 했다.

특히 LH 직원의 토지 매입 10건 중 9건은 변창흠 국토부 장관이 LH 사장으로 재직하던 기간(2019년 4월~작년 12월)에 이뤄져 변 장관 책임론도 제기된다. 하지만 변 장관은 이날 산하 기관장들과 신년회 자리에서 해당 투기 의혹과 관련해 “기관장들이 경각심을 가지고 청렴한 조직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해 ‘유체이탈 화법'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날 의혹과 관련해 LH는 “투기 의혹이 제기된 관련자 12명 전원을 직무에서 배제하는 등 인사 조치를 단행했다”며 “자체적인 전수 조사에도 착수했다”고 밝혔다. 국토부도 “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을 철저히 조사할 계획이며, 위법 사항이 발견되면 수사 의뢰 또는 고소·고발 등 엄정 대응할 방침”이라고 했다.

[강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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