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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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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일의 입] 박영선·안철수 ‘1차 후보’ 확정, “작년 4·15총선처럼 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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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출직 공직자’에게 나라 살림을 맡겨야 하는 제도를 유지하는 한 인기영합주의 정책으로 “제 살 깎아먹는” 악순환 고리를 멈출 수는 없어 보인다. 대표적인 선출직 공직자는 대통령, 국회의원, 서울시장·부산시장, 그리고 도지사다. 이들을 우리 손으로 뽑아서 우리 세금을 쓰라고 맡겨야 하는 이상 그들이 그 돈을 펑펑 쓰면서 다시 우리 표를 사려고 할 것이고, 우리 유권자는 ‘우선 먹기는 곶감이 달다’고, 알면서도 속아야 하는, 이상한 질곡에서 벗어날 길이 없는 것 같다.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가 한 달 남짓 남았는데, 어제 3월1일 여야에서 후보 두 사람이 1차 관문을 통과했다. 먼저 올해 예순한 살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어제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로 선출됐다. 당원들과 일반 여론조사를 반반씩 섞은 여론조사에서 69.56%를 얻어 30.44%를 얻은 우상호 의원을 이겼다. 7대3 정도로 앞선 것이다. 야권에서는 제3지대 단일화에서는 올해 쉰아홉 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금태섭 전 민주당 의원과 ’100% 국민여론조사'로 경선을 벌여 이겼다. 다만 두 후보는 득표율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선관위의 지도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상당한 격차가 있지 않았을까 짐작할 뿐이다.

이번 서울시장 후보군이 압축되는 과정은 일종의 토너먼트 경기처럼 치러지면서 결승전 팀이 좁혀지고 있는 양상이다. 일단 4강 준결승 토너먼트에 박영선·안철수, 두 후보가 먼저 도착했다고 할 수 있다. 박영선 후보도 ‘여권 단일화’를 한 번 더 거쳐야 하고, 안철수 후보는 제1야당 국민의힘의 선출 후보와 큰 승부를 남겨 놓고 있다. 그래서 논리적으로 꼭 들어맞지는 않지만, 어쨌든 4강 준결승 후보는 민주당 박영선, 제3지대 안철수, 국민의힘 나경원·오세훈, 이렇게 네 사람을 꼽을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데 오늘 방송 제목을 “작년 4·15 총선처럼 돼간다”고 붙인 이유가 있다. 그리고 선출직 공직자에게 나라 살림, 서울 살림을 맡길 수밖에 없는 악순환 고리를 통탄한 이유가 있다. 우선 박영선 후보의 어제 수락 연설을 들어보면 이렇다. “평당 1000만원대 반값 아파트로 서민의 내집 마련 꿈을 앞당기겠다.” “30년 넘은 낡은 공공 임대주택 단지부터 당장 재건축을 시작하겠다.” “청년·소상공인에게 화끈한 5000만원 무이자 대출로 희망의 사다리를 놓겠다.” “서울시 녹지 비율을 40%로 높이겠다.” “유치원 무상급식도 시행하겠다.”

여러분은 어떻게 들으셨습니까. 박영선 후보는 이번이 서울시장 세 번째 도전이다. 3수생이다. 아무리 고상한 척 해봤자 소용없다는 것과, 구체적으로 어떤 답안을 찍어야 점수가 오르는지 훤하게 알고 있다. 그 답안은 ‘반값 아파트’ ‘당장 재건축’ ‘화끈한 무이자 대출’ ‘무상급식’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중에는 서울 강남권 시민들의 숙원 사업도 있다. 막상 자신의 이익에 직접 해당되는 유권자는 귀가 솔깃할 것이다.

남들이 포퓰리즘이라고 욕을 하든 말든, 어떻게 재원 마련을 할 것이냐고 따지든 말든, 3수생 박영선 후보는 서울 시민들도 “알면서 속는다.”는 것을 뼈저리게 경험한 것이다. 여기에 대통령과 민주당과 중앙정부는 수십조 원에 이르는 마중물을 쏟아 붓고 있다. 가덕도 신공항 28조, 4차 재난지원금 20조, 광주에도 5조, 제주에도 5조, 흡사 끈 풀린 주머니에서 유리구슬 쏟아지듯 하고 있다. 대통령은 무슨 ‘코로나 위로금’을 통 크게 쏘겠다고 했는데, 그 역시 수십 조 원에 이르지 않을까 추측할 뿐이다.

작년 4월15일 총선 때도 야당은 재난지원금이 포퓰리즘이라고 강력 반발했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그러니까 선거 날짜가 다가올수록 국민 여론이 재난지원금을 바라는 쪽으로 기울자 야당도 급작스럽게 태도를 바꿨다. 선거를 불과 열흘 남겨놓고 전 국민에게 재난지원금 50만원씩 풀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그러나 이미 판세는 기울어진 뒤였고, 결과는 참패였다. 이번 서울·부산 시장 선거에서도 국민의힘의 딜레마가 여기에 있다. ‘가덕도 특별법’도 ‘3차, 4차 재난지원금’에 대해서도 “선거용 매표(買票) 특별법”이요, “선거용 돈 풀기”라고 날을 세우고는 있지만, 내심 조심하는 분위기다. 목청껏 비난을 쏟아 부었다가 선거에 지고나면 무슨 소용이란 말입니까.

이런 와중에 야권에서는 안철수 후보가 일단 4강 준결승 무대에 올라섰다. 저희는 설 연휴 첫날 ‘박영선이 안철수를 눌렀다’는 제목으로 방송을 한 적이 있다. 다소 과장된 그 제목은 박 후보가 안 후보를 확실히 제압했다는 뜻이 아니라 추세가 그런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뜻이었다. 이런 저런 여론조사에 따라 우리의 분석도 왔다 갔다 하는 것은 아니지만, 한 달 전에 이미 뚜렷한 추세가 감지되고 있었다.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은 큰 변화가 없는 상태에서 박영선 후보의 지지율이 골든크로스를 치고 올라오는 양상을 보였기 때문이다. 최근까지 발표된 각종 여론조사는 양자간·다자간 대결에서 박영선 후보가 야권의 누구와 맞붙어도 우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문제는 ‘야권 단일화’다. 안철수 후보는 “(오는 3월4일) 국민의힘 후보가 선출되는 즉시 만날 것”이라고 했다. 나경원·오세훈 둘 중 한 사람이 국민의힘 후보가 될 것이라고 가정할 때, 그들이 안철수 후보를 즉시 만나 줄지, 만난다면 어떤 장소에서 어떤 모양새로 어떤 전제 조건으로 만날지 그 어떤 것도 아직 결정된 게 없다. 안철수 후보는 몇 가지 핵심 숙제를 안고 있다. 1) 중도층을 얼마나 끌어오느냐, 2) 문재인 지지자 중에 이탈한 유권자들, 즉 ‘탈문(脫文) 세력’을 얼마나 이끌어내느냐, 3) 국민의힘 후보와 어떤 방식으로 단일화를 할 것이냐, 4) 최종 후보가 된다면 국민의힘에 입당해서 기호2번으로 출마할 것이냐 등 대략 4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물론 최종 단일화 과정에서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장담하는 것처럼 국민의힘 후보가 최종 야권 후보가 된다면 이런 계획도 다 물거품이 될 것이다.

여러분은 어떻게 보십니까. 그런 저런 단일화 과정을 거치면서 안철수·김종인·나경원·오세훈은 서울시민에게 감동을 안겨줄 수 있을까요. 오히려 여러 잡음을 일으키면서 실망만 안기고 점수를 더 깎아먹을까요. 3월18일은 선관위에 서울·부산 시장 후보를 등록하는 날이다. 그날 결승전에 오르는 선수 두 사람의 이름은 누가·누가 될까요./

[김광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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