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유혈진압 사태로 사상자가 속출한 미얀마에서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1일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 거리에 나온 시위 참가자들은 안전모, 고글, 방독면을 쓰고 군경의 최루탄, 고무탄 공격에 맞섰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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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에서 반쿠데타 시위대에 대한 군경의 강경 진압이 계속되면서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지만 1일 미얀마 시위대는 다시 거리로 나왔다.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 중심부 흘레단 네거리에서는 경찰이 최루탄과 섬광 수류탄 등을 동원해 시위 해산에 나섰지만, 시위대는 숨바꼭질하듯 게릴라 시위를 이어갔다고 현지 매체들은 전했다. 제2도시 만달레이에서는 승려들과 교사들이 거리에 나섰다.
이날 시위 참가자들 중 상당수는 고글, 안전모, 방독면을 쓴 모습이었다. 군경의 최루가스, 섬광탄, 고무탄 공격에 맞서기 위해 갖춘 최소한의 보호 장비다. 양곤의 시위 참가자는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나는 이곳에 선봉으로 서 있다”면서 “어제(지난달 28일) 시위에서 시민들을 살해한 잔혹한 정권 아래 내 아들이 살기 원치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유엔 인권사무소는 지난달 28일 하루 미얀마 전국에서 벌어진 시위로 최소 18명이 숨지고 30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서 1일 군정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진압군이 쏜 최루탄을 피해 달아나고 있다. 전날 발생한 유혈 사태에도 불구하고 시위대는 이날 다시 거리로 나왔다./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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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은 군경의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나무판자, 담요, 배드민턴 채를 들었다. 1일 트위터에 올라온 동영상에서는 시위 현장에 최루탄이 날아들자 시민들이 달려가 젖은 담요로 탄을 덮거나 물을 뿌리는 모습이 나왔다. 또 다른 사진에는 군경이 던진 최루탄이 발밑에 퍼지는 가운데 한 시민이 배드민턴 채를 들고 맞서는 장면이 담겼다. 미얀마 네티즌은 “이것이 우리가 최루탄에 대처하는 모습이다. 우리는 하나다”라고 썼다.
1일 태국 최대 도시 양곤에서 시위에 참가한 남성은 고무탄과 최루가스 공격에 대비해 헬멧과 고글을 썼다./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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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군부는 시위 유혈 진압에 이어 아웅산 수지(75) 국가고문을 정치적으로 제거하기 위한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1일 하루에만 수지 고문에게 선동과 전기통신법 혐의를 추가했다. 선동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면 최장 징역 2년, 전기통신법 위반은 최장 징역 1년 형이 선고될 수 있다.
이날 수도 네피도에서 화상으로 진행된 법원 심리에 출석해 쿠데타 이후 처음 모습을 드러낸 수지 고문은 야윈 모습이었다. 그는 쿠데타가 일어난 지난달 1일부터 네피도의 자택에 가택 연금돼왔다
태국 최대 도시 양곤에서 1일 시위에 참가한 남성은 방독면을 착용했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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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지가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 측이 선임한 변호인인 킨 마웅 조는 이날 네피도에서 기자들과 만나 “수지 고문이 얼마나 더 많은 혐의를 받게 될지 확실히 말할 수 없다”면서 “지금 이 나라에서는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고 AFP 통신은 전했다.
미얀마 제2 도시 만달레이에서 시민들이 시위에 참석했다가 사망한 여성 장례를 치르고 있다./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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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사태가 악화일로를 걷자 국제사회도 움직이고 있다. 비비안 발라크뤼시난 싱가포르 외교장관은 1일 미얀마 사태를 논의하기 위한 특별 동남아 국가연합(아세안) 외교장관 회의가 오는 2일 열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발라크뤼시난 장관은 “아세안 외교장관들이 미얀마 군사정부 대표단의 발언을 들을 예정”이라고 말했다고 싱가포르 일간 스트레이츠 타임스가 전했다.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서 1일 시위대가 바리케이드를 설치하고 군부 쿠데타를 성토하고 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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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 사키 미 백악관 대변인은 미얀마 군부의 시위 진압을 “무차별 총격에 의한 살인”으로 규정하며 “(유혈사태 책임자에 대한) 추가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각국 소셜미디어에서는 ‘밀크티 동맹(MilkTeaAlliance)’이란 해시태그가 100만 번 이상 공유되고 있다. 밀크티 동맹은 태국, 홍콩, 대만 등 동남아 국가에서 독재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뭉친 국제 연대다.
[이벌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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