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기사 아빠, 뺑소니범 보자 부산 도심서 40분간 심야 추격
사흘뒤 딸도 10㎞ 쫓아가 신고
지난 달 27일 부산 도심에서 20대 여성이 자정 무렵 음주 운전 차량을 10㎞나 쫓아가면서 실시간으로 경찰에 신고해 운전자를 붙잡은 일이 있었다. 그런데 이 여성의 아버지도 불과 3일 전인 지난 2월24일 음주 뺑소니 사고를 목격하고 범인을 쫓아가 검거에 일조한 시민이었던 것이 알려졌다. 경찰 내부에서는 ‘정의로운 부녀' ‘부전여전'이란 말이 나오며 화제가 됐다.
“3일 전엔 아버님이 음주 운전자를 잡으셨다고요?” 경찰 내부에서는 ‘정의로운 부녀' ‘부전여전'이란 말이 나오며 화제가 됐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달 27일 오전 0시 9분쯤 부산 기장 방면 금정산 터널에서 모임 후 대리운전 기사를 불러 집으로 가던 강모(여·25)씨는 앞서 가던 렉스턴 차량이 이상하게 움직이는 걸 봤다.
당시 그 도로는 최대 시속 100㎞로 달려야 하는 고속도로였는데도 그 차는 느리게 달리고 있었고, 1차로와 2차로를 위태롭게 오락가락했다. 터널 벽을 들이받거나 다른 차와 부딪힐 뻔한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강씨는 이 차를 계속 따라가며 경찰에 차량 번호와 위치를 실시간으로 알려줬고, 결국 인근에 있던 고속도로 순찰대가 운전자를 잡았다. 경찰 조사 결과 운전자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 수치(0.08%)를 넘는 만취 수준이었다.
그런데 경찰은 강씨의 아버지(55)도 불과 사흘 전인 지난 달 24일 밤 음주 뺑소니범을 추격해 체포에 도움을 준 시민이란 걸 알게 됐다. 강씨 아버지는 24일 오후 10시 20분쯤 부산진구 부암동 도시철도 2호선 가야역 부근에서 택시 2대를 잇따라 들이받고 도주하는 스타렉스 차량을 쫓아가 경찰에 신고한 택시 기사였던 것이다.
당시 강씨의 아버지는 40여분간 부산 번화가인 부암동과 개금동, 당감동, 부전동 일대를 돌며 뺑소니 차량을 쫓았다. 강씨 아버지 신고로 출동한 순찰차 9대가 추격에 나섰고, 막판에는 차까지 버리고 맨몸으로 달아나는 뺑소니 운전자를 경찰이 붙잡았다고 한다. 당시 이 운전자의 혈중알코올농도 역시 운전면허 취소 수준이었다.
딸 강씨는 본지 통화에서 “평소 아버지께서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시고 남의 일에도 잘 간섭하셔서 제가 걱정이 돼 그러시지 말라고 했었다”면서 “정작 저도 똑같은 일을 하게 돼 주변에서 아빠와 딸이 똑같다는 말을 듣고 있다”고 했다. 경찰 관계자는 “귀갓길을 벗어나서도 음주 의심 차량을 신고하고 추적해 더 큰 사고를 막은 부녀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부산=김주영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