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보드 전사'·자원봉사자 등 입장 밝혀…"X·Y·Z, 3세대 공동 투쟁"
"가짜뉴스 막으려 SNS 시작"…"희망 잃지말자" 호소·국제사회에 속도전 촉구
"패배한 1988년·2007년과 다르다…5천만명 단결과 SNS로 '봄의 혁명' 이긴다"
트위터로 미얀마의 쿠데타 상황을 전세계에 알리는 '키보드 전사' 께렌 킨. |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쿠데타 이후 군 장갑차가 미얀마 거리 곳곳에 배치되고 경찰봉·방패를 든 경찰들과 소총을 든 군인들이 거리 곳곳을 활보한 지 내달 1일로 한 달이 된다.
이 기간 미얀마 전역에서 수많은 국민이 평화적인 방법으로 쿠데타에 저항했다. 저항의 장소는 거리이기도, 집 안이기도 그리고 지붕 위이기도 했다.
쿠데타라는 악마를 쫓는다는 의미에서 냄비나 양철 쟁반을 발코니에서, 거리에서 두드리는가 하면, 군경의 폭력을 휴대전화로 찍은 뒤 SNS를 통해 전 세계에 생생하게 알렸다.
연합뉴스는 미얀마 현지 교민의 도움과 트위터 접촉을 통해 저항에 동참한 미얀마 20대 6명의 목소리를 서면 및 음성 인터뷰로 들어봤다.
인터뷰에 응한 이들은 하나같이 2021년에 쿠데타가 일어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쿠데타 이후 적게는 4차례에서 많게는 첫 거리 시위가 벌어진 6일부터 지금까지 빠짐없이 참석했다고 한다.
군부가 언론 매체를 장악해 가짜 뉴스를 퍼뜨리는 상황에서,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SNS)는 세계에 진실을 알리는 '창'으로 미얀마 국민이 유일하게 의지할 수단이라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
이 중 한 명은 쿠데타 이후 처음으로 트위터에 가입해 활동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총과 장갑차 앞에서 미얀마 국민이 승리할 수 있겠냐는 '우문'에 "이길 수 있을까"가 아니라 "우리는 승리해야 한다고 믿는다"는 '현답'을 내놓기도 했다.
"미얀마 국민들이여, 희망을 잃지 말자"고 강조한 이들은, 국제사회에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주길 바란다"라거나 "미얀마 국민의 시신이 더 늘어나기 전에 군부에 대한 효과적 조처를 해달라"고 촉구했다.
다음은 6명과의 일문일답.
◇ 께렌 킨(20·광고작가)
'키보드 전사' 께렌 킨이 트위터에 올린 미얀마 현지 소식 |
(이번 쿠데타에 대한 생각은)
▲ 2021년에 군사 쿠데타라니, 믿기지 않는다. 법에 따라 공정하게 치러진 총선의 패배를 받아들이지 못한 군부가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 등 문민정부 인사들을 부당하게 체포함으로써 권력을 장악한 것이다.
(시위가 지속하고 있다)
▲ 미얀마 전역에서 진행된 '22222'(2022년2월22일을 의미) 총파업에는 도로가 사람으로 가득 차 '인간 바다'를 이뤘다. 공무원뿐만 아니라 민간 부문에서도 동참했고 나를 포함한 '키보드 전사'들도 참여했다.
('SNS 저항'이 활발하다)
▲ 군정이 언론을 장악해 실상과 전혀 다른 가짜 뉴스를 퍼뜨린다. 이 때문에 SNS, 특히 트위터는 우리의 현재 상황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이다.
내가 속한 관리자 그룹은 트위터 트렌드에 맞는 해시태그 등을 만들고 현장의 시위대로부터 정보를 받고 현장의 언론사들로부터 소식을 수집해 24시간 알릴 수 있도록 대기하고 있다.
전세계 언론은 우리에게서 정보를 얻고 있다. 국제부문 기자들부터 전직 대통령까지 내 트위터 계정을 팔로우하고 있다.
(미얀마 국민은 승리할 수 있을까)
▲ 1988년 민주화 운동 당시에는 기술과 미디어 파워가 약해 혁명에서 패했다.
군사정권은 2021년인데도 1988년과 같은 시나리오를 갖고 움직이다보니 시민불복종 운동이나 SNS와 같이 그들이 생각지도 못한 것들에 패배할 것이다.
그들은 무기를 가지고 있지만, 우리는 5천만 명이 넘는 국민의 단결력이 힘이다.
'우리가 이길 수 있을까?'라는 생각 대신 '이 혁명을 이겨야 한다'고 우리는 믿는다.
(미얀마 국민 또는 국제사회에 하고 싶은 말은)
▲ 군사정권 60년 동안 황폐해진 미얀마는 민주주의 정부 5년 동안 발전했다. 민주주의의 맛을 경험한 우리 Z세대는 다시 암흑시대로 돌아갈 수 없다. 우리의 꿈과 미래를 포기하고 싶지 않다.
시신들이 더 늘어나기 전에 국제사회가 군사 정부에 신속하고 효과적인 조처를 해주길 바란다.
◇ 조 텟(21·대학생)
시위 현장에서 시위대 구호 자원봉사를 맡은 조 텟 |
(이번 쿠데타에 대한 생각은)
▲ 쿠데타 이후 하루도 평화롭게 잠을 잘 수가 없다. 민주주의와 인권, 자유를 다시 가져오는 게 제일 먼저 할 일이다.
(시위가 지속하고 있다)
▲ 나도 쿠데타 시위가 벌어진 첫날(6일)부터 지금까지 하루도 빠지지 않고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주변 사람 대부분도 자신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저항에 참여하고 있다.
(20~30대) 초반 성인과 10대들이 다수다. 그러나 좀 더 나이 든 이들은 뒤에서 조언하거나 물품을 지원해 준다. 이런 면에서 X·Y·Z, 3개 세대의 투쟁이다.
('SNS 저항'이 활발하다)
▲ 전 세계가 미얀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도록 해야 한다. 진실은 결코 묻혀서는 안된다.
(미얀마 국민은 승리할 수 있을까)
▲ 지금은 1988년도 2007년도 아니다. 지식, 기술, 통신 등이 모두 발전했다. 그러나 군부는 여전히 과거와 유사한 억압의 방식만을 사용하고 있다. 그래서 이번에는 승리할 수 있다는 희망이 있다.
( 미얀마 국민 또는 국제사회에 하고 싶은 말은)
▲ 국민 누구도 희망을 잃지 않았으면 한다. 시민불복종 운동을 지지하고 이에 참여하면 군사 정권과 그 추종자들은 실패할 것이다.
◇ 케이(24·통역사)
우리 말로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 등의 석방을 촉구하는 팻말을 들고 시위에 참여 중인 케이씨(오른쪽에서 두 번째) [케이씨 제공=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
(이번 쿠데타에 대한 생각은)
▲ 수치 고문이 이끄는 문민정부가 출범하고 우리는 민주화를 느꼈고, 시야도 넓어졌다. 그러나 군부는 쿠데타를 일으켜 우리의 꿈과 희망을 무너뜨리고 있다.
(시위가 지속하고 있다)
▲ '22222 총파업 시위'까지 네 차례 정도 나갔다. 양곤에서 시위에 참여하는 대학 동기도 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때문에 고향에 돌아간 뒤 그곳에서 시위에 참여하는 친구도 있다.
('SNS 저항'이 활발하다)
▲ 군부의 가짜뉴스에 대항하려 나 역시 지난 3일부터 트위터를 시작했다.
시위에 참여할 때면 집에 도착해서 (오전 1시에) 인터넷이 끊기기 전까지 소식을 올린다. 한국의 지인들에게도 상황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미얀마 국민은 승리할 수 있을까)
▲ 민주주의를 염원하는 한마음으로 시위에 참여하고, 공무원들은 시민불복종운동에 지속해서 참여하고, 전 세계인들이 적극적으로 관심을 둔다면 '봄의 혁명'(Spring Revolution)은 반드시 승리할 수 있다.
◇ 수 미얏 민 르윈(25·NGO 활동가)
(이번 쿠데타에 대한 생각은)
▲ 정말 뜻밖이었다. 군부는 1988년 민주화 운동 유혈 진압 당시의 낡은 생각에 여전히 매여있다.
(시위가 지속하고 있다)
▲ `22222 총파업'에 나도 참여했다. 쿠데타 이후 11번째 시위 참가였지만, 매우 특별했다. 인생에서 가장 큰 규모의 시위였다.
(미얀마 국민 또는 국제사회에 하고 싶은 말은)
▲ 유엔이나 유럽연합(EU) 등이 행동하기 까지 오래 걸릴수록 쿠데타를 무너뜨리긴 어렵다. 설사 국제사회 도움을 받지 못하더라도, 우리는 끝까지 민주주의를 위해 싸울 것이다.
◇ 모에 야 난 킹(21·대학생)
(이번 쿠데타에 대한 생각은)
▲ 미얀마는 코로나19 사태가 끝나면 해야 할 일들이 많았다. 그런데 쿠데타로 평화롭지 않은 상태가 만들어져 정말 실망스럽다.
('SNS 저항'이 활발하다)
▲ 우리를 보호해주는 경찰이나 군인이 한 명도 없다. 그들의 불법 행동을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기록하고 SNS를 통해 세계에 알리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
(미얀마 국민은 승리할 수 있을까)
▲ '봄의 혁명'은 정의를 사랑하는 미얀마 시민들의 힘을 합쳐서 하는 운동이다. 반드시 승리할 수 있다고 믿는다. 우리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 다만 장기화하면 많은 사람이 다칠 수 있는 만큼, 이 상황이 빨리 끝나면 좋겠다.
◇ 노엘 네이 린 꼬 꼬(23·한국어 교사)
'제가 처음 한 투표는 군부 독재로 정권을 잡으라고 한 것이 절대 아닙니다' |
(시위가 지속하고 있다)
▲ 어제 '22222 시위'에 친구들과 함께 나도 참여했다. 6일부터 지금까지 3~4일 정도만 쉬고 매번 거리로 나왔다. 친구들뿐만 아니라 동네 주민들도 시위에 많이 참여하고 있다.
('SNS 저항'이 활발하다)
▲ 1988년 민주화 운동 당시에도 군부의 심각한 유혈 진압이 있었다. 그때는 인터넷과 SNS가 발달하지 못해 전 세계에 실상을 알려줄 수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인터넷과 SNS가 잘 발달해 정확한 정보를 알려줄 수 있다. 국제사회에 정의를 위해 미얀마 국민 편에 서달라고 SNS를 통해 알리는 것이다.
(미얀마 국민 또는 국제사회에 하고 싶은 말은)
▲ 절대로 포기하지 말자. 우리 뿐만 아니라 다음 세대를 위한 싸움인 만큼,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 시민불복종 운동에 참여하지 않은 공무원들도 많이 참여해 주기를 부탁한다.
국제사회도 말보다는 행동을 더 많이 보여주시기를 부탁드린다.
south@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