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도전하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영선(왼쪽)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이 22일 정책 토론을 펼치고 있다. 조정훈의 시대전환 유튜브 캡처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주4일제’를 꿈꾸지 않는 직장인이 있을까. 4일 일하고 3일 쉬는 삶은 모두의 꿈이지만, 아직은 문자 그대로 '꿈'이다.
그러나 '꿈' 같았던 이야기가 정치권에서 슬슬 공론화하기 시작했다. 4ㆍ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일부 후보가 공약으로 내걸면서다. 주4일제, 서울에서 먼저 시작될 수 있을까.
조정훈ㆍ박영선 “공공부문부터 도입을”
가장 적극적으로 ‘주4일제’를 설파하는 건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이다. 21대 국회에서 관련 토론회를 주최하는 등 주4일제에 큰 관심을 기울여 온 그는 “공공부문 일부에서 한시적으로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정책실험을 할 것”이라며 대표 공약으로 주4일제를 꺼냈다. 민간 기업은 세제 인센티브나 컨설팅 지원 등을 통해 주4일제를 유도하겠다는 게 그의 구상이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4.5일제’를 제시했다. 4.5일제는 월요일 출근을 오후에 하거나, 금요일은 오전 근무만 하고 퇴근하는 방식이다. 박 전 장관은 “안전을 책임지는 서울시 산하 공공기관부터 주 4.5일제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소속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청년을 두 번 울리는 공약”이라며 반대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말 기준 청년실업률은 8.1%로 일반실업률의 두 배에 달하고, 일자리가 없어 그냥 쉬었다는 청년이 40만명에 육박한다”며 “당장 생계가 걱정인 그들에게 4.5일제 공약이 가당키나 한가”라고 했다.
일자리 늘고, 생산성 높아진다지만…
한국은 '일 많이 하는 나라'다. 2017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멕시코 다음으로 두 번째로 평균 근로시간이 길다. 주4일제는 이런 실태를 개선할 수 있는 강력한 대안이다. 정말 도입된다면 쉬는 업무 생산성이 높아지고 일자리도 늘 것이라고 찬성론자들은 주장한다.
그러나 2018년 처음 시행된 주52시간제조차 안착하지 못한 상황에서 주4일제는 시기상조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박지순 고려대 교수는 “주당 몇 시간 근무가 적정한지 사회적 논의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상태”라며 “이런 상황에서 주4일제를 관(官) 주도로 도입하면 이미 자율근무가 자리잡은 서비스기업이나 어차피 근로시간을 줄여야 하는 파산 위기 기업만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주5일제가 보편화한 지금도 서울 근로자 10명 중 1명은 주6일 근무를 하는 실정으로, 이들의 장시간 근로를 없애는 게 우선과제”라고 했다.
전면 도입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회에서 중앙 정부 차원의 근로기준법 등 관련 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서울시장의 ‘의지’만으로는 사실상 불가능한 문제이기도 하다. 이론적으로 26개 서울시 산하 기관은 시장 직권으로 주4일제 적용이 가능하지만, 이 역시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영기 전 한국노동연구원장은 “이미 고용 안정성, 좋은 처우 등으로 인기 직장인 이 기관들에 근무시간 단축까지 보장하는 것은 공감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다만 서울시장 후보들의 공약 제시는 일부 기업의 실험 정도로 여겨진 주4일제 도입 논의를 촉진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은다. ‘일과 삶의 균형’이 중요해진 시대의 과제인 만큼, 차기 대선에서도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